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가수 유승준(스티브 승준 유)이 한국 비자 발급 거부 처분이 위법하다며 주로스앤젤레스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행정 소송이 시작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정상규 부장판사)는 3일 오후 유씨가 주LA총영사관 총영사를 상대로 낸 여권·사증발급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소송에서 재판부는 양측의 주장 요지를 확인했다.
유씨 측 변호인단은 행정청이 비자를 발급해 줄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대법원에서 비자(사증) 발급 거부가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는 이유에서다.
유씨 측 대리인은 “유씨는 병역을 면탈하기 위한 목적으로 취득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첫 입국 거부 처분이 20년째 이어지고 있는데, 이렇게 문제 될 사안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LA총영사가 추상적인 규정을 적용해 비자 발급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씨 측 변호인은 “대법원 판결은 비자를 발급해줘야 한다는 취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며 “행정청이 재량권을 행사할 때 따라야 할 기준도 제시했는데, 이를 무시하고 판례 귀속력에 반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2002년부터 비자 발급 거부 사유를 병역 면탈로 얘기했다. 이번에는 국가 안전 보장과 공공복리라는 추상적인 이유로 거부했다”며 “일반적으로 추상적인 규정을 적용할 때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 판단이다”고 주장했다.
유씨에 대해서만 기한 없이 비자 발급을 거부하고 있는 점이 평등 원칙과 비례 원칙에 반한다고도 주장했다. 아울러 법무부에 사실조회를 신청했다. 유씨 비자 발급을 거부하는 과정에서 어떤 법적 검토가 있었는지 알기 위함이다.
유씨 측 주장에 피고 측은 대법원 판결이 반드시 비자를 발급해줘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피고 측 변호인은 “대법원 판결 취지는 재량권을 적법하게 행사하라는 게 아니라 행사하지 않은 것을 문제로 본 것 ”이라며 “미국이나 일본 등 사례를 보면 비자 발급에 대해선 사법적 판단을 가지고 있다. 행정부의 광범위한 재량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씨가 여전히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피고 측 변호인은 “행정청은 비자 발급으로 인해 발생할 파장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유씨만이 아니라 병역 회피 목적으로 국적을 포기한 사람에 대해서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제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의 입장을 확인한 재판부는 유씨 측에 “재외 동포에게 한국 입국의 자유가 헌법상 기본권의 자유라고 볼 수는 없는데 이를 어떻게 볼 것인지 분명히 해 달라”고 당부했다.
LA 총영사관 측에는 “재외동포법에 따르면 병역 기피 목적으로 외국인이 된 사람도 38세 이후에는 한국 체류 자격을 주는데, 이 사건과 관련이 없는지 검토해달라”고 했다.
유씨는 과거 병역 의무 회피를 목적으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후 지난 2002년 한국 입국이 제한됐다. 그는 이후 재외동포 입국 비자로 입국을 시켜달라고 신청했으나 거부당했다. 지난 2015년 행정소송을 내 작년 3월 승소 판결을 확정받았다.
첫 소송 당시 1·2심은 비자 발급 거부가 적법하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유씨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대법원은 LA 총영사관이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고 과거 법무부의 입국금지 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유씨는 승소 판결이 확정된 후 비자 발급을 신청했으나 재차 거부당했다. 정부는 비자 발급 거부 과정에서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일 뿐 비자를 발급하라는 취지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LA 총영사관은 재외동포법을 거부 근거 사유로 제시했다.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항은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외교관계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무부 장관은 재외동포체류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유씨는 지난해 10월 다시 LA 총영사관을 상대로 비자거부를 취소해달라며 다시 행정소송을 냈다. 연예인으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뿐인데 19년째 입국을 금지하는 건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유씨의 비자 발급을 둘러싼 재판 2회 변론기일은 오는 8월26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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