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국내 건설업계가 모두 글로벌 움직임에 맞춰 움직이는 것만은 아니다. 업계의 움직임과 달리 ESG경영에 취약성을 드러내는 곳들도 산재해 있다. 대표적으로 부영그룹과 DL그룹의 경우 의사결정구조의 투명성이나 목표점 등에서 유독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부영’ 막강한 1인 지배력, 의사결정도 오리무중
임대아파트를 통해 성장한 부영그룹은 2020년 공정위 기준 23개 계열사, 자산총액 23조원 규모의 재계서열 17위 기업이다. 부영은 자산규모가 20조원을 넘어가는 대형 기업이지만 의사결정의 투명성 제고가 필요한 대표적인 건설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일단 부영은 비상장회사로 이중근 부영 회장 1인을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구축돼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주회사격인 ㈜부영의 지분을 93.8% 보유하고 있다. ㈜부영은 100% 자회사인 부영주택을 통해 다시 7개 계열사를 지배한다. 여기에 이 회장은 천원종합개발, 부영유통, 부영환경산업 등 8개 기업 지분을 90% 이상 쥐고 있어 부영그룹은 사실상 1인 지배기업으로 볼 수 있다.
부영은 이 회장의 지배력이 확고한 상황에서 비상장회사인 만큼 상장회사 수준의 공시 의무가 없다. 사외이사제도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이 회장의 지배력을 견제할 장치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이러한 지배구조는 이 회장이 회사 돈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유죄를 확정 받으면서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회사 내부에서 CEO의 횡령과 배임을 견제할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 셈이다.
전문가들은 부영이 비상장회사를 고집한다면 사외이사 제도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예컨대 한화그룹이나 롯데그룹처럼 의사결정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비상장 계열사에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부영은 이러한 조언에 대해 “현행법을 준수하는 수준에서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림산업(DL) 다수 주주보다 오너가 우선?
대림산업(현 DL)은 올해 초 DL과 DL이앤씨로 기업분할을 단행했다. 뒤이어 지난달 DL은 DL이앤씨 지분 확보를 위한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DL을 지주사로 하는 수직적 지배구조를 확립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인물은 누구일까. 투자업권에서는 오너 3세인 이해욱 회장을 이번 지배구조 개편의 최대 수혜자로 꼽는다. 당초 기업분할 전 이 회장은 지분 52.3%를 보유한 대림코퍼레이션을 통해 대림그룹을 지배해 왔다. 대림은 이해욱-대림코퍼레이션-대림산업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회장에게 이 같은 지배구조는 대림코퍼레이션의 대림산업 지분이 21.7%에 불과해 그룹 지배력이 떨어진다는 단점으로 작용했다.
이번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대림의 지배구조는 대림코퍼레이션-DL-DL이앤씨·DL케미탈로 변경된다. 이 과정에서 대림코퍼레이션은 보유한 DL이앤씨 지분을 DL에 넘기고 대신 DL지분을 받게 된다. 그 결과 대림코퍼레이션의 DL 지분율은 21%수준에서 43.34~49% 수준까지 늘어나게 된다. 이 회장은 돈 한 푼 안들이고 그룹의 지배력을 강화하는데 성공하는 셈이다.
그러나 DL의 이러한 지배구조 개편 결정이 오너를 제외한 여타 주주의 이익과 전부 부합하지는 않는다. 역으로 오너의 지분율 증가는 소액주주 등 여타 주주의 지분율 감소를 의미한다. 오너의 지배력이 증가한 만큼 여타 주주의 지배력이 줄어들어들게 되는 상황이다.
세계경제포럼의 ESG 가이드라인은 기업의 목적을 주주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제시하고 있다. 기업이 오너나 대표의 이익이 아닌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 부영과 DL이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 제고를 통해 ESG경영 안착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