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선운사 주지 경우스님

[인터뷰] 선운사 주지 경우스님

“인류가 함께 하면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도 이겨낼 수 있어”
불교가 꿈꾸는 ‘원융무애’ …바다와 같이 평등한 세상

기사승인 2021-05-17 17:26:35
고창 선운사 주지 경우스님

[쿠키뉴스] 김영재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인이 1년 넘게 지쳐가고 있는 가운데 ‘생로병사’에 근심하는 인류에 근원적 물음에 큰 가르침을 남긴 석가모니 부처님이 오신 날은 올해로 2565주년을 맞았다. 
특히 올해 부처님 오신 날이 특별한 까닭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몸도 마음도 지친 이들에게 전하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설파가 그 어느 때보다 더 큰 울림을 전하는 때문이다. 
전북의 천년고찰 선운사 주지로 부처님 말씀을 따라 용맹정진하고 있는 경우스님을 찾아 부처님이 전한 거룩한 불법과 코로나19로 지친 이들에게 전하는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들어봤다. 

-불기 2565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도민들에게 인사말씀 부탁드립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의료와 방역업무에 애쓰시는 의료인 및 보건, 방역관계자분들께 먼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모든 것은 무상하여 영원하지 않다’고 하셨으니 우리의 평범한 삶을, 전 세계인의 삶을 강타한 코로나19도 역시 모두가 한마음으로 소통하면서 이겨낸다면 분명코 코로나19도 제멸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세계는 지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감염병 공포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2년째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느라 지친 국민들은 ‘코로나블루’라는 생경한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부처님 말씀 중에 국민들에게 위로와 치유가 될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난 한해는 ‘코로나19’ 시국으로 사회 각계각층에서 유난히 힘든 시기였습니다. 1년 정도 지나면 백신이 개발되어 다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작은 희망으로 긴 한해를 버텼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바람대로 올해는 개발된 백신이 보급이 시작되어 조금이나마 안도가 됩니다만, 각종 매체에서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의 발병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앞날을 알지 못하는 우리 중생은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경전에 ‘땅에서 넘어진 자는 땅을 의지해서 일어나야 한다’라는 부처님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결국 우리 인류는 이번 위기도 극복하고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여 미래로 나아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러한 믿음으로 국민 여러분의 가정과 사회에 항상 불보살님의 가피가 있으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선운사의 겨울 설경

-천년고찰 선운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 본사(本寺)로 전북 불교의 중심에서 민중을 이끌어왔습니다. 우리나라 불교 역사에서 선운사의 역사적 의미와 종교적 위상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요.

“선운사는 577년(백제 위덕왕24년)에 ‘오묘한 지혜의 경계인 구름[雲]에 머무르면서 갈고 닦아 선정[禪]의 경지를 얻는다’ 하여 절 이름을 ‘선운(禪雲)’이라 지었다고 전합니다. ‘검단선사’가 창건했다고 전하며 이후 정유재란으로 전소된 사찰을 1619년에 중창하며 조선 후기에는 요사채 189개와 암자 89개를 거느린 큰 절이었습니다. 
전북지역에 오랜 역사와 빼어난 사계절 자연 풍광으로 사시사철 참배와 관광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며, 특히 500년 넘는 동백나무들의 군락이 천연기념물(제184호)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습니다. 
지장보살 도량으로 선운사 금동지장보살좌상(보물 제279호), 도솔암 금동지장보살좌상(보물 제280호), 참당암 석조지장보살좌상(보물 제2031호) 삼지장보살님 등 작년에는 만세루(보물 제2065호)까지 보물로 지정돼 매우 기쁩니다.
만세루는 사찰 누각으로는 흔히 볼 수 없는 가장 큰 규모인 정면 9칸입니다. 정면 9칸이라는 규모와 만세루에 있는 구시(구유)를 보면 만세루 누각이 지어진 사격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고창군이 지역의 문화유산의 가치를 국내에 국한된 범주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수준까지 끌어올리며 ‘품격 있는 역사문화관광도시’로 노력하고 있는 만큼, 문화재를 많이 소장하고 있는 우리 선운사의 역할도 앞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도과 수행 복지 문화공동체’라는 슬로건으로 지역사회에서 보살이 중생의 근기에 따라 이웃과 이익을 같이하면서, 고락을 같이하고 화복을 함께 하는 자리이타의 실천하면서 제24교구본사의 역할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고창 선운사는 봄이면 붉게 물드는 동백꽃도 유명하고, 고즈넉한 산사에서 고요한 참선으로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템플스테이’에도 전국에서 많은 방문객이 찾고 있습니다. 

