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일 터지고 나서야” 공군 女부사관 성추행… ‘뒷북’ 대응 논란

“항상 일 터지고 나서야” 공군 女부사관 성추행… ‘뒷북’ 대응 논란

기사승인 2021-06-03 17:10:57
 2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영안실에 안치된 고(故) 이모 중사의 주검 앞에 영정사진이 놓여 있다.연합뉴스 

[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이성용 공군참모총장이 공군 지휘부에 성범죄를 ‘무관용 원칙’으로 다루라고 지시했다. 고(故) 이모 중사가 성추행 사건으로 고통을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한 뒤에서야 나온 조치다.

이 총장은 3일 “군 수사기관은 성범죄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최대한 엄정하고 강도 높게 수사하라”며 “2차 가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피해자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조치하라”고 말했다. 

앞서 공군 20전투비행단 소속 이모 중사는 지난 3월 동료 장모 중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이모 중사는 다음날 부대 군사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가해자 간 분리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부대 상관들로부터 조직적인 회유가 이어졌다. 이모 중사는 결국 지난 22일 부대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공군 군사경찰단은 이모 중사가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된 당시 ‘단순 사망’으로 최초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 조사본부에 성추행 피해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사건을 규명할 핵심 증거인 가해자의 휴대전화도 지난 31일에야 확보했다.

관련 조치는 성추행 피해가 발생한 지 석 달 만에야 이루어졌다.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공군 20전투비행단 소속 여성 부사관 성추행 사건 피의자인 장모 중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 모 중사는 서울 용산구 국방부 영내에 있는 근무지원단 미결수용실에 구속 수감됐다.
유족측 김정환 변호사(가운데)는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 고소장을 제출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은폐의 중심에 있는 부사관들을 직무유기, 강요미수 등으로 추가 고소한다"며 "이 가운데 별 건의 강제추행 피해도 1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군검찰은 성추행 상황을 원점에서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피의자 장 모 중사 외에 회유·은폐 가담자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20비행단 군사경찰의 초동 부실 수사 의혹도 규명한다. 공군본부 차원의 조치 및 피해자가 전출 간 15특수임무비행단이 피해자 보호에 미흡한 부분이 없었는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다른 군내 피해 사례를 미리 파악하는 조치도 진행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오는 16일까지 2주간 ‘성폭력 피해 특별신고기간’을 운영한다. 장병 개인이 성폭력을 입은 피해 당사자뿐만 아니라 목격자도 접수 가능하다. 

일각에선 뒤늦은 땜질식 대응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온라인상에서는 “항상 일 터지고 나서야 난리다”, “평소에나 잘해라”, “조사하면 뭐 하냐. 제대로 처리된 적 있었냐” 등의 지탄이 쏟아졌다. 

시민단체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를 방문해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3개월 가까운 시간이 지나도록 군은 무엇을 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가해자는 협박을 일삼고 가해자 가족들도 피해자를 압박했다”고 비판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역시 성명서를 통해 “한 사람의 삶을 한순간에 무너뜨린 이번 성추행 사건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2일 밝혔다.

관련 청원도 등장했다. 지난 1일 ‘대한민국 공군 여중사를 죽게 만든 관련자를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비행단장의 해임과 관련자들 처벌 및 직위 해제, 대대적인 감사와 엄정한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한다”며 “전면적인 육해공군해병대 여성 부사관 성범죄에 대한 실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성 군기 위반이 드러난 간부 처벌 및 부대 해체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hoeun2311@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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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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