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최은희 인턴기자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SNS에 자신이 돌보는 아동에게 혐오성 표현을 쓴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다. 최근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잇따라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에 더해 학부모 불안이 높다.
22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국내 보육전문기관이 운영하는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 A씨가 SNS에 올린 글이 논란이 됐다.
A씨는 “TV 보면 아동학대가 밥 먹을 때 일어나잖아. 이해 가더라. 오늘 진짜 손 올라가는 거 참았다. 개패고 싶음 진심”이라고 적었다. 또 “만 2세 한남XX. 오늘 밥 먹는데 계속 드러눕고”라고 했다. ‘한남’은 인터넷상에서 ‘한국 남성’을 일컫는 비하 표현이다.
해당 글은 지인들에게 공유되면서 알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이용한 SNS 글은 게시 후 24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삭제된다.
A씨가 근무한 어린이집은 대기업, 국가기관 등 전국 약 280개 직장 어린이집을 위탁 운영 중인 유명 보육전문 재단 소속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재단은 CCTV 등을 통해 A씨의 아동 학대 여부를 조사했지만, 학대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A씨는 어린이집 원장과 상담한 뒤 지난 17일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글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됐다. 아이를 교육기관에 보내기 무섭다는 댓글이 쏟아졌다. “이래서 아이 맡기고 마음 편히 직장을 다니겠냐”, “해당 교사는 잠재적인 아동학대자인 것 같다. 소름 끼친다”, “저런 마음으로 교사를 하고 있다니 끔찍하다. 무서워서 어린이집 못 보내겠다”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어린이집 및 유치원 내 아동학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인천 서구의 국공립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은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자폐증 진단을 받거나 장애 소견이 있는 아이들을 포함해 원생 10명을 학대한 혐의를 받았다. 보육교사 6명은 모두 263차례 폭행 등 학대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1월에는 서울 금천구의 한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 교사가 10여 명의 원생이 먹는 급식과 간식 등에 모기 기피제, 계면활성제 가루 등을 넣어 논란이 일었다. 피해 아동들은 복통, 구토, 코피, 알레르기 반응 등을 일으켰다.아동학대 사건이 반복되자 학부모 우려는 커졌다. 아이를 키우며 직장에 다니는 김모씨(35·여)는 “피해자가 내 아이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크다”며 “어린이집 대신 양가 부모님께 아이를 맡길까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경기 수원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윤모씨(32·여)는 “어린이집 내 아동학대 문제가 불거지다 보니, 육아휴직을 결정했다”며 “직접 돌보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직 어린이집·유치원 교사도 난감한 처지다. 학부모들이 아동학대 문제에 예민하다 보니, 사소한 접촉이라도 신경 쓸 수 밖에 없다. 훈육도 조심스럽다. 말과 행동이 학대로 비추어질까 주의한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서 유치원 교사로 재직 중인 김모(24·여)씨는 “원내에서 아이가 학대 당할까 마음 졸이는 학부모들을 이해한다”면서도 “문제를 일으킨 교사는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 교사는 아이를 아끼고 사랑한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는 현역 교사에게 정기적인 자질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격증 취득 과정만으론 인성과 자질이 부족한 사람을 걸러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임영주 부모교육연구소 훈육상담가는 “가장 중요한 건 교사 자질”이라며 “자질 향상을 위한 교육이 마련되어야 한다. 교사들이 아동학대에 경각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또 전문가는 유아 교육·보육기관을 향한 학부모의 불신이 팽배해지는 현상을 우려했다. 임 대표는 “일부 교육기관에서 아동학대가 일어난 건 사실이지만,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며 “섣부른 불신으로 제대로 된 교육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아이 교육에 헌신하는 교사도 많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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