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첫날 "충격 없다"는 당국…개미들 "증시 박살났다" 분통

공매도 첫날 "충격 없다"는 당국…개미들 "증시 박살났다" 분통

코스피200, 0.47% 하락…코스닥150, 3.12% 급락
개인투자자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
"공매도 상환 기간 정해달라" 청원도

기사승인 2021-05-04 06:45:02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의 주가지수 구성 종목에 대한 공매도가 1년 2개월 만에 부분 재개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에 설치된 화면에 코스피200 주가(빨간색)와 코스닥150 주가(파랑색) 그래프가 표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공매도 거래가 각종 보완장치를 마련하고 1년 2개월 만에 부분 재개된 가운데 금융당국과 개인투자자들이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재개가 국내 증시에 불안이나 충격으로 작용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시장이 무너졌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4일 주식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전날 재개한 공매도 거래로 인한 충격과 관련된 누리꾼들의 게시글이 쏟아지고 있다. 1조원을 넘는 공매도 물량이 출회하며 코스닥지수가 급락하고 코스피도 하락하는 등 적잖은 타격을 받은 탓이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1.64포인트(2.20%) 내린 961.81에 마감했고, 코스피도 20.66포인트(0.66%) 내린 3,127.20에 마쳤다. 각각 종가 기준 3월31일(956.17), 4월6일(3127.08) 이후 최저치다. 공매도 대상인 코스피200은 0.47% 하락해 코스피보다 덜 내렸으나 코스닥150은 3.12% 급락해 코스닥보다 더 떨어졌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재개가 국내 증시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진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윤수 금융위 자본시장정책관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재개 첫날 코스피가 약보합 장세를 보이는 등 큰 충격은 없었다"며 "공매도 거래대금 규모 자체는 조금 컸지만 전체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비중은 4.2%로 예년 추이와 비슷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주가가 하락한 것과 관련해서는 "공매도 영향이라기보다는 지난주 금요일 미국 증시가 하락했고 중국 경기 회복 지연에 대한 경계감 등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고 고 분석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뭐가 충격이 없나"며 반박한다. 이날 공매도 재개로 큰 타격이 없었다는 금융당국의 주장과 달리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본 개인투자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 금융위원회 블로그 주소, 민원, 관련 기사 링크 등을 공유하며 들끓고 있다. 

한 투자자는 "개미(개인투자자) 돈 뺏는 게 순기능인가"라면서 "부동산 시장 망쳐 놓더니 주식시장까지 박살 낸다"고 비판했다. 누리꾼들은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 "정말 화가 난다" "대선 때 두고 보자" "당하고 있을 수 없다" 등 댓글을 달며 공감하고 있다.

공매도 상환 기간을 두어야 한다는 의견도 쏟아졌다. 한 투자자는 "공매도를 없애기 힘들면 공매도 상환 기간을 개인과 똑같이 정하고 전산 시스템 등으로 불법 공매도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이날 '증권시장에서 개인이 아닌 기관에게도 공매도 상환 기간을 설정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개인은 공매도를 위한 주식 차입 시 수개월 이내에 무조건 되갚아야 하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제한이 없다"면서 "공매도가 우려워 개인투자자들은 투자를 꺼리게 되고 국내 우량 기업들의 주가는 외국 투자자들이 좌지우지하는 놀이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청원은 4일 오전 6시30분 현재 5167명의 동의를 얻었다.  

공매도 부분 재개가 이뤄진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공매도 모니터링센터에서 직원들이 공매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연합뉴스
이처럼 개인투자자들이 반발하는 것은 공매도가 부활하며 개인투자자에게도 문턱을 낮췄지만 여전히 큰손인 기관과 외국인투자자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공매도 첫날 바이오주를 중심으로 타격이 컸다. 코스닥은 바이오주가 시가총액 상위권을 자리하고 있어 코스피보다 타격이 컸다. 일부 종목을 중심으로 공매도가 집중돼 하락폭이 커졌고 이는 투자심리 악화로 이어져 주가가 떨어진 종목이 대거 속출했다. 

두 지수 모두 외국인과 기관이 순매도세를 보였다. 유가증권 시장에서 개인은 5877억원을 순매수하며 증시를 떠받쳤지만, 외국인은 4472억원을, 기관은 1392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개인이 1994억원을 순매수했으나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815억원, 549억원을 순매도하면서 지수를 끌어 내렸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공매도가 가장 많이 몰린 종목은 셀트리온이었다. 공매도 거래대금이 710억원을 기록했다. 이 여파로 셀트리온 주가는 6.2% 급락했다. LG디스플레이(0.82%), 신풍제약(12.18%), LG화학(2.68%), HMM(5.74%) 등도 공매도의 타깃이 주가가 하락했다. 

코스닥 시장에선 씨젠에 공매도가 가장 많이 몰렸다. 공매도가 290억원으로 가장 많았던 씨젠 주가는 8.01% 떨어졌다. 그다음으로 공매도가 많았던 셀트리온헬스케어(140억원) 주가도 5.97% 하락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공매도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통틀어 일일 공매도 거래대금(1조931억원) 중 87%가 외국인(9559억원)이었다. 기관과 개인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각각 1191억원, 181억원을 기록했다.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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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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