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29·토트넘)은 13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레바논과 6차전 최종전에서 후반 20분 상대 핸들링 반칙으로 얻은 페널티킥을 골로 연결했다.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레바논 골문 오른쪽을 뚫었다.
손흥민이 A매치에서 득점을 기록한건 지난 2019년 10월 스리랑카와 2차 예선전 이후 약 1년 8개월 만이다. 최근 대표팀 6경기에서 골을 기록하질 못했다.
손흥민은 화상 인터뷰에서 “말이 20개월이지 대표팀에서 소집된 게 거의 8개월 만이고 A매치를 날린 시간이 많다”며 “승리한 것이 기쁘지 내가 골 넣은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손흥민의 득점에 힘입어 한국은 레바논을 2대 1로 꺾었다. 5승 1무(승점 16점)으로 조 1위를 차지한 벤투호는 최종 예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그는 “오늘 경기는 우리 실수로 선제골을 내주고 시작했는데 최종예선에서도 이런 모습이 나오면 힘든 경기를 할 수밖에 없다”며 “실수로 경기가 말린 것은 우리 책임이지만 그래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경기를 잘 마무리한 것은 좋은 일이었다”고 아쉬워했다.
손흥민은 골을 터뜨린 뒤 중계 카메라로 달려가 손가락으로 ‘23’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Erisken stay strong, I love you(에릭센 건강해야 한다. 사랑한다)”고 말했다. 이날 유럽축구선수권대회 경기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된 옛 팀 동료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쾌유를 비는 의미를 담았다.
손흥민은 “에릭센에게 연락을 하긴 했지만 심적으로 되게 불편했다”며 “자느라 그 경기를 못 봤는데 일어나서 그 소식을 듣고 불편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이 뛰었던 동료가 그런 일을 겪어 너무 걱정했다”면서 “친하게 지낸 동료였기 때문에 경기하는데 계속 신경이 쓰였다”고 말했다.
이번 3연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경기를 많이 못 뛴 선수들이 기분 상할 수 있는데도 티를 안 내고 팀원들을 서포트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감사했다”라며 “이렇게 좋은 자세를 가진 팀의 주장을 맡고 있어서 난 행운아인 것 같다”며 “모든 선수가 잘해줘서 만족하게 잘 끝난 것 같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냉정하게 얘기해서 다 발전해야 한다. 최종예선은 더 힘들 것이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준비돼 있어야 한다”라며 “3번째 최종예선이라 얼마나 힘들고 긴 여정인지 알고 있다”면서 “선수들에게 그걸 잘 얘기해주려고 한다”고 선수단에게 충고도 건냈다.
이번 예선에서 골맛을 본 유망주 송민규(포항 스틸러스)와 정상빈(수원 삼성)에 대해선 “오늘 민규는 너무 잘해준 것 같다. 데뷔골이 상대 자책골로 바뀌어 안타깝다”며 “새로 대표팀에 뽑힌 민규, (정)상빈이, (김)영빈이 형에는 어색한 자리일텐데 잘 다가와줘 좋은 역할을 했다. 미래가 밝은 선수들이기 때문에 계속 꾸준히 잘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날 경기를 끝으로 손흥민은 기나긴 시즌의 마침표를 찍었다. 프리시즌에 참가하기 전까지 당분간 휴식기를 가질 예정이다.
손흥민은 “일단 그냥 자고 싶다. 마음 편히 자고 좋은 음식도 먹고 편안한 시간 갖고 싶다”라며 “엄청 바빴던 시즌이었던 것 같다. 아무것도 안 하고 침대에서 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편안하게 쉬면서 다음 시즌 잘 준비하겠다”고 언급한 뒤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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