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안 입법예고를 두고 최근 온라인플랫폼 업계에서 쏟아진 성토다. 시대를 역행하는 규제란 지적도 적지 않다. 법률 전문가는 기업 책임 강화를 위한 법률에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이해관계자들이 법 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플랫폼 시장의 뜨거운 감자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입법예고다.
지난 5일 공정위는 “디지털 경제·비대면 거래 가속화 등 온라인 거래환경에서 규율체계를 개편하고 일상생활 속 빈번하게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를 합리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내달 14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이다.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은 ▲플랫폼 사업자의 의무·책임 강화 ▲신유형 플랫폼거래에서의 소비자피해 방지장치 확충 ▲임시중지명령제도 요건 완화 및 동의의결제도의 도입 ▲해외사업자에 대한 역외적용 및 국내대리인 제도 등이 주요 골자다.
전자상거래법 적용 대상 사업자 기준 개정도 포함됐다. ▲온라인플랫폼 운영사업자 ▲온라인플랫폼 이용사업자 ▲자체 인터넷사이트 사업자 등이다.
업계 반발은 ‘전자상거래 사업자의 신원정보 확보’에서 터졌다.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제29조에서는 C2C 플랫폼 사업자는 개인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에 분쟁이 발생할 경우 개인판매자의 신용정보를 확인·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결제대금예치제도 활용도 권고했다.
문제는 ‘개인정보 침해’다. 한 전자상래법 개정안 규제 대상인 온라인플랫폼 기업 관계자는 “개인 간의 개인정보 제공은 연락 두절, 환불거부 등으로 발생하는 피해를 막는다는 취지이지만 신상털기, 사적보복에 악용될 우려가 크다”며 “당사는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해 공정위에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를 제공할 사건인지 여부도 온라인 플랫폼이 가린다. 온라인플랫폼 기업 관계자는 “고객 개인정보를 제공할 사안인지에 대한 판단도 플랫폼에서 판단하라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면서 “‘과도한 책임 부여가 아닌가’라는 내부 불평도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전자상거래법 개정 소식에 반색했다. 급성장 중인 온라인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했다는 의견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지난해 1372 소비자 상담센터에 접수된 전자상거래 소비자 피해는 21만4872건으로 집계됐다”며 “디지털 경제가 강화됐으나 오픈마켓을 포함한 플랫폼 업체들이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소비자 피해에 대한 책임을 외면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어 “개정안 입법예고 이후 업계를 중심으로 개정안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있다. 플랫폼의 책임강화가 마치 디지털경제를 후퇴시킬 것이라는 주장과 소비자피해 처리를 위한 절차가 마치 개인정보 보호를 저해하는 것으로 호도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한다”며 “사업자의 개인정보 제공과 관련해 우려되는 측면은 시행령 등에서 보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반발로 소비자 보호를 위한 입법의 취지가 훼손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률 전문가는 이해관계자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율촌은 “공정위는 강력한 법 집행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플랫폼 업계는 사업 기회를 축소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개정안의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해 책임 강화에 따른 부작용을 줄일 수 있도록 협상 테이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입법예고 동안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이후 규제·법제 심사, 차관·국무회의를 거쳐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smk503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