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소상공인이 봉이냐’...캐피탈, 먹튀업체 모른척

[단독] ‘소상공인이 봉이냐’...캐피탈, 먹튀업체 모른척

“계약 끊었다”는데…법인명 바꾼 사기의심 업체와 버젓이 거래 계속
할부 대리법인 관리감독 사각지대…“금소법으로 감독 강화해야”

기사승인 2021-04-22 06:10:02
A씨는 S사 하위 영업조직으로부터 LED간판 사기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했다.
[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올해 초 안양시에 위치한 A씨의 사업장에 LED간판 영업사원이 찾아왔다. 영업사원은 간판을 할부로 결제하고 홍보쿠폰을 비치하면 페이백해 주겠다며 계약 체결을 권유했다. 계약에 응한 A씨는 캐피탈 할부계약을 진행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뒤 간판업체는 자금사정이 안좋아졌다며 현금 대신 쓸모가 전혀 없는 영화쿠폰을 전달했다. 이에 A씨는 계약을 취소하겠다고 했지만, 간판업체는 계약서에 나온 사항이라며 되려 A씨를 법적 조치하겠다고 협박했다. A씨는 ㄱ캐피탈에도 해당 사실을 호소했다. 그러나 ㄱ캐피탈은 페이백은 본인들이 모르는 사실이기 때문에 책임 이 없다고 외면했다.

소상공인들을 상대로 LED간판을 값싸게 달아준다고 한 뒤 할부금융을 유도하고 사실상 ‘먹튀’를 일삼는 LED간판 회사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해당 사기의심 업체들은 주로 ㄱ캐피탈을 통해 할부 결제를 진행하고 있다. 서민금융을 담당하는 ㄱ캐피탈은 피해자들이 계속해서 속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기 의심 업체들과 거래를 끊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피해자 A씨는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ㄱ캐피탈을 통해 거래가 체결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객센터에 전화해 피해사실을 호소하고 할부금융 취소를 요구해도 제대로 된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ㄱ캐피탈은 사기 의심 LED간판업체와 연관 없다고 해명했다. ㄱ캐피탈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캐피탈사는 영업점이 없는 만큼 영업점을 대신할 할부모집법인인 에이전시사들과 계약을 맺고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들어온 민원을 확인해본 결과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은 제조업체 ‘S사’의 하위 법인 영업사원 일부가 이면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민원이 제기된 업체는 에이전시를 통해 할부금융 서비스 계약을 끊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S사의 하위 영업조직들은 법인 이름만 바꾸고 여전히 ㄱ캐피탈과 거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4월 초 해당 S사가 ㄱ캐피탈을 통해 할부금융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제보했다.

B씨는 “학원 간판을 싸게 달아준다는 말에 거래를 체결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S사 산하 업체라는 것을 알게 되고 ㄱ캐피탈과 에이전시에 연락, 할부계약 취소를 요청했다. 다른 피해자와 대조해보니 법인 이름만 바뀌고 대표와 영업사원들이 똑같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황당한 부분은 ㄱ캐피탈과 에이전시사에 호소한 내용을 해당 업체 영업사원이 알고 따져들었다는 것”이라며 “ㄱ캐피탈이 사기 업체와 관련이 없다고 말한 부분을 믿을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금융소비자단체에서는 금융사들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이같은 피해는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은 “전형적인 페이백 사기 유형”이라며 “이전부터 비슷한 사례가 계속해서 발생했지만, 금융사들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엄밀히 따지면 소상공인과 사기 업체간의 계약이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ㄱ캐피탈이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도의적으로는 문제가 되는 부분”이라며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 더욱 적극적으로 거래체결 과정을 감시·관리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캐피탈업계에서는 할부모집법인의 관리감독이 미흡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캐피탈업계 관계자는 “대출모집 법인의 경우 금융감독원에 등록하고 번호를 부여받는 등 관리가 철저하게 진행되지만, 할부모집법인은 금융당국에 등록할 필요가 없어 대출모집법인보다 관리감독이 소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지난달 시행된 금소법으로 할부모집 법인들도 금융당국에 등록하고 교육을 받게 된 만큼 금융소비자 피해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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