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투기의혹, 2030시선①] ‘이사망’ 외치며 행동나선 청년들

[LH투기의혹, 2030시선①] ‘이사망’ 외치며 행동나선 청년들

취약한 주거환경, 높은 집값 맞물려 '분노'
행동나선 청년들 "집·땅 주거로 접근해야"

기사승인 2021-03-18 06:00:11
▲LH사태에 분노한 2030세대가 사회변화를 촉구하며 행동에 나서고 있다. /사진=한국청년연대

[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을 두고 2030세대에서 ‘이사망’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이사망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에서 한발 더 나가 이번 사회는 망했다는 의미다. 2030 청년들은 이번 LH 부동산 투기 의혹 사태를 보면서 깊은 배신감과 함께 청년주거정책에 불신마저 보인다.

LH사태는 지난 2일 민변과 참여연대가 ‘LH직원들이 광명·시흥지구 신도시 지정에 앞서 토지를 매입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촉발됐다. LH직원들과 배우자 등 10여명이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시흥시 과림동, 무지내동 일원 10개 필지의 토지(약 7000평)를 분할 매입했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의혹 제기 직후 즉각 합동조사단을 꾸려, 일주일만인 지난 11일 LH와 국토교통부 임직원 1만4000명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조사결과 LH직원 20명의 투기 정황이 드러났다. 민변과 참여연대의 의혹 제기가 상당부분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여기에 조사단이 전수조사에 나선 사이 내부정보를 이용한 투기 의혹은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 의원 및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공직 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우리는 월세 전전하는데...투기라니”

LH사태를 향한 청년들의 분노는 취약한 주거환경 및 치솟은 집값과 맞물려 더욱 거세지고 있다. 국토부 주거실태 조사결과(2019년 기준)를 보면 국내 청년 10명중 7~8명은 세입자 신분이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월세살이다. 또 청년 10명중 1명은 정부가 정한 최저주거기준에도 못 미치는 집에서 살고 있다. 1인당 주거면적도 27.9㎡(8.4평)에 불과하다. 수도권의 경우 청년은 소득의 20% 가량을 매달 주거비로 지불하는 상황이다. 

치솟은 집값을 보면서 청년들이 내집 마련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점도 분노를 부채질한다. 2020년 중위소득(통계청 기준)은 월 234만원으로 전년보다 14만원(6.3%)오르는 데 그쳤다. 연봉으로 계산하면 약 168만원 늘어난 셈이다. 반면 서울 아파트의 중간값은 2019년(12월 기준) 6억6745만원에서 2020년 7억9339만원으로 올랐다. 심지어 2개월 사이 서울 중위 주택값은 더 뛰어 2021년 2월 8억2000만원을 기록했다. 

2030세대는 이런 주거환경 아래 ‘청년주거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나섰던 LH의 투기 의혹에 더 큰 분노와 실망감을 느낀다. 진보대학생넷에서 활동하는 한 청년은 “LH가 청년 대학생들 위한 주택정책을  실행한다며 청년주택, 공공임대주택, 대학생 전세대출 등을 겉으로만 말로만 번지르르하게 만들어 놓았지만, 그들이 이런 정책들을 신경이나 썼겠냐”며 “투기해서 돈벌고 좋은 아파트에서 자기들만 잘 살겠다는 생각을 하는 LH직원들이 청년주거지원에 얼마나 진정성 있게 임했겠냐”고 반문했다.

행동에 나서는 청년들 “부동산 투기 아닌 주거로 봐야”

분노와 실망감에 빠져있던 청년들은 최근 사회변화를 위한 행동에 나서고 있다. 청년단체끼리 연합해 정부의 올바른 대응과 사회 변화를 촉구하는 방식이다. 한국청년연대, 청년하다, 청년진보당은 지난 15일 LH서울본부 정문 앞에 모여 “부동산 투기 세상을 뒤집고, 주거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식 한국청년연대 대표는 “월세 전세를 전전하는 청년들에게 부동산 투기로 배 불리는 사람들은 딴 세상 사람들이며 분노의 대상이 됐다. 허탈감과 박탈감에 한숨이 늘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며서 “부동산 투기 세상을 뒤집고, 청년들이 안정된 집에서 맘 편히 살 수 있는 청년 주거권 실현을 위해 행동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청년단체들은 토지와 주택에 대한 개념을 투기의 수단에서 주거의 개념으로 변화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경내 청년진보당 집행위원장은 “집이 없는 청년들 입장에서 이번 LH사태가 투기 정황이 드러난 공직자나 LH직원 처벌에서 끝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토지나 집을 투기가 아닌 주거의 개념에서 접근할수 있도록 근본적 개념과 주거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계속 행동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chokw@kukinews.com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조계원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