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의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기자수첩] 의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기사승인 2021-06-03 04:46:01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수술실 내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데 절대 불가한 일이라고 본다. 대부분의 수술실은 PA라고 부르는 간호사가 레지던트, 인턴 역할을 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의료법상 불법이다. 수술을 하면 수술시간, 수술기구, 마취약, 의사, 간호사 등 모든 게 기록에 남지만 수술에 참여한 PA만은 기록할 수 없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확인할 길이 없다. 체계화된 정식교육이 없으니 실력도 들쑥날쑥하다.” 

한 수술실 간호사의 말이다. 수술에 참여하는 의료인들이 ‘의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불법’ 의료행위에 노출돼 있다. 

미국 등에서 PA(Physician Assistant‧진료보조인력)는 공인된 면허를 가지고 의사의 감독 하에 의료행위를 보조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의료법상 존재하지 않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병원에서 존재하는 직역이다. 대개 간호사 위주로 구성되며, 의사는 아니지만 처방·의무기록 작성·시술·수술 등 의료법상 의사가 해야 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의료계는 PA양성화를 반대하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PA간호사들은 의사의 지시 하에 불법적인 의료행위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언급한 수술실 간호사가 ‘수술실 내 CCTV 설치’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낮은 의료수가로 인해 ‘박리다매’식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다보니 집도의 한명이 처음부터 끝까지 수술의 전 과정에 참여하는 경우가 적고, 전공의나 수련의가 없는 병원에서는 PA간호사나 간호조무사 등의 손이 필요한데도 현행법상 ‘불법’이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을 공개적으로 드러낼 수 없기 때문이다.

PA 문제는 환자안전뿐만 아니라 간호사들의 인권문제와도 연관된다. 이들은 수직적인 구조상 간호사라는 이유만으로 의사의 지시에 따라 불법 의료행위를 해야 하고, 업무를 인정받지 못한 채 법적 보호마저 받지 못하고 있다.

그 누구도 불법을 강요할 권한이나 권리는 없는데 의료현장에서는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PA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것이든,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범위 및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는 것이든 어떤 식으로든 불법 영역을 없애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의료계가 PA로 인한 ‘의료의 질 하락’을 우려하고 있는 만큼 이를 공론화시켜 답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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