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신입 기강잡기’와 ‘트레시 토크’의 대가 ‘룰러’ 박재혁

LCK] ‘신입 기강잡기’와 ‘트레시 토크’의 대가 ‘룰러’ 박재혁

기사승인 2021-06-17 06:30:04
종로 LoL 파크에서 경기를 준비하고 있는 젠지e스포츠의 '룰러' 박재혁. 06.10. 문대찬 기자

[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1991년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슈퍼 루키 디켐베 무톰보의 도발에 눈을 감고 자유투를 던져 성공시킨다. 이후 그가 남긴 한 마디는 역사에 길이 남을 명언으로 남았다. “Welcome to the NBA(NBA에 온 걸 환영한다).”

젠지 e스포츠는 16일 종로 롤파크에서 열린 ‘2021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스플릿 KT롤스터와의 경기에서 2대 1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에서 조던의 일화를 떠올리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LCK 최강의 바텀듀오 ‘룰러’ 박재혁-‘라이프’ 김정민은 패기넘치는 kt의 신예 바텀듀오 ‘노아’ 오현택과 ‘하프’ 이지융에게 “LCK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1세트 젠지는 ‘이즈리얼’-‘레오나’, kt는 ‘카이사’-‘갈리오’로 바텀을 구성했다. 통상적으로 이즈리얼과 카이사는 초반이 약한 챔피언이다. 대체적으로 이 매치업의 경우 양 챔피언은 서로 안정적으로 크립스코어(CS)를 챙기며 성장하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매우 이색적인 모습이 나왔다.

이지융의 갈리오가 부쉬에서 ‘듀란드의 방패(W)’를 사용한 뒤 ‘정의의 주먹(E)’으로 진입하는 것을 본 젠지 바텀 듀오는 곧바로 응징했다. 카이사 역시 점멸을 사용했지만, 박재혁은 침착하게 데미지를 넣으며 더블 킬을 기록했다. 이즈리얼이 2킬을 먹으면서 초반이 약하다는 단점은 아예 사라졌다.

이를 기점으로 카이사와 이즈리얼의 아이템 격차는 급격히 벌어졌다. 이즈리얼은 첫 귀환에 ‘광휘의 검’을 사왔고, 카이사는 신속의 장화를 사왔다. 이후 김정민의 레오나가 날카롭게 싸움을 걸었고, 이즈리얼이 재차 더블 킬을 기록하면서 사실상 게임이 터졌다. 이후 교전에서 ‘신성한 파괴자’가 나온 이즈리얼은 감당이 안 되는 데미지를 뿜어내며 캐리력을 과시했다.

박재혁의 진가는 말린 경기에서도 드러났다. 이즈리얼의 캐리력을 억제하기로 콘셉트를 잡은 KT는 초반부터 바텀을 집요하게 공략했다. 2세트의 경우 박재혁은 2데스로 게임을 시작했다. 성장 시간을 벌어야 하는 이즈리얼에게 두 번의 데스는 매우 치명적이었다. 하지만 박재혁은 말린 와중에도 꼬박꼬박 크립스코어(CS)를 챙기며, 차근차근 성장을 도모했다.

어느정도 복구한 박재혁의 이즈리얼은 초반 2데스가 무색할 정도로 데미지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스킬 적중률도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신비한 화살(Q)’ 한 방에 KT 선수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 했다.

이날 경기에서 ‘클템’ 이현우 해설위원은 “강팀을 상대할 때는 완전히 다운을 시켜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결국 꾸역꾸역 다시 복구를 하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2·3세트 초반이 불리했음에도, 박재혁은 결국 자신의 역할을 100% 이상으로 수행했다. 강한 책임감과 승부욕의 화신다운 멋진 모습이었다.

여담으로 경기가 끝난 뒤 진행된 인터뷰에서 박재혁은 오는 18일 맞붙게 될 농심 레드포스의 원거리 딜러 ‘덕담’ 서대길을 향해 “요새 경기에서 지고 못하면 험난한 말을 많이 듣는다”며 “닉네임이 ‘덕담’ 이시다보니깐, 제가 시청자들께 ‘덕담’ 들을 수 있게 열심히 해보겠다”고 선전포고를 날렸다.

이전부터 박재혁은 상대방 원거리 딜러를 향한 도발을 즐겨왔다. 화끈한 그의 발언은 경기 전 분위기를 후끈하게 달궜다.

조던은 현란한 ‘트래쉬 토크’에 일가견이 있는 선수였다. 물론 뛰어난 농구실력 덕분에 그의 거친 입담은 쇼맨십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졌다.
 
신예 바텀 듀오에게 거친 환영인사를 전한 LCK의 ‘조던’ 박재혁이 보여줄 다음 쇼맨십은 무엇일지 기대해본다.

sh04khk@kukinews.com
강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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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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