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상승폭 줄고 있었는데
한국부동산원이 2021년 4월 첫째 주(5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서울의 상승폭은 전주 0.05%와 동일했다. 올해 들어 0.13%(1월4일 기준)에서 시작한 서울의 아파트가격 상승폭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3월 들어 0.07%→0.06%→0.05%로 떨어졌다. 한국부동산원은 시중금리 상승 및 세 부담 강화, 2.4 공급대책 구체화 등으로 매수세 위축과 관망세가 지속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가격 상승이 둔화되는 시장에서 유독 강세를 보이는 곳들이 있다.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다. 4월 첫째 주에도 서울 송파구(0.10%)·노원(0.09%)·강남구(0.08%)·서초구(0.08%) 등의 상승률이 서울 평균을 상회했다. 송파구는 방이동 재건축 단지, 노원구는 상계‧중계동 재건축 단지, 강남구(0.08%)는 압구정‧개포동 재건축 단지 위주로 상승세가 높았다.
재건축 단지 중심의 가격 상승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이 깊다. 선거 전 박영선 후보와 오세훈 후보가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해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고 공약한 영향이다. 이러한 영향으로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는 평당 1억원이 넘어가는 실거래가를 보이기도 했다.
◇재건축 단지 강세 한동안 지속
업계에서는 이러한 재건축 인기가 오세훈 시장의 당선에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공약의 현실성을 고려했을 때 전체 시장 보다는 특정 단지를 중심으로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서울 35층 규제의 경우 별도의 법 개정이나 서울시 의회의 협조 없이 처리 가능하다는 점에서 한강변 아파트 단지나 오 시장이 직접 언급한 여의도동, 상계동, 목동, 압구정동, 대치동, 자양동 등이 해당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구역지정, 용적률, 재건축초과이익환수, 분양가상한제 등은 국회와 서울시의회의 협조를 받아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며 “35층 규제는 풀어질 가능성이 있어 한강변의 고밀 개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그동안 오른 가격에 대한 피로감과 부담감이 있어 낮은 거래량 속에 가격 강세 또는 강보합세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서울 전체 집값 상승 우려도
문제는 6월 1일 양도소득세와 보유세 과세 기준일이 지나 다주택자 매물이 줄어드는 현상과 재건축 단지들의 가격 상승이 맞물릴 경우 서울 전체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조정지역내 다주택자의 경우 6월 1일부터 양도세 중과세율이 10~20%p에서 20~30%p로 인상된다. 이에 일부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중과세율을 피하기 위해 과세기준일 이전에 일부 주택을 매각하고 있다.
여기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정책 변화도 예상된다. 여당이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만큼 내년 대선에 대비해 일부 부동산 규제 완화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 대표적으로 무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이날 “이번 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겸허히 수용한다. 철저하게 성찰하고 혁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과세 기준일이 지나면 시장에 나오던 다주택자 매물이 감소하는 현상과 재건축 등 개발 호재와 맞물리면 시장에서 보이던 안정 기대감이 일시적인 상황으로 끝날 수 있다”며 “현 정부나 여당도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시장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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