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KGC는 9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 전주 KCC와 4차전에서 84대 74로 승리했다.
KGC는 6강 플레이오프부터 4강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까지 10연승을 거두면서 KBL 최초의 플레이오프 무패 우승을 달성했다. 또한 2016~2017시즌 이후 4시즌 만에 통산 3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선수단은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지만, 구단은 마냥 축제를 즐기고 있을 수 없다. 다음 시즌 전력 구상에 벌써부터 분주하다.
KGC는 4년 전 통합 우승을 차지한 뒤 FA(자유계약) 신분을 갖춘 오세근과 이정현을 두고 고심했다. 전성기 기량을 펼친 두 선수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솟았다. 두 선수를 모두 잡기에는 무리였고, 이정현을 KCC로 떠나보내야만 했다. 에이스를 잃은 KGC는 다음 시즌 정규리그 5위로 미끄러졌다.
이번에는 지난 4년 전보다 잡아야 할 인물들이 더욱 많다.
먼저 팀을 이끈 김승기 감독이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종료된다. 정규리그 도중 KGC가 김 감독과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거란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팀에게 우승컵을 안긴 만큼 재계약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선수 제러드 설린저의 잔류는 KGC의 비시즌 최대 숙제다.
정규리그 막바지 팀에 합류한 설린저는 KGC의 우승을 이끈 일등 공신이다. 챔피언결정전 4경기에서 23.3점 13.8리바운드를 기록한 설린저는 기자단 투표에서 86표 중 55표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챔피언결정전 MVP를 수상했다.
KGC 관계자들은 시즌 중반에도 설린저에게 잔류를 설득했다. 김 감독은 우승 직후 “(다음 시즌에도) 같이 하자고 계속 꼬시고 있다. 그랬더니 영구결번을 해달라더라. 한 시즌 더 우승하면 해주겠다고 했다”라며 “설린저의 잔류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본인도 해외에서 뛰고 싶은 욕심이 있을 것이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설린저는 NBA 재진입 의지를 품은 데다 KGC에서 활약으로 몸값이 치솟아, 현재로선 다음 시즌엔 해외에서 뛸 확률이 높다. 설린저는 우승 기자회견에서 “현재는 우승한 순간을 최대한 즐길 것이다. 이후 집에 돌아가서 가족들과 함께 충분히 이야기를 해보고 거취를 결정할 생각”이라며 “내 뜻을 밀어붙이기 보다는 가족들과 충분히 대화를 한 후 할 수 있는 최고의 결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FA 자격을 얻은 이재도도 고민거리다.
이재도는 KGC에서 리그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이전에 약점으로 꼽혔던 어시스트 능력도 KGC에서 보완됐다. 챔피언결정전에서 4경기 평균 31분3초를 소화하며 14.5득점 3.5리바운드 6어시스트 1.3스틸을 올렸다. 우승을 확정지은 4차전에서는 10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기도 했다.농구 관계자들 사이에선 많은 팀들이 이재도 영입을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전년도 이재도의 보수는 3억원. 보수 30위 이내 선수라 영입할 경우 보상선수 1명과 보수의 50% 혹은 보수의 200%를 지불해야 하지만, 리스크를 감수하고 영입전에 뛰어들 가치가 충분하다고 보는 구단이 많다.
KGC도 이재도 잔류에 총력전을 펼칠 생각이다. 마침 다음 시즌부터 샐러리캡을 초과해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캡’ 제도가 도입된다. KGC가 샐러리캡 압박에서 벗어나 이재도에게 많은 금액을 제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이재도는 “마음을 비우고 물 흐르듯 이치에 맞게 임하겠다. 오는 11일에 FA 설명회가 열린다고 들었는데 처음이라 잘 모르겠다”라며 “형들에게 물어봐도 답이 안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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