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최은희 인턴기자 =취업난으로 고통받는 구직자들이 면접 과정에서 ‘면접 갑질’을 당한 사례가 잇따랐다.업무와 관련 없는 질문이 공공연하게 이뤄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2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면접 보고 왔는데 자존감 바닥이 됐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구순 구개열을 가진 구직자가 면접 도중 외모 평가를 당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구순 구개열은 입술이나 잇몸 또는 입천장이 갈라져 있는 선천적 기형이다.
작성자는 “인중, 입술에 흉터가 있는 것을 본 면접관이 ‘사진은 잘 나왔는데 혹시 언청이냐’고 물어봤다”며 “얼굴 상처 때문에 남에게 잘 맞추는 성격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살면서 이런 소리를 들은 것은 처음이다. 평생 흉터 때문에 고통받아 왔는데 오늘은 죽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채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갑질 문제는 오래전부터 지적됐다. 지난 2018년 인크루트가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면접 중 차별을 경험했다는 응답자는 75%에 달했다. 상당수가 ▲도를 넘는 사적 질문(인맥조사·집안환경·경제상황)(14.2%) ▲모욕적인 질문(7.4%) ▲인신공격(6.1%) ▲반말(6.5%) ▲막말·폭언(5.1%) ▲터무니없는 장기자랑(2.5%) ▲성희롱·성차별 발언(2.3%) 등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을 막론하고 발생했다.
대다수는 부당한 면접에 항의하지 못했다. 불쾌감을 표현하거나 질문의 의도를 되물은 경우는 10명 중 2명에 불과했다. 대부분 ‘혹시라도 떨어질까 불쾌한 마음을 숨기고 면접에 임했다(48.8%)’거나 ‘대답하지 않고 얼버무렸다(19.3%)’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면접 갑질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면접 지침을 제정했다.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4조3항은 구인자가 구직자의 직무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용모·키·체중 등 신체적 조건, 출신 지역·혼인 여부·재산 등의 정보를 기초심사자료로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2019년 ‘성평등 채용 안내서’를 제작·배포했다. 기업이 면접 과정에서 성별을 이유로 질문을 달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군대 경험처럼 특정 성별에만 유리하거나 불리한 주제에 관한 토론 또는 질문이 부적절하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일각에선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응시원서, 이력서, 자기소개서 등 기초심사 자료상의 성차별적 요구만 금지하고 있어 면접 질문은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이 법은 30명 이상 고용 사업장에만 적용돼 중소기업은 처벌이 어렵다. 면접 갑질이 반복되는 이유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국회의원은 채용면접 시 혼인계획, 동거인 유무, 자녀계획 등 채용에 불리한 질문을 금지하는 내용의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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