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교육 현장을 바꿨다. 학력 저하와 교육 양극화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5일까지 전국 유·초·중·고·대학 교원 799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스승의날 기념 교원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설문조사에는 코로나19로 변한 학교 현장의 교육 실태, 향후 과제 등의 내용이 담겼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원들은 공교육이 봉착한 문제점으로 ▲학생 간 교우관계 형성 및 사회성·공동체 인식 저하 35.1% ▲취약계층의 학습 결손 및 교육 격차 심화 27.7% ▲학력 저하 및 기초학력 미달 학생 증가 21.6% 등을 꼽았다. 이 중 교육 격차, 학력 저하 문제가 전체 답변의 49.3%를 차지했다. 전체 응답자 85.8%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교육 활동 과정에서 어려움이 커졌다고 답했다.
현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교원들의 불안감도 커졌다. 코로나19 발생 이전과 견주어볼 때, 학생 간 교우관계 형성이 어려워졌다는 의견이 나왔다. 경기 한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홍모(50·여)씨는 “과거에는 다양한 수업 방식을 통해 학생들이 쉽게 친해지고 협동심을 기를 수 있었다”면서 “지금은 대면 수업을 진행한다고 해도 제약이 많은 편이다. 학생들이 어울릴만한 여건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학습격차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인천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신모(38·여)씨는 “배움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하는 초등학생의 경우, 학습 동기 부여가 중요하다”며 “코로나19 전후를 비교했을 때, 도움이 필요한 학생에게 지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학생들 간 학습격차가 커진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대학교수인 김모(46)씨도 “대면 수업에서는 문제가 없던 학생들도 집중력이나 이해도가 떨어진 게 느껴진다”며 “교육의 위상과 체계도 무너진 것 같아 마음 아프다”고 토로했다.
통계수치도 이를 증명한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20 학생역량 조사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의 학생역량지수가 각각 65.47점, 65.63점으로 집계됐다. 2016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학생역량지수는 자기관리, 지식정보처리, 창의적 사고, 심미적 감성, 의사소통, 공동체 역량 등 6개 분야 점수를 합산한 것이다. 교육개발원은 2016년부터 5개년 계획으로 학생들의 역량지수를 측정해왔다.
지난달 26일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발표한 ‘2020년 학력 격차’ 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이후 학력 양극화 현상이 심화했다. 고교에서는 상위권과 중위권 학생의 비율이 줄고 하위권이 크게 증가했다. 2019년 1학기 학업성취도는 상위권(18.5%), 중위권(54.8%), 하위권 (26.7%)이었지만, 지난해 1학기는 상위권(17.2%), 중위권(50.4%), 하위권(32.4)로 하위권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계는 대책 마련을 위해 나섰다. 교육부는 3개 시·도교육청과 공동으로 관련 연구를 착수할 방침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학생들의 학업, 정서, 신체 발달 등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는 종단 연구다. 학생들의 학업 공백이 이어지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해당 연구는 올해부터 3년 단위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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