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통신] 로블록스·제페토...'메타버스'에 빠진 아이들

[놀이터통신] 로블록스·제페토...'메타버스'에 빠진 아이들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활동 늘며 인기
엄마들 "재밌지만 중독-폭력성 우려"
IT업계 "5G 시대 대세...성장 가능성 높아"

기사승인 2021-04-05 09:53:03
제페토를 하고 있는 아이들. 사진=임지혜 기자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사이버 부캐(부캐릭터)로 뮤직 비디오 찍고, 맘에 드는 게시물에 '좋아요'도 누르고…" 

현실과 유사한 형태로 구성된 가상사회에 아이들이 빠졌다. 코로나 사태 이후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로블록스, 제페토 등과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이 신드롬 수준의 인기를 얻고 있다. 하루 몇 시간 게임에 빠진 아이를 보는 부모들은 "대체 저 게임이 뭐길래"라며 호기심 반 걱정 반이다. 

◇"어른들은 몰라요" 메타버스에 빠진 아이들

"로블록스, 제페토에 푹 빠진 아이가 온종일 휴대폰을 손에 쥐고 있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에요"

초등 저학년 자녀를 둔 지인이 이같은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로블록스, 제페토 등 메타버스 플랫폼(가상현실세계 서비스)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고민이다. 코로나 감염 위험 때문에 외부 활동이 줄어든 만큼 가상 세계 활동은 늘었다고 한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부모가 적지 않다. 엄마들이 주로 활동하는 맘카페에는 "로블록스 게임 어때요?" "애들이 제페토 게임 해도 괜찮나요?" 등의 질문이 이어지고 있다 

궁금한 엄마들과 직접 플레이를 해봤다. 엄마들의 첫 반응은 "정신없다"였고, 두 번째 반응은 "생각보다 괜찮다"였다. 그렇지만 두 게임을 함께 한 엄마 6명 중 절반은 "자녀가 이 게임을 안 했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로블록스와 제페토의 공통점은 이용자가 자유롭게 콘텐츠를 창작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로블록스는 이용자가 간단한 코딩으로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대부분이 초등생에 의해 제작됐으며, 실사에 가까운 요즘 게임과 비교할 수 없는 퀄리티지만 만든 게임이 유저들에게 인기를 얻으면 아이템 판매로 돈을 벌 수 있어 인기다. 

게임 제작이 어렵지 않다 보니 완성된 게임 종류가 많다. 하지만 대부분이 완성도가 낮고 다소 불친절하다. 보통 게임을 시작할 때 방법 등을 알려주는 튜토리얼(연습게임)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애완동물 육성, 레스토랑 운영 게임, 술래잡기 등 게임이 있는 반면 폭력적인 게임도 적지 않다는 건 아쉽다.

로블록스(위)와 제페토. 로블록스 홈페이지/네이버제트 제공
로블록스를 체험한 한 엄마는 "게임 종류가 많아서 아이가 이것만 종일 할 것 같아 걱정된다"며 "이 게임에 빠지면 오프라인에서 진짜 친구를 못 사귈 것 같다. 현실 세계에서 상대의 감정을 배우고 느끼는 게 어렵지 않을까. 조금 무섭기도 하다"고 말했다. 

제페토는 소셜 기능에 방점을 뒀다.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정체성을 가진 아바타로 가상 세계에서 소통할 수 있다. 아바타에 원하는 데로 화장을 하거나 명품 의상, 신발 등을 신기는 행위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낀다. 멋지게 꾸민 아바타로 셀카를 찍고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 SNS와 같이 게시물을 게재하거나 타인을 팔로잉할 수도 있다. 

제페토를 체험한 한 엄마는 "처음 할 땐 뭐가 뭔지 잘 몰랐는데 하다 보니 인스타그램이랑 흡사하다고 느껴졌다"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중독될 수 있을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했다. 

아이들은 이런 부모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초등 2학년 유모양은 "제페토로 아바타와 집을 꾸미는 게 너무 재밌다"며 "학교에선 친구들하고 얘기도 잘 못하는데 게임 속에선 친구들과 만나 신나게 놀 수 있다"고 했다. 

초등 5학년 김모군은 "로블록스로 몇 개 게임을 직접 만들었다. 다른 사람들이 만든 게임 보는 재미도 있고, 깨는 재미도 있다"면서 "주변 대부분 친구들이 한다"고 말했다. 

2021학년도 순천향대학교 입학식 모습 /제공=SK텔레콤
◇MZ세대 놀이터 된 '메타버스'

일부 부모들의 걱정과 달리 메타버스 플랫폼은 이제 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공간이 됐다. 

과도한 몰입으로 인한 중독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보호자의 관리는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막기는 어렵다. 자칫 온라인 세상에서 노인으로 여겨지는 탑골(1980~1990년대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 취급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이버 부캐, 아바타 등의 개념이 익숙한 MZ세대(밀레니엄+Z세대,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들은 가상 공간에서 또 다른 자아를 형성해 현실 세계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펼친다. 메타버스 플랫폼이 MZ세대 사이에서 급부상하는 이유다. 

메타버스 플랫폼 이용자들은 현실과 가상을 넘나든다. 거리두기도 필요 없다. 현실 친구와 가상 공간에서 만나 뛰어놀고 마스크 없이 대화를 나눈다. 코로나 사태로 멈췄던 해외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공연장에서 팬들을 만나기 어려워진 아이돌 그룹은 이곳에서 팬 미팅을 하거나 신곡을 발표하기도 한다.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닌텐도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 내에서 선거운동을 벌였다. 청와대는 작년 어린이날에 마인크래프트 맵을 이용해 어린이들을 초대하기도 했다. 

업계는 메타버스 플랫폼의 인기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며 무궁무진한 성장성을 가지고 있다고 바라본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메타버스 플랫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무궁무진한 세계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누구에게나) 매력적일 것"이라면서 "앞으로 가상에서 벌어들인 화폐를 현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등 가상 현실과 현실의 경계가 더 모호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IT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시장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전환되듯이 5G 시대에 게임 산업도 바뀌는 듯하다"며 "아직 태동기에 불과한 산업이지만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많은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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