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유혈 충돌이 격화됐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민간인 사망자가 200명을 넘어서면서, 전쟁범죄를 우려하는 국내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을 규탄하는 115개 한국시민사회 단체 소속 회원들은 서울 종로구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총, 사단법인 아디, 팔레스타인평화연대, 참여연대 소속 회원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이스라엘이 현재 가자지구 내 방송국, 전기와 수도 시설 등 민간시설까지 무차별적인 폭격을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손에는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학살을 멈춰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폭격을 즉각 중단하라”가 적힌 플래카드가 들렸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학살 중단을 촉구했다. 사단법인 아디 이동화 활동가는 “이스라엘은 250만 명의 민간인이 사는 가자지구에 무차별적 폭격을 하고 있다”며 “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충돌이 아닌 일방적 학살이며, 명백한 전쟁범죄”라고 질타했다. 이어 “청소년을 포함한 민간인 사망자가 연일 증가하고 있다. 팔레스타인과 끝까지 연대하겠다”고 목소리 높였다.
한국 정부의 책임을 묻는 발언이 나왔다. 이영아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활동가는 “한국 정부는 가자지구 폭격이 시작된 지 이틀이 지난 시점에 이스라엘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정식 체결했다”며 “이스라엘과의 FTA를 즉각 파기하고 무기 금수 조치를 부과하라”고 촉구했다.
국제사회를 향한 비판도 제기됐다. 반복적인 가자지구 침공과 민간인 학살을 주도한 이스라엘을 두둔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들 단체는 “미국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은 ‘방어권 행사’라고 지지하고 있다”며 “유엔 안보리 휴전 요청 결의안 통과를 부결시키고, 예정되어 있던 무기 지원을 그대로 단행했다”고 꼬집었다.
끝으로 단체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군사 점령지 전역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들은 “이스라엘은 당장 가자지구에 대한 폭격을 멈춰야 한다”며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전역을 지배하고 있는 한 언제든 폭격을 재개할 수 있기 때문에 팔레스타인 군사 점령지 전역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직후 참석자들은 한국 시민사회단체의 서한을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에 전달했다.
이스라엘군과 하마스의 충돌은 2014년 50일 동안 이어진 가자전쟁 이후 최대 규모다.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공습은 계속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피해는 커지고 있다.
가자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 열흘간 팔레스타인인 최소 219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가운데 어린이 63명과 여성 36명이 포함됐다. 부상자는 16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6곳과 보건소 9곳 등 450채의 건물이 파괴됐다.
이스라엘의 인명 피해는 훨씬 적었다. ‘아이언돔’으로 불리는 공중 방어 시스템이 하마스의 로켓포 공격을 대부분 막아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당국은 이스라엘에서 어린이 두 명을 포함해 12명의 주민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휴전을 촉구하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최측근 동맹인 헝가리를 제외한 26개 EU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지난 19일 긴급회의 이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휴전을 촉구했다.
hoeun231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