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과세자료 아니다?, 그걸 믿어요?, 과세용이면 떳떳이 밝히고 하세요”
서울 종로구에서 활동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전월세신고제와 관련해 16일 이같이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오는 6월부터 시행되는 전월세신고제를 두고 과세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정부가 전월세신고제로 모인 자료를 과세 용도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현장의 불신을 넘어서기는 어려운 모습이다.
정부는 전날 임대차 3법 중 하나인 전월세신고제를 오는 6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전월세신고제는 임대인이나 임차인이 계약 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계약 내용을 지자체에 신고하는 제도다. 신고하지 않을 경우 미신고 기간과 계약금액 등에 따라 최대 100만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된다.
정부는 전월세신고제의 도입 이유를 세입자 보호와 시장 정보의 투명한 공개에 있다는 입장이다. 전월세 신고를 통해 확정일자가 자동으로 부여되면 세입자의 보증금 보호가 한 층 강화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세입자는 주변의 신규·갱신 임대료 정보를 확인한 후 전월세 계약을 체결할 수 있어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운다.
그러면서 정부는 전월세신고제가 과세를 위한 용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국토교통부는 전날 “임대차 신고제는 임대소득 과세와는 전혀 관계가 없으며, 신고제 정보를 과세 자료로 활용코자 하는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또한 표준임대료 제도 도입을 위한 사전단계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표준임대료 등 신규 임대료 규제 도입은 검토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정부의 발표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전월세신고제의 시행이 발표된 당일 종로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금은 과세자료로 사용하지 안겠지만 몇 년 지나면 과세자료로 조금씩 사용할 것”이라며 “지금은 반발이 심해 과세자료로 사용 안하는 것이지 시간이 지나 반발이 누그러들면 과세자료로 활용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파구에서 활동하는 한 공인중개사도 “정권이 바뀌고 국회의원들 물갈이되면 어떻게 될지 누가 알 수 있냐”며 “결국 법으로 활용하고 안하고 결정하는 것인데, 정부에서 과세자료로 활용 안하겠다는 것은 당장 활용하지 안겠다는 한시적인 대답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시장에서의 우려가 단순 기우에 불과한 것은 아니다. 실제 자료의 수집 목적과 달리 과세자료로 활용된 예도 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범죄자금의 세탁행위와 테러자금조달을 방지하기 위해 개인의 금융거래를 들여다보지만 현재 국세청의 중요한 과세자료 수집처 역할을 하고 있다. FIU의 국세청 자료 제공은 당초 극히 제한됐으나 박근혜 정부 시절 지하경제 활성화 정책에 따라 자료 제공 문턱이 대폭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전월세신고제로 인한 임대소득 과세가 실현된다면 시점은 내년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내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선거에 부담이 되는 과세가 실행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과세가 현실화된다면 거센 조세저항에 부딪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보유세와 공시가격 상향등으로 민심이 악화된 상황에서 당장 과세가 현실화되기는 어렵다”며 “6월부터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되더라도 시장파급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추후 세금이 실제 부과된다면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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