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챔프전] ‘신의 한 수’라는 말로도 부족한 ‘KGC의 설린저 영입’

[KBL 챔프전] ‘신의 한 수’라는 말로도 부족한 ‘KGC의 설린저 영입’

기사승인 2021-05-09 15:39:38
안양 KGC의 외국인 선수 제러드 설린저. 사진=한국프로농구연맹(KBL) 제공
[안양=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신의 한 수’라는 말로도 부족했다. 제러드 설린저는 KGC를 뒤바꿨다. 

안양 KGC는 9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 4차전에서 84대 74로 승리했다. 앞선 3차전까지 승리한 KGC는 챔프전 4전 전승으로 4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더불어 플레이오프에서 10전 전승으로 우승컵을 거머쥐는 최초의 기록을 세웠다.

설린저가 KGC의 우승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시즌 KGC는 외국인 선수로 인해 골머리를 앓았다. NBA 통산 7시즌 261경기를 소화한 얼 클락이 내외곽을 휘저으며 공격을 이끌거라 예상했지만 슈팅 일변도의 단조로운 플레이만 고집했고, 22경기만 소화한 뒤 결국 팀에서 퇴출됐다.

KGC는 클락의 빈 자리를 지난 시즌에 맹활약을 펼친 크리스 맥컬러로 메웠다. 하지만 몸 상태가 온전치 않았던 맥컬러는 지난 시즌만한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상대 외국인 선수들을 전혀 막아내지 못하고 넘어지기를 반복했다. 맥컬러 역시 21경기를 뛰고 KBL 무대를 떠냐야했다.

KGC의 3번째 선택은 설린저였다.

NBA 경력자 출신인 설린저는 정규리그 5라운드 막바지 KGC에 합류했다. 2012 NBA 신인 드래프트 전체 21순위로 보스턴 셀틱스에 지명된 설린저는 총 5시즌 동안 269경기에 출전, 평균 10.8득점 7.5리바운드 1.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후 중국프로농구(CBA)를 거쳤다.

득점력과 시야, 돌파 능력 등 흠 잡을 데가 없는 설린저는 당장 KBL에서도 통할 선수로 평가 받았다. 이전까지 쌓은 경력으로 치면 KBL에서 역대급 선수로 뽑을 만한 외인이다.

다만 최근 두 시즌을 부상으로 거의 소화하지 못하면서 경기력이 떨어진 상태였다. 김승기 KGC 감독은 설린저 합류 당시 “2년간 경기를 거의 뛰질 못했다. 여기에 2주 격리 후에 2일 연습하고 실전 경기를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걱정과는 달리 설린저는 KBL 무대를 밟자마자 폭격했다. 정규리그 10경기에서 26.3점 11.7리바운드를 거뒀다. 설린저 합류 후 KGC는 9승 2패를 기록했다. 한 경기는 결장. 설린저 합류 전 리그 5위였던 3위까지 뛰어오른 채 정규리그를 마감했다.

설린저가 합류하면서 KGC의 팀 스타일도 바뀌었다. 

설린저는 운동능력이 좋은 편은 아니다. 순발력이나 점프력은 다른 외국인 선수들에 비하면 부족한 편이다. 하지만 이를 슈팅 능력과 센스로 메웠다. 순간적인 판단도 뛰어난 선수다. 설린저는 상대가 기습적으로 협력 수비를 붙으면 침착하게 공을 빼줬다.

이전까지 앞선에서 강하게 압박해 공을 뺏은 뒤 속공을 펼치는 게 KGC의 컬러였지만, 설린저 합류 후에는 정교한 세트 오펜스로 스타일을 바꿨다. 설린저가 함께하면서 공격 기회가 월등히 늘어났고, 이는 국내 선수들의 성장 기회가 됐다. 변준형, 이재도, 오세근 등 국내 선수들은 설린저 합류 후에 “설린저가 있으니 편하게 농구를 한다”고 칭찬 일색이었다.

설린저의 맹활약은 플레이오프에서도 이어졌다. 플레이오프 6경기에선 30.8점 12.2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울산 현대모비스와 4강 플레이오프에선 2차례나 40득점 경기를 펼쳤다. 

플레이오프 6경기를 모두 승리로 마감하고 올라온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는 8점에 그치면서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히는 듯 했지만, 3차전에서 곧바로 20점을 올리며 괴수같은 회복력을 보였다.

마지막 경기인 4차전에서도 엄청난 화력을 뽐냈다. 설린저는 이날 42득점 15리바운드를 올리며 KGC의 3번째 우승을 인도했다. 설린저는 기자단 투표에서 86표 중 55표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챔피언결정전 MVP를 수상했다.

KGC의 역사를 새로 썼지만 설린저는 다음 시즌 국내 무대에서 볼 수 없을 전망이다. NBA 재진입 의지를 품은 데다 KGC에서 활약으로 몸값이 치솟아 다음 시즌엔 해외에서 뛸 확률이 높다. 설린저는 KBL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 가장 강한 임팩트를 남긴 선수로 남게 됐다.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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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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