[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뿌연 잿빛 먼지에 가렸던 서울 도심이 모습을 드러냈다. 예상보다 나은 황사 수준에 안도하는 반응이 나오지만 방심은 이르다.
16일 오전 전국의 황사 및 초미세먼지 농도는 보통 수준을 회복했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광진구 뚝섬 한강공원에서는 잠실 롯데타워가 선명히 보였다.
한강공원에는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하는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김명준(45)씨는 “어제 황사 예보로 걱정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날씨가 쾌청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황사 영향권에 들어간 서해5도 주민들도 별다른 피해가 없다는 입장이다. 연평도에 거주하는 이준석(27)씨는 “지금 연평도 하늘은 맑다. 미세먼지 농도가 나쁜지 모르겠다”고 했다. 백령도 면사무소 관계자는 “아직까지 섬 내 농민·주민들이 황사로 피해를 호소한 적은 없다”고 전했다.
황사 피해가 우려했던 만큼 크지 않은 이유는 밤사이 비가 내렸고, 기압계 변화로 대기가 안정됐기 때문이다. 황사는 기압 형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고기압 등 큰 기단이 지배적일 때에는 바람이 불어도 모래먼지가 대기 중으로 뜨지 않는다. 한국까지 강한 황사가 올 가능성이 낮아진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는 “고농도의 황사 띠가 오전에 상층을 통과하면서 한국을 벗어났다. 전날 예상했던 것보다 낮은 수준의 황사가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눈으로 봤을 때 하늘이 맑아 보여도 안심하기는 이르다. 중국 내몽골과 고비 사막 부근에서 황사가 발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인 초미세먼지 주의보는 해제됐다. 고농도의 황사와 미세먼지는 한반도로 유입될 전망이다.
이날 서울·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선 평균 미세먼지 농도(PM10)가 150㎍/㎥ 이상을 기록하는 등 ‘매우나쁨’ 수준을 보였다. 서울의 1시간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172㎍/㎥을 기록했고, 인천 200㎍/㎥, 백령도 240㎍/㎥ 등 곳곳에서 황사가 관측됐다.
기상청은 18일까지 전국이 황사의 여파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했다. 특히 수도권과 충청, 경북에선 매우 나쁨 단계까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오후부터 전국에서 미세먼지·초미세먼지 수준이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17일도 마찬가지”라며 “노약자와 호흡기 질환자 등은 외출을 자제하는 등 건강관리에 각별히 유의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실제 미세먼지 등급이 ‘매우 나쁨’일 때, 야외활동 1시간은 담배 연기를 1시간 넘게 마시는 것과 같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농작물 재배나 생태계에도 큰 피해를 입힌다. 경기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미세먼지·황사는 온실 햇빛을 차단하고 농작물을 오염시킨다. 작물 표면에 묻어 광합성을 방해한다. 황사에 노출된 가축은 기관지염이나 눈 질환에 걸릴 수 있다. 각종 병원체가 이동해 질병을 유발한다.
전날 중국은 베이징(北京)을 포함한 북방지역에서 10년 만에 최악의 황사가 발생했다. 중국 중앙기상대는 지난 15일 북방 12개 성·직할시에 황사경보를 발령했다. 이번 황사가 최근 10년간 일어난 황사 가운데 가장 강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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