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화를 참지 못하거나, 사소한 일에 크게 분노하는 사람을 두고 ‘분노조절장애’라는 표현이 사용된다. 드라마나 영화에는 분노조절장애가 있어 자주 고함을 지르고 물건을 부수는 인물이 종종 등장한다. 강력범죄자가 분노조절장애를 앓고 있다고 주장하며 계획범죄를 부인했다는 뉴스도 흔하다.
분노조절장애의 정확한 표현은 ‘충동조절장애’다. 충동과 욕구를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고, 과도하게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행동을 통해 이를 해소하는 정신질환이다. 분노조절장애로 알려진 증상들은 충동조절장애 중에서도 구체적으로 ‘간헐성 폭발장애’로 분류된다.
간헐성 폭발장애 환자는 빈번히 타인에게 언어적, 물리적 폭력을 행사한다. 물건을 던지거나 부수고, 동물을 학대기도 한다. 환자가 보여주는 폭력성은 일상적인 신경질보다 강도가 높다.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환자가 분노하는 이유와 그의 행동에 공감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환자는 대인관계, 직업활동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일주일에 평균적으로 2번, 3개월 이상 이런 행동이 지속된다면 간헐성 폭발장애가 진단된다.
간헐성 폭발장애 환자는 자신이 분노를 표출했을 때 결과를 예측하거나 계산하지 못한다. 즉, 남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행동을 자력으로 억제할 수 없으며, 자신이 물리적으로 불리한 상대에게도 공격성을 표출하게 된다. 체구가 크고 근육질인 배우 마동석 앞에서도 분노해야 진짜 환자라는 농담은 어느 정도 사실인 셈이다.
유전적 요인과 후천적 요인이 간헐성 폭발장애의 원인으로 추정된다. 명확히 밝혀진 원인은 없지만, 선천적 문제로 전두엽의 기능이 약화하면 증상이 나타나기 쉽다. 전두엽은 뇌에서 감정, 통제, 문제해결 등에 관여하는 영역이다. 10대 이전의 시기에 학대나 사고를 당한 경험으로 정서적 외상을 입으면, 뇌의 성숙이 방해받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간헐성 폭발장애 환자는 자신의 질환을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며 “상태가 완화했다가 나중에 재발하는 경우도 많아 장기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는 합당한 이유 없이도 화를 내는 상태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환자를 자극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노 교수는 증상 악화를 막기 위해 주의해야 하는 요소로 ‘술’을 꼽았다. 그는 “전두엽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충동억제인데, 음주는 전두엽 기능을 약화시킨다”며 “환자뿐만 아니라 건강한 사람도 술에 취한 상태에서는 폭력성과 공격성이 더욱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술을 자주 마시거나, 한번 마실 때 과음을 하는 습관은 모두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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