“선운사 템플스테이는 ‘도솔암 가는 길’ 중간쯤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템플스테이는 세계인들에게 한국전통문화체험을 통해 한국의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몸과 마음이 자양분이 되고, 우리를 우리답게 하는 전통문화로 소통하는 곳입니다. 
선운사템플스테이는 선운사만에서 느낄 수 있는 체험형으로 특화프로그램을 도출하고자 연수국장스님과 실무자들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선운사 안에서 자생하는 녹차잎으로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으며, 지장도량 삼지장(선운사-참당암-도솔암) 보살님을 만날 수 있는 ‘선운사에만 있다’라는 프로그램을 6월부터 기획하고 있습니다. 
선운사의 전통문화는 문화재도 많지만 바로 천연자원의 녹차밭과 동백, 꽃무릇, 송악, 장사송 등 을 보며 자연과 내가 둘이 아니고 하나임을 ‘회광반조’ 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사찰음식으로 심신 건강을 증대시키고 문화시대에 불교 문화를 통해 불교가 친근하게 느껴지고, 신심과 생활의 원동력이 찾을 수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습니다.  
도솔산 자연 속에서 잠시 일상을 내려놓고 쉬었다 가실 수 있는 휴식형도 있습니다. 템플스테이가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신체적 활동도 적은 템플스테이가 짧은 기간만으로도 충분히 뇌를 변화시키고,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 정신건강 유지에 큰 도움이 되어 회복탄력성이 증가된다고 합니다. 잠시 시간 나실 때 선운사템플스테이에 한번 다녀가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전북 불교계를 대표하는 큰 스님들과 그들의 뒤를 이어 전북의 불교를 이끌어나갈 스님들은 어떤 분들이 있는지요. 

“김제 금산사 조실이신 월주 스님께서는 1961년 26세 때 금산사 주지가 되셨습니다. 제17대, 28대 총무원장을 두 차례 역임하셨으며, 현재 총무원장스님의 은사스님이시기도 하시지요. 그리고 선운사에도 산중원로 재덕큰스님, 대종사이신 재곤큰스님과 대우큰스님도 계십니다. 대덕스님들께서 자리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저희들에게는 힘이지요. 또한 전북 지역의 선운사와 금산사 2대 교구본사 스님들이 보이지 않게 제방선원에서 일도양단할 때까지 공안을 참구하고 정진하시는 불철주야 본분사를 잊지 않은 눈 푸른 납자 스님들도 많이 계십니다.” 

동백꽃 물든 선운사의 봄 풍경

-한국 불교의 큰 스님 성철 스님의 법문과 법정스님의 ‘무소유’ 설파는 국민적 공감을 얻으면서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우리시대 불교가 꿈꾸는 세상과 종교적 미래는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요.  

“한국 불교는 삼국시대에 처음 들어와서 고려에 이르기까지 약 천년동안 나라가 앞장서서 장려했던 종교입니다. 고구려시대 이불란사를 창건한 것이 한국 불교의 시초가 되었으며, 백제시대에는 마라난타, 그리고 신라시대 불교의 융성으로 찬란한 발전을 해왔습니다. 
역사적으로 전북 불교뿐만 아니라 장구한 불교역사라는 초석이 있고, 석가 세존의 근본교리인 자각 · 각타 · 각행원만을 바탕으로 삼고, 직지인심 · 견성성불 · 전법도생을 종지로 삼고 있습니다. 
종단개혁불사 이후 종단은 안정되고 승가 교육은 현대화되고, 포교와 복지에도 힘을 써 왔습니다. 정보화시대 속에 현대사회에서 불교가 나아갈 방향은 타인을 이타적으로 섬기고 남을 해치지 않는 것이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이기에 불교에서 모든 존재의 근원적인 모습은 걸리고 편벽됨이 없이 가득하고 만족하며 완전히 일체가 되어 서로 융화하며 장애가 되지 않는 ‘무릇 중생의 마음은 융통하여 걸림이 없는 것이니, 태연하기가 허공과 같고 잠잠하기가 오히려 바다와 같으므로 평등하여 차별상이 없다’는 원융무애(圓融無礙) 사상이 불교가 꿈꾸는 세상이 아닐까요.”

