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직장인이 평생 모을 수 없는 돈을 일거에 얻을 수 있는 기회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 청약이 도마에 올랐다. 이 아파트는 분양가가 인근 아파트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해 청약 당첨시 10~15억원의 시세차익이 기대되지만 1인가구, 청년, 서민들의 당첨 기회는 제한된다.
8일 삼성물산 건설부문에 따르면 서울특별시 서초구 반포동 1-1번지 일원에 들어서는 래미안 원베일리의 1순위 청약접수가 오는 17일 진행된다. 당첨자 발표일은 25일이다. 전용면적별 분양가는 ▲49㎡형 9억500만원~9억2370만원 ▲59㎡형 12억9500만원~14억2500만원 ▲74㎡형 17억2000만원~17억6000만원으로, 3.3㎡ 당 평균 5653만원이다.
래미안 원베일리의 분양가는 주변 아파트의 50% 수준이다. 예컨대 원베일리와 도로 하나를 두고 위치한 래미안 퍼스티지의 59㎡형(28층)의 지난 4월 실거래가는 26억2000만원. 원베일리 분양가와 12~13억원 가량의 차이가 발생한다. 비교대상인 래미안 퍼스티지는 원베일리와 달리 한강과 붙어 있지 않아 실제 시세차익은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원베일리 청약 당첨시 상당한 시세차익이 예상되지만 1인가구·청년·서민들은 당첨을 기대하기 어렵다. 먼저 1인가구와 청년들의 기회를 차단하고 있는 것은 청약 가점제다. 원베일리는 분양하는 모든 가구 타입은 전용면적 84㎡ 이하다. 현 주택공급규칙은 투기과열지구 청약 때 전용면적 85㎡ 이하는 모두 가점제로 공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점제는 ▲무주택기간(최대32점) ▲부양가족수(35점) ▲청약 가입기간(17점) 등에 따라 점수를 부여해, 점수가 높은 사람을 당첨자로 가려내는 방식이다. 올해 상반기 서울 지역 아파트 청약 당첨 평균 점수는 67점, 인기 지역은 80대 언저리까지 올라갔다. 부양가족수 점수를 받기 어려운 1인가구와 청년들은 사실상 당첨 가능성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서민들에게는 대출규제도 넘어야할 벽이다. 원베일리는 모든 평형의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이 나오지 않는다. 전세를 놓아 잔금을 치루는 것도 불가능하다. 원베일리는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80% 미만이라 3년 거주 의무가 적용되는 영향이다.
공급 물량이 가장 많은 59㎡형의 경우 당첨됐을 때 올해 납부해야 하는 돈만 계약금(2억7300만원)과 1․2차 중도금(2억7300만원)을 합쳐 5억원이 넘어간다. 나머지 중도금을 합치면 입주전까지 총 11억원에 육박하는 돈을 대출 없이 지불해야 한다. 현금 부자들만 분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을 불러오는 대목이다.
온라인 부동산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최씨(40대, 1인가구)는 “직장다니며 평생 모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돈을 청약 당첨 한 번으로 얻는 것이 정상적인 제도라고 봐야하냐”며 “심지어 그런 기회를 결혼하지 않은 사람에게 주지 않는 것은 공정하지 못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로또 청약 이야기를 들으면 위화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다만 현 청약제도나 대출규제 개선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원이 한정된 만큼 주택의 필요성이 높은 가구에 주택을 선공급할 필요가 있고, 집값 상승을 우려해 대출규제를 풀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근본적으로는 청약이 몰리는 곳의 공급량을 늘리는 것이 해결책이지만 자원이 한정돼 무한히 공급을 늘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그동안 다자녀, 신혼부부, 사회취약계층 등 주택 필요성이 높은 이들에게 주택을 선공급하다 보니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택의 분배 문제를 검토해 볼 때”라며 “주택 분배에 자산기준을 도입해 무주택자지만 자산이 많은 이들에게 돌아가는 주택을 자산이 적고 무주택자인 이들에게 돌린다면 지금과 같은 국민 불만이 줄어들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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