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25)의 재판이 시작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오권철)는 1일 오전 11시 302호 법정에서 살인·절도·특수주거침입·정보통신망침해·경범죄처벌법 위반죄 등 5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태현의 첫 공판 기일을 열었다. 공판기일은 피고인이 의무적으로 출석해야 한다.
김태현은 초록색 수의를 입고 마스크, 페이스쉴드를 쓴 채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재판정에는 코로나19로 제한된 방청석 이외 방청객들의 출입을 제한했다. 방청석 28개 가운데 피해자 가족 등 10명이 참석해 재판을 지켜봤다.
김태현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깊이 반성한다”며 “피고인의 행동으로 유가족이 아픔을 겪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다”고 했다.
피해자 A씨를 제외한 여동생과 어머니를 살해한 것은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처음부터 첫 번째, 두 번째 피해자를 살해할 계획은 없었다고 한다”며 “범행 이후 도주하지 않고 자살하려고 했던 점을 참작해달라”고 요구했다. 해당 주장을 들은 유가족 중 1명은 “김태현, 진실을 얘기해라”고 오열하며 소리쳤다.
변호인은 김태현의 살해 동기도 밝혔다. 그는 “A씨가 연락을 차단해 배신감을 느낀 것 때문이 아니다”라며 “가까운 친구였다고 생각한 A씨가 친구들에게 자신을 험담한다고 생각해 배신감과 분노에 이르러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했다.
김태현은 동부구치소로 수감 된 이후 국민참여재판 불희망 의사를 밝혔다. 반성문도 총 4차례에 걸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공판을 방청한 유족은 김태현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호소했다. 의견진술 기회를 얻은 유족은 “저 살인마가 사람 세 명을 죽여놓고 자기는 살고 싶어서 반성문 쓰는 거 자체가 어이없다”며 “재판부는 김태현이 사회에 나와서는 안 된다는 걸 증명해달라”며 흐느꼈다.
A씨의 고모인 김모씨는 “김태현은 온 국민이 경악을 금치 못하는 살인마다. 3심을 거치는 것 자체가 손실”이라며 “기회를 주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긴다. 사형제도가 다시 부활할 수 있게끔 해달라”고 호소했다.
김태현은 재판 진행 내내 유족 측이 앉은 방청석 쪽에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덤덤한 표정으로 시종일관 정면만 응시했다.
김태현 변호인은 재판 직후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피고인은 죄책감과 후회로 괴로워하고 있다”며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수사 초기부터 반성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김태현은 지난 3월23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한 아파트를 찾아 차례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A씨의 집에 찾아가 상품 배달을 가장해 A씨 동생을 살해했다. 이어 귀가한 어머니와 A씨까지 차례로 살해했다.
김태현은 지난해 11월 온라인게임을 통해 알게 된 큰딸 A씨가 만남을 거부하고 연락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다. A씨의 근무 일정을 미리 확인하고 범행 후 갈아입을 옷까지 미리 준비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
또 경찰에 검거될 때까지 사흘간 범행 현장에 머물러 A씨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내용을 삭제했다. 자신의 휴대전화를 초기화하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
다음 공판기일은 오는 29일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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