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최근 A형간염 감염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유행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19년 ‘조개젓’ 섭취와 관련해 대규모 유행이 발생한 지 약 2년 만이다. 특히 A형간염 항체보유율이 낮은 젊은 층에서 발생 비율이 높은 상황이다. A형간염에 감염되면 건강한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증상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고, 만성 간질환이 있는 경우 심부전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항체 여부를 확인하고 백신 등으로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질병관리청 감염병 포털 및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주당 100명 이하로 유지되던 A형간염 환자수는 11주(3.7-13.)부터 환자가 100명 이상으로 증가했고, 17주(4.18-24.) 189명, 18주(4.25-5.1.) 179명, 19주(5.2-8.) 150명, 20주(5.9-15.) 203명, 21주(5.16-22.) 190명 등으로 전년 동기간 대비 2배 이상 신고 건수가 증가했다. 월별로 보면 2월 309명에서 3월 507명, 4월 653명, 5월 667명 발생했다.
2019년 대규모 유행을 제외하고는 2012년 이후 동기간대비 환자 수가 가장 많다. 2019년 유행 당시 발생 환자는 11월 2일 기준 1만6994명으로, 전년 동기간(2083명) 대비 716% 증가한 바 있다. 환자 평균연령은 39세였고 30∼40대가 전체 신고 환자의 73.1%를 차지했다.
이번에 발생한 환자들의 연령대는 40대 927명(38.1%), 30대 708명(29.1%), 50대 365명(15.0%), 20대 217명(8.9%), 기타 연령 219명(9.0%) 등이다. 보건당국은 A형간염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된 ‘수입 염장바지락살’ 제품을 회수‧폐기 등 조치했으며, 항체보유율이 낮은 20~40대에게는 예방접종을 받을 것을 권고했다.
지난 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보면, A형간염 항체를 보유한 20대(19세~29세)와 30대(30~39세)는 각각 12.6%, 31.8%에 불과하다. 지난해 질병청이 실시한 A형간염 면역도 조사 결과에서도 20~40대 초반의 항체 양성률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1970년대 이후 출생자의 경우 위생상태 개선으로 어린 시절 A형간염을 앓은 적이 없고, 예방접종도 받지 않아 A형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이 없기 때문이다. 참고로 A형간염 예방접종은 1997년에 도입됐으며, 2015년부터는 2012년 이후 출생한 모든 소아에 대해 국가예방접종이 시행되고 있다.
손정식 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수인성 전염병인 A형간염은 한번 앓고 나면 항체가 생긴다. 현재 50대 이상인 분들은 어렸을 때 한 번씩 앓은 경험이 있어서 항체 양성률이 95% 이상으로 높은 것”이라며 “위생상태가 개선됨에 따라 요즘에는 어릴 때 해당 질환을 경험하는 사람이 없고, 국가예방접종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어서 항체가 없는 20~30대가 감염에 취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아주 어릴 때는 거의 무증상이거나 가벼운 감기 증상으로 나타나지만 나이가 들면 증상이 심해진다. 특히 만성 B형 및 C형간염 환자, 간경변 환자 등 만성간질환자는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기 때문에 20~40대의 A형간염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무료 예방접종이 시행되고 있다”면서 “예방접종은 6개월 간격으로 총 2회이지만 1차만 받아도 95%% 이상 항체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이어 “간질환이 없는 건강한 청년들이라도 증상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보통 수인성 전염병들은 메스껍거나 설사, 구토 증상이 주로 나타나는데 A형간염은 소화기계 증상보다는 발열, 피곤함, 식욕부진, 황달 등 감염과 관련한 증상이 발생한다”며 “처음에는 감기 몸살정도로 알고 있다가 황달이 생겨서 확진되는 경우가 많다. 간질환이 없으면 약 2주 뒤 호전되나, 독감보다 더 심하게 고생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형간염은 예방이 가능한 전염병이다. 20‧30대는 거의 항체가 없고, 간질환이 없더라도 감염되면 고생을 많이 하기 때문에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좋다. 항체 여부는 일반 혈액검사처럼 쉽게 받을 수 있고, 병원에 따라 당일 오후 또는 다음 날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면서 “이밖에도 손씻기, 깨끗하게 조리하기, 익혀서 먹기 등 일반적인 위생관리를 통해 예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20~40대의 A형간염 예방접종률은 크게 늘고 있다. 지난 1일 한국건강관리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전국 건협 16개 건강증진의원을 통해 A형간염 1차 예방접종을 받은 20~40대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97.2% 증가했다.
연령대별 접종 증가율은 20대(113.5%), 30대(93.9%), 40대(82.1%) 순으로 높았으며, 20대 여성의 경우 전년 대비 138.3% 늘어나 성별 연령구간별에서 가장 많이 증가했다.
건협 서울강남지부 임대종 원장은 “A형간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협 건강증진의원에서 A형간염 1차 예방접종을 받은 20~40대는 지난해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며 “A형간염은 백신 접종을 통해 예방이 가능한 질환이. 30·40대에서 환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20·30대는 항체검사 없이, 40대(1980년 이전 출생자)는 항체검사 후 항체가 없을 경우 6~18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을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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