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붕괴 징후에도 방치…안전불감증이 부른 광주 참사

건물 붕괴 징후에도 방치…안전불감증이 부른 광주 참사

기사승인 2021-06-10 13:54:52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의 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붕괴, 도로 위로 건물 잔해가 쏟아져 시내버스 등이 매몰됐다. 연합뉴스

[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광주 재개발지역에서 철거 건물이 무너지면서 사상자 17명에 달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인명피해가 커진 원인으로는 안전불감증과 부실한 안전 관리가 꼽힌다.

10일 광주시와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22분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주택 재개발사업 근린생활시설 철거 현장에서 지상 5층 규모 건물이 무너졌다. 붕괴된 건물의 잔해와 토사의 높이만 무려 10m가 넘었다.

무너진 건물 잔해는 인근 왕복 8차선 도로 중 5차선까지 쏟아져 내렸다. 정류장에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54번)를 덮쳤다. 이 사고로 버스에 타고 있던 17명 중 9명이 숨졌다. 8명은 중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의 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붕괴, 도로 위로 건물 잔해가 쏟아져 시내버스 등이 매몰됐다. 사진은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펼치는 모습. 연합뉴스 

이번 참사는 허술한 안전 점검·관리에서 비롯됐다. 무너진 건물은 굴삭기로 구조물을 위에서 아래로 허무는 이른바 ‘탑다운’ 방식으로 철거 중이었다. 당시 굴삭기는 건물 뒤편 아래층 일부를 허문 뒤 쌓은 4~5층 높이의 폐자재·흙더미 위에서 건물 뒤편 벽체를 부쉈다. 수직·수평 하중을 고려하지 않은 철거 방식이다.

뒤편에서 한쪽만 철거가 진행됐지만, 굴삭기 무게를 지탱할 안전장치는 없었다. 허술한 가림막뿐이었다. 구조가 불안정한 건물 앞편이 도로변으로 무너져 내린 것으로 추정된다. 

공사 현장에서 전날부터 붕괴 징후가 감지됐음에도 별다른 후속조치가 없었던 점도 문제다. 사고 직전 건물 5층에서는 4명의 작업자는 굴삭기를 이용해 철거 작업을 벌였다. 공사를 하던 작업자들은 붕괴 직전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급하게 대피했다. 대로변과 밀접한 곳이었지만, 차량 통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 철거 건물 붕괴사고 현장.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전문가는 이번 사고를 두고 허술한 안전관리에서 비롯된 인재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단국대학교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건축물이 힘을 받는 부분은 정해져 있다. 구조 안전 분석만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어려운 작업은 아니다”라며 “철거 계획이나 실제 공정 과정에서 잘못된 거다. 차라리 사고를 대비해 뒤편으로 넘어뜨리는 게 안전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전진단 부분만큼은 하청·재하청이 불가하도록 법으로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5시 기준 버스정류장, 도로, 보행로를 덮쳤던 건물 잔해를 중장비로 걷어내는 수색작업은 마무리됐다. 사고 현장에 행인이나 공사 작업자 등 추가 매몰자를 찾기 위한 소규모 수색작업이 진행 중이다. 

사고원인 조사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전날 광주경찰청에 편성한 합동 전담수사팀을 수사본부로 격상하고, 광주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와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를 투입했다. 국수본은 이번 사고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국민적 관심이 높은 점을 고려해 수사를 총괄 지휘하기로 했다. 철거업체의 안전수칙 준수 및 안전장치 설치여부, 업무상 과실 등을 철저히 규명할 방침이다. 

hoeun2311@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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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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