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세 명" 법정에선 재계 총수들

"하루에 세 명" 법정에선 재계 총수들

경영·노동계 "죄지었으면 처벌 받는 게 마땅"
경영위축 등 경제 측면에선 이견
經 "사법리스크, 기업경쟁력 저해"
勞 "범죄예방이 기업 경쟁력 제고"

기사승인 2021-04-24 06:00:19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사진=윤은식 기자, 연합뉴스)
[쿠키뉴스] 윤은식 기자 =지난 22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법정 417호. 올해 1월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 수감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등 혐의로 지난해 9월 재판에 넘겨진 이후 첫 번째 공판에 출석했다. 

충수염으로 응급 수술을 받은 이 부회장은 수척해진 얼굴로 법정에 출석했고, 재판부가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하자고 묻자 인정할 수 없다고 답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불법적으로 관여했다고 주장했고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사업상 필요에 의한 합병이었고 합법적인 경영활동이라며 신경전을 펼쳤다.

같은 법원 425호 오전 10시. 230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를 받고 구속 기소된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의 첫 번째 공판기일이 열렸다. 검찰은 최 회장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6곳에서 개인 골프장 사업 추진을 위해 2235억원 상당을 배임·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 그러나 최 회장은 검찰 공소사실에 대해 일부는 인정하면서도 핵심 혐의인 SK텔레시스 유상증자와 관련된 부문에 대해서는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같은 법원 513호 오후 2시.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재판 증인으로 채택된 효성 직원의 거짓말 여부를 놓고 검찰과 공방을 벌였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하기로 한 효성 직원은 미국 주재원으로 있다는 이유로 증인 불출석 사유를 냈다. 검찰은 증인이 낸 불출석 사유는 허위였고 그 배후에 조 회장이 관여한 것으로 주장했고 조 회장 변호인은 검찰 주장이 오해에서 비롯됐고 사실무근이라고 맞섰다. 

22일 하루에 열렸던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 총수들의 재판 풍경이다. 이들은 전형적인 기업 범죄인 횡령·배임,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되거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 총수의 변호인은 검찰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무죄를 주장하며 신경전을 펼쳤다.

같은 날, 같은 법원에서 총수 세 명이 재판을 받는 이례적인 모습에 경제계와 노동계는 "죄를 지었으면 처벌받아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다만 사법리스크로 인한 경영 위축 등 경제적인 측면을 놓고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재계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총수의 사법리스크는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도 손실이라는 의견이지만, 노동계는 범죄 행위에 대한 무관용 원칙으로 기업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 곧 기업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재계 관계자는 "재벌총수의 사법리스크는 곧 경영활동 위축으로 연결된다. 반기업 정서가 팽배해진 지금의 상황에서 기업 이미지는 물론 국내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우리 기업들이 세계와 경쟁하는 상황에서 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기업규제 완화 등 국가 차원의 경영하기 좋은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와 달리 노동계는 엄격한 법 잣대로 기업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복수의 노동계 관계자는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죄를 지었으면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 맞다. 그렇지만 재판이 끝나기도 전에 사면론이 나오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며 "사법당국의 형평성 있는 판단이 중요하다. 범죄를 지었으면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모습을 보여 줘야 다시는 같은 범죄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기업을 위한 가장 바람직한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unsik80@kukinews.com
윤은식 기자
eunsik80@kukinews.com
윤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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