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한강에서 실종 엿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고(故) 손정민(22)씨 관련 의혹을 풀기 위해 경찰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목격자 휴대폰 포렌식 작업까지 이뤄지며 일각에서는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경찰은 고 손씨 양말에서 나온 흙과 인근 잔디밭, 육지와 물 경계의 흙 등을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토양성분 비교 분석을 의뢰했다. 함께 술을 마신 A씨 옷에 묻은 흙과 한강 지점별 흙 성분을 비교·분석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아울러 사고 당일인 지난달 25일 오전 4시33분 야경 사진을 찍었던 목격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추가로 찍힌 사진이 없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포렌식 작업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과잉 수사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다. 인력 낭비가 심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경기 용인에 거주하는 김모(48)씨는 “왜 목격자 휴대폰까지 포렌식 작업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경찰 행정력과 세금만 낭비되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목격자 제보가 줄어 수사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24·여)씨는 “좋은 마음으로 제보한 목격자는 무슨 죄로 휴대폰까지 반납해야 하냐. 공범으로 보는 거냐”며 “이번 선례로 인해 누구도 나서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티즌 사이에서도 “이러면 앞으로 누가 제보를 하겠냐”, “공익을 위해 제보한 목격자 휴대폰을 왜 포렌식 하는지 모르겠다”, “공권력 낭비 아니냐”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전문가는 수사 중 목격자 휴대폰 포렌식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밝혔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손씨 사건과 관련한 허위 사실들이 난무하고 있다. 목격자 휴대폰을 포렌식한 이유도 단서를 확보하기 위함일 것”이라면서도 “다만 흔한 일은 아니다. 동의를 구해 진행해도 목격자가 불쾌해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정수 디지털과학수사연구소 소장은 “디지털 포렌식은 범죄증거를 찾아내기 위한 수사기법 중 하나”라면서 “블랙박스 포렌식 작업은 일상적으로 이루어지지만, 목격자 휴대폰 포렌식 작업까지는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고 손씨 실종 당일인 지난달 25일 오전 4시40분쯤 반포한강공원에서 강에 잠겨 서 있는 사람을 봤다는 목격자 진술을 확보해 진위를 파악 중이다. 해당 목격자들은 친구 A씨가 머문 현장 인근에서 낚시를 한 모임으로 전해졌다. 이들 일행 중 1명이 “사람 들어간다”고 외쳐 나머지 5명이 같은 장면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장면을 본 5명은 모두 입수자가 남성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입수자의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다.
고 손씨 실종 당일인 지난달 새벽 24~25일 실종신고가 63건 접수됐다. 이중 현재까지 소재가 확인되지 않은 남성은 6명이다. 경찰은 현장의 추가 목격자가 있는지 확인 작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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