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페이커'의 챔피언 폭은 정말 줄었을까?

[LCK] '페이커'의 챔피언 폭은 정말 줄었을까?

기사승인 2021-03-20 06:30:02
사진=T1 미드라이너 '페이커' 이상혁.

[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페이커'는 '아지르'만 다룰 수 있다. '페이커'는 피지컬 챔피언을 못 꺼낸다. '페이커'는 이전에 비해 챔피언 폭이 좁아졌다. '페이커'는 '조이' 같은 것을 할 줄 모른다."

‘2021 리그 오브 레전드(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스플릿 기간동안 '페이커' 이상혁에게 쏟아진 비난이다. 이제는 이상혁이 에이징 커브에 접어들었다는 비관적 진단도 많았다. 

하지만 스프링 스플릿 2라운드 말미 이상혁이 2경기 연속 선발출장해 뛰어난 활약을 펼치면서 이같은 의견은 쏙 들어간 상황이다. T1는 19일 오후 온라인으로 열린 2021 LCK 스프링 스플릿 2라운드 DRX와와의 대결에서 2대 0으로 승리했다. 

앞서 지난 13일 이상혁은 젠지e스포츠전 '비디디' 곽보성의 아지르를 상대로 '세라핀'을 꺼내들었다. 스프링 스플릿 처음 선택한 챔피언이었다. '세라핀'은 유틸성이 뛰어나 후반까지 안정적으로 성장하면 뛰어난 유지력을 뿜어낼 수 있다. 다만 라인전이 강력한 챔피언은 아니기에, 아지르를 상대로는 초반에 어려움이 있다. 특히 곽보성은 아지르에 일가견이 있는 선수다. 이날 이상혁의 세라핀은 곽보성의 아지르를 상대로 '반반승부'를 가져갔고, 대규모 교전(한타)마다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궁극기 '앙코르(R)'의 적중률도 매우 뛰어났다. 

젠지전 이상혁의 활약을 의식한 DRX는 1세트 세라핀과 아지르를 밴했다. 아지르는 이상혁이 커리어 내내가 가장 많이 사용한 챔피언이며, 올시즌도 가장 애용했다. 두 개의 밴을 당한 이상혁이 준비한 카드는 조이였다. 두 세트 연속으로 조이를 선택한 그는 1세트(7/0/6)와 2세트(5/1/8)를 합쳐 단 한번 데스를 기록할 정도로 신들린 활약을 펼쳤다.

1세트 후반 DRX와 T1은 내셔남작을 두고 한타를 벌였다. DRX는 '테디' 박진성의 '자야'와 '케리아' 류민석의 '노틸러스'를 먼저 제압하며 유리한 구도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이상혁의 조이가 안정적인 위치에서 포킹을 시작했고, DRX의 챔피언은 하나씩 스러져갔다. 양팀의 챔피언이 각각 두 명씩 남은 상황에서 조이는 '주문도둑(W)'로 바닥에 떨어진 소환사 주문을 원없이 사용했다. 이 교전에서 조이가 사용한 소환사 주문의 수는 9개다. 점멸은 6번이나 사용했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활약한 이상혁은 1세트 '플레이어 오브 더 게임(POG)'에 선정됐다.

사진='조이'의 '주문도둑(W)'를 활용하는 '페이커' 이상혁.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상혁의 경기력을 칭찬하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지난 경기 세라핀에 이어 그동안 특출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조이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기에 반응은 더욱 뜨거왔다.

경기 이후 이상혁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팀내에서 요구하는 챔피언을 우선으로 사용하려 한다"며 "우리 조합이 어떤지, 상대방은 무엇을 뽑았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다 보니 점점 다양한 챔피언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21 LCK 스프링 스프릿 기간동안 이상혁은 총 6개의 챔피언을 사용했다. '쇼메이커' 허수(10개), 곽보성(5개), '솔카' 송수형(8개) 등 '서부리그' 미드라이너와 비교해도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 물론 '쵸비' 정지훈이 17개의 챔피언을 사용하며 독보적인 모습을 보여주긴 했다.

사진=2021 LCK 스프링 스플릿 기간동안 이상혁이 사용한 챔피언. gol.gg 화면 캡처

하지만 LCK에서 이상혁과 함께 활동한 전·현직 선수들은 한결같이 그의 챔피언 폭을 경계하고 칭찬했다. '큐베' 이성진은 개인방송에서 "페이커의 챔피언 폭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지금 상황에서는 나올 수 있는 챔피언은 한정돼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2013년 데뷔 이후 이상혁은 지금까지 총 66개의 챔피언을 꺼내들었다. 은퇴선수를 포함해도 가장 많은 챔피언을 사용했다. 그의 강한 자신감은 이전의 경험에서 바탕한 근거다.  

'예전에 비해 챔피언 폭이 좁아졌고, 피지컬 보단 운영 중심의 챔피언을 고집한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이상혁은 "물론 최근에는 피지컬 위주의 챔피언을 많이 쓰진 않았다"면서도 "외부의 평가보다는 팀적으로 준비된 전략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저 스스로를 믿기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플레이오프 때는 AD챔피언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본다"며 "저는 언제나 어떤 챔피언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혁의 강점은 정규시즌 후반과 플레이오프부터 더욱 두드러진다. 이 무렵 이상혁은 앞서 보여주지 않았던 조커픽을 꺼내 캐리력을 과시하는 모습을 여러차례 보여줬다. 

2019 LCK 스프링 스플릿 플레이오프 당시 이상혁은 '라이즈(2회)', '리산드라(1회)', '사일러스(1회)', '아칼리(1회)', '아지르(1회)'를 꺼냈다. 리산드라의 경우 정규시즌 당시 10번을 꺼낸 모스트원이었지만, 나머지 챔피언은 세 번 이상 꺼낸 적이 없다.

2020 LCK 스프링 스플릿 기간 플레이오프 기간에 이상혁은 '코르키(4회)', '아칼리(1회)', '럼블(1회)', '아지르(1회)'를 꺼냈다. 나머지 챔피언은 정규시즌에 종종 사용했지만, 코르키는 플레이오프 기간 처음으로 꺼낸 카드였다. 결과적으로 이상혁의 코르키는 전승카드로 알토란 활약을 펼쳤다.

매시즌 '페이커의 시대는 끝났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이상혁은 항상 플레이로 자신에 대한 평가를 뒤집었다. 나이로는 2번째, 경력으로는 LCK 넘버원이 된 '베테랑' 이상혁이다.  매번 그래왔던 것처럼 올시즌에도 이상혁은 자신의 건재함을 증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h04khk@kukinews.com
강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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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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