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신민경 기자 =상장폐지에 법정 공방 구설수까지 오르던 속옷 전문기업 ‘좋은사람들’이 대표해임 결단을 내렸다. 투톱 체제 돛을 올린 좋은사람들이 정상 경영에 성공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좋은사람들은 이사회를 통해 이종현 대표이사를 해임했다. 사측은 “당사의 형편상 집행임원 선임이 필요하고 회사업무의 신중을 기하기 위해 공동대표집행임원의 필요성에 따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집행임원제도란 회사의 선택에 따라 대표이사에 갈음하는 기구를 설치해 회사의 업무집행과 회사대표에 관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공동대표집행임원에는 백승륜 좋은사람들 부사장과 최문석 좋은사람들 이사가 선임됐다. 이종현은 대표이사직을 사임하지만 이사직은 유지하기로 했다.
앞서 좋은사람들은 대표이사 논란으로 곤욕을 치러왔다. 먼저 횡령 배임 혐의다. 좋은사람들 감사를 맡던 최모씨는 이 전 대표가 회삿돈 60억원을 배임했다고 보고 지난 7일 고발했다. 좋은사람들은 형사조사결과에 따라 법률대리인을 통해 법적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소액주주들은 이 대표 체제 경영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좋은사람들 소액주주들은 지난 1일 대표이사 직무집행정지 및 직무대행자 선임 가처분 신청을 냈다. 소액주주들은 “이종현 대표는 본안 판결 확정시까지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로서 직무를 집행해선 안 된다”며 “법원에서 정하는 적당한 사람으로 위 직무를 대행하게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 좋은사람들소액주주모임 관계자는 “개인의 종횡 때문에 회사가 힘들어지는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며 “이 대표 체제를 마무리하고 좋은 투자들이 몰려 회사가 회생에 성공할 수 있기를 주주들은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좋은사람들 측은 공시를 통해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좋은사람들 경영권에 경고등이 켜진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31일 주주총회에서는 상정된 4개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제28기 재무제표 및 연결 재무제표 승인 건 ▲이사 선임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 건 ▲감사 보수한도 승인 건 등이다. 요인은 의결정족수 미달이었는데, 당시 주주총회에 참석한 소액주주들이 대거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좋은사람들 측은 향후 주주총회에서 안건을 다시 상정해 의결할 예정이다.
엎친 데 덮친 격 좋은사람들 주식 거래는 정지된 상태다. 지난달 22일 한국거래소는 좋은사람들 감사보고서가 ‘의견거절’을 받아 이같은 조치를 내렸다. 회사 자산 취득·처분, 매출채권 및 미수금, 수수료 등 다수 거래 관련 적합한 감사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감사 담당 ‘한올회계법인’ 측은 설명했다. 한국거래소는 이의신청을 거쳐 상장폐지 여부를 가릴 예정이다.
주식 매매 거래가 정지되자 사측은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좋은사람들은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재감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운영 사업은 정상적으로 운영될 것”이라며 “감사의견 거절에 대한 조속한 해소 및 거래 재개를 위해 전문가 협조하에 최선을 다해 대응할 예정이다.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전했다.
좋은사람들은 1993년 방송인 주병진씨가 설립한 속옷 전문기업이다. 1997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미래에셋 출신인 선경래 지앤지인베스트 회장이 주씨에게 경영권을 인수했다.
2019년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의 차남 이종현씨는 제이에이치W투자조합을 이용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현재는 보디가드, 섹시쿠키, 예스, 돈앤돈스, 제임스딘, 리바이스, 퍼스트1st)올로 등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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