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중대재해법 시행이 1년의 유예 기간 없이 올해부터 시행됐다면 어떻게 됐을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물론 건설회사 10곳의 최고경영자(CEO)가 근로자 사망사고를 막지 못한 책임으로 재판에 넘겨질 위기에 처한다.
여기에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DL건설, 롯데건설 등 국내 대표 건설사들도 포함돼 주택 공급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건설업계가 시행 전 보완입법이나 시행령 제정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3일 국토부에 따르면 국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개 건설사 가운데 올해 1분기 10개 건설사에서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태영건설에서 3명으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삼성물산과 DL건설 현장에서는 각 2명, 뒤이어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한라 ▲금강주택 ▲양우건설 등 7개 건설사에서 각 1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공사 발주청 기준으로는 LH의 공사현장에서 2명, 국가철도공단, 강릉에코파워, 산림청, 울산시 남구, 원주시, 한국농어촌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해남군, 홍성군, 화순군에서 각 1명의 사망사고가 있었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법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직접관리하거나 도급․위탁한 공사현장에서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다하지 못해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 대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법이다.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안전 및 보건 확보책임은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 ▲재해 재발방지 대책의 수립 및 이행 ▲중앙행정기관 등이 관계 법령에 따라 개선, 시정 등을 명한 사항 이행 ▲안전․보건 관계 법령상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이다.
앞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사 및 발주처 CEO는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준수했음을 증명해야 한다. 만약 증명할 수 없거나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 처벌을 피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의무규정이 포괄적이고 모호하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의무규정이 구체적이지 않아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매출액 상위 1000대 비금융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대재해처벌법의 영향과 개정의견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의 56%가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명확한 안전보건의무 규정 마련’(37.5%)을 가장 필요한 개정사항으로 꼽았다.
업계에서는 안전사고를 줄여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법안이 실행될 경우 혼란을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법안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법안이 매우 포괄적이어 적용과정에서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준비가 부족한 건설사는 CEO 공백이 실제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사고는 회사와 근로자 양측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지 어느 한쪽에만 의무와 처벌을 부과해 막을 수 있는 사고가 아니다”라며 “법을 악용할 경우 허수아비 ‘바지’ 사장만 늘어나는 사태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러한 우려에 최대한 구체적인 의무규정을 시행령에 담아 부작용과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시행령에서 ▲리더십 ▲안전관리목표 ▲인력 및 조직 ▲위험요인 관리체계 ▲현장별 근로자 피드백 ▲협력업체 안전역량 등 6가지 사안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의무규정을 제시하겠다는 것.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달, 늦어도 상반기 중으로 시행령이 나오게 될 것”이라며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불필요한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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