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최은희 인턴기자 =경남 하동 서당 기숙사에서 잇달아 폭행·학대 논란이 불거졌다. 관리·감독의 사각지대 속에서 서당 내 폭력이 반복되고 있다.
29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하동 지리산 청학동 기숙사 추가 폭행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지난해 초등학교 2학년생인 아들이 서당 기숙사에서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입소 당일부터 중학생에게 폭행당하고, 흉기로 협박받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작성자는 “아들은 불안감과 정신적 스트레스로 틱 장애 판단을 받아 수개월째 치료 중”이라며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하동지역 서당에서 폭력 사건이 발생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하동 청학동에 있는 또 다른 서당 기숙사에서도 최근 10대 남학생들이 동급생 남학생 A군(17)을 폭행·학대한 사실이 알려졌다. 가해 학생들은 A군에게 체액과 소변을 뿌리는 등 상습적으로 가혹 행위를 했다. 가해 청소년 2명은 지난해 12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서당 내 폭력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피해가 발생한 기숙형 서당은 학원과 유사하게 운영되지만 형식적으로는 집단거주시설로 등록된다. 규정에 따르면 학원과 개인과외 교습은 지역 교육지원청에 등록해야 한다. 교육청의 지도·감독이 이루어지기 위함이다.
촘촘한 관리는 이루어지기 힘들다. 서당이 학생에게 비용을 받고 행하는 교습행위만 관리의 대상이 될 뿐이다. 실질적인 숙식이 이뤄지는 공간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할 시, 관리할 법적 근거는 미비하다.
또 피해 학생이 폭력을 당한 곳은 서당 내 학원이 아닌 기숙사다. 집단거주시설 관리는 해당 지자체 소관이다. 학원법의 저촉을 받지 않는다. 교육청의 지도·감독을 회피할 우려가 있다. 정확한 폭력실태도 확인하기 어렵다. 학교폭력 의무 신고 시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당 내 폭력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충남의 한 서당 관계자는 “전통서당 관련 제도가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이 문제”라며 “서당이라는 상호만 붙인 채 검증되지 않은 시설이 운영되는 것이 학교폭력 사각지대를 만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서예를 가르치면 서예 교습서, 한자를 가르치면 한문 과목교습서 등으로 명시를 해야 하는데 전부 서당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다”며 “관리·감독 사각지대를 만들기 좋은 구조”라고 지적했다.
한국전통서당문화진흥회 관계자는 “진흥회에 등록된 서당은 훈장 역량 강화 연수, 아동학대 예방 교육, 신고 의무자 교육 등을 받는다. 이번 폭력사태가 벌어진 서당은 그런 것들이 행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전에 지도 경력, 교육 방침 같은 여러 사항을 정확하게 확인하고 인가를 해야한다”며 “비슷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촘촘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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