-고창 선운사에서도 가까운 정읍 내장사 대웅전이 승려의 방화로 전소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승려가 사찰에 불을 냈다는 데 많은 국민들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먼저 국민과 불자들에 걱정과 심려를 끼쳐 거듭 참회의 말씀을 드립니다. 9년 전 화재로 인해 대웅전이 소실되었고, 그 아픔을 극복하고자 사부대중의 원력으로 대웅전 불사를 완료하여 출가수행자들에겐 수행의 근본이자 지역민들에겐 정신적 위안처였던 대웅전이 또 다시 화마에 휩싸이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화재가 발생한 배경이 사찰 내부 대중의 방화로 알려져 국민과 불자님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충격과 당혹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출가수행자로서 탐진치 삼독의 번뇌를 끊지 못하여 고의로 방화를 한 행위는 그 무엇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입니다. 
종단과 긴밀히 협조하여 한 사찰의 유지관리에 문제는 없었는지에 대해서도 세심히 살피고 있습니다. 나아가 출가수행자의 정체성 확립과 승풍 회복을 위한 긴급 점검을 실시하여 다시는 이와 같은 일들이 발생 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국민과 불자님들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 드리게 된 것에 대해 지면을 통해 다시 한 번 참회를 드립니다.”

-불교국가인 미얀마 국민들이 군부쿠데타에 맞서 싸우다 큰 희생을 치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도 광주 5.18 민주항쟁으로 군부의 탄압에 큰 희생을 치른 경험이 있어 아픔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미얀마 국민들과 우리 국민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미얀마 군부를 규탄하고, 미얀마 민주화운동 지지와 인권 보호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135개의 소수민족으로 이루어진 미얀마 군부는 소수민족을 장악하기 위해 강제 철거, 방화, 납치, 인신매매 등 무력적으로 전쟁을 했습니다. 쿠데타로 인해 민주화를 꿈꾸던 수많은 시민들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인구 전체의 88%가 불교의 전통을 이어오던 미얀마는 공덕 불교를 추구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국민들 대부분이 예경을 하고, 탁발을 하는 스님들께 공양을 올리며 선업을 쌓고 있습니다. 
미얀마 승가가 국가적 존망의 위기에서 공익을 확신으로 비폭력저항운동을 주도하는 이유는 하루빨리 시민의 기본권 존중과 미얀마의 평화와 민주주의가 회복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일 것입니다. 미얀마 난민 이주민들이 한국에 온 이유도 투쟁으로 민주화를 실현한 나라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불교국가 미얀마 국민의 민주화 항쟁이 하루빨리 성취되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도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 불기 2565년 ‘부처님 오신 날’ 즈음하여 ‘아름다운 산하 웅비하는 생명의 쉼터 천년전북‘ 도민들이 고통도 나누면 희망이 되는 것처럼 소외된 이웃의 아픔을 함께하며 지혜의 힘으로써 희망과 치유의 나날이 되시길 바랍니다. 또한 국민이 화합하고 세상의 안녕과 평화를 함께 기원합니다. 마지막으로 쿠키뉴스가 정보화시대에 발 빠르게 도민들에게 다가가는, 신뢰받는 언론사가 되기를 바랍니다.

▷경우스님이 걸어온 길 

경우 스님은 선운사에서 태허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85년 자운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수지, 1989년 자운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만일사, 장경사 주지를 비롯해 총무원 사서국장, 호법국장, 감사국장, 사서실장, 중앙종회 사무처장 제14, 15대 중앙종회의원 등을 지냈다. 현재 동국대학교 이사,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선운사 주지 소임을 맡고 있다. 

jump0220@kukinews.com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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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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