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세종시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사과 순례’라는 제도를 운영해 논란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학생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세종시 주민들이 모인 지역 커뮤니티에는 25일 한 학부모가 조언을 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자녀가 A 고등학교 재학생이라고 밝힌 작성자에 따르면, A 고등학교에서는 사과 순례 제도를 운영 중이다. 사과 순례 제도는 징계 처분 중 하나다. 잘못을 저지른 학생이 담임, 교감을 포함해 교사 15명을 찾아가 잘못을 설명한 뒤 서명을 받아오도록 하는 제도다. 반성문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
작성자는 사과 순례 전용 문서와 반성문 사진을 함께 올렸다. ‘선생님께 사과 순례’라는 제목의 문서에는 ‘위 학생의 사과를 받아주시는 의미로 아래 칸에 사인을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는 내용이 담겼다. 총 15개의 교사 서명란에는 교감 선생님과 학생부 선생님이 포함됐다. 반성문에는 위반 내용과 반성 내용 항목이 담겼다.
작성자는 사소한 잘못을 한 학생도 사과 순례를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높다는 설명이다. 작성자는 “듣기만 해도 수치스럽지 않나.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얼마나 큰 잘못을 하면 사과 순례를 시키나 싶었다”며 “알고 보니 지각 두 번이 사과 순례의 이유였다”고 토로했다.
이어 “성인도 회사에서 잘못했을 때 선임 15명에게 시말서를 제출하라고 한다고 하면 진절머리 날 것”이라며 “아이들에게 수치심이 들게 해서 교칙 위반을 막는 게 진정한 훈육이냐”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학생 인권 유린이라고 생각한다. 조언 및 의견 부탁드린다”고 글을 맺었다.
학교 측 입장은 어떨까. A 고등학교 교무실 관계자는 26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교육청에 관련 민원이 제기돼 답변을 기다리는 상태다. 내부에서도 논의를 진행 중이다”라며 “다만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은 일부 과장된 측면이 있다. 교육청 답변을 받으면 입장문을 정리해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는 사과 순례 제도가 학생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공현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활동가는 “징계 차원의 반성문 제출 요구는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굴욕적 방식을 통한 징계는 바람직하지 않다. 해당 학교는 사과 순례 제도를 철폐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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