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말고 소비기한?…유업계, 상품 변질 우려도

유통기한 말고 소비기한?…유업계, 상품 변질 우려도

식약처,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 제시…“환경보호 일조”
식품업계, 식약처 결정 공감…소비기한에 긍정적 분위기
유업계, 상품 변질 우려…시행 前 냉장 보관 등 설비 구축 필요

기사승인 2021-06-22 05:40:02
사진=서울 용산의 한 마트 유제품 진열대. / 신민경 기자

[쿠키뉴스] 신민경 기자 =매대에서 식료품을 사기 전 소비자의 눈길이 가장 먼저 머무는 곳이 있다. 상품 신선도의 척도였던 유통기한 표시다. 최근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적용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판매 기한이 더 늘어나면서 상품 폐기를 줄이고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최근 ‘소비기한’ 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식약처는 식품 패키지에 표기된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바꿔 식품 폐기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지난달 30일 발표하기도 했다.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도 신선도에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유통기한이 지나면 해당 식품을 폐기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음식물 폐기물이 많이 나온다고 식약처는 설명했다.

식품에는 판매와 섭취가 가능한 기한을 과학적으로 설정한 날짜를 기재해야 한다. 날짜표시 방법에는 제조일자, 유통기한, 품질유지기한, 소비기한 등이 있다.

유통기한은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유통·판매가 허용되는 기간으로 대부분의 식품에 적용하는 날짜표시 방법이다. 소비기한은 표시된 조건에서 보관하면 소비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간으로 영국, 일본, 호주 등 해외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표시제도다.

유통기한은 식품의 품질 변화시점을 기준으로 60~70% 정도 앞선 기간으로 설정한다. 소비기한은 80~90% 앞선 수준에서 설정하므로 소비기한이 유통기한보다 더 길다.

식약처 발표에 환경 시민단체는 환영했다. 소비자기후행동 김은정 대표는 지난 17일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시민들에게 더욱 자세한 소비정보를 제공하는 차원에서도 소비기한표시제 도입은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실상 대부분의 국가들이 유통기한이 아닌 소비기한을 사용하고 있는 것에 비해 이번 결정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충분히 환영할 일”이라고 부연했다.

아이쿱생협 소비자기후행동 캠페인위원회도 목소리를 보탰다. 배복주 위원장은 “2011년 소비기한표시제의 필요성이 대두된 이후로 너무 오랜 기간 동안 계류돼 왔던 제도”라며 “식품 안전을 생각해 언제까지 먹어야 하는지를 더욱 구체적으로 알기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꼭 필요한 당연한 제도”라고 두둔했다. 또 “환경과 먹거리는 별개로 볼 수 없기에 식품 폐기량 문제는 조합원들의 오랜 걱정이자 과제이기도 했다”며 반색했다.

식품업계도 소비기한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한국식품산업협회 측은 이날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필환경이 대두되는 시점에서 소비기한으로 환경 보호에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유업계에서는 우려도 나온다. 소비기한 시행 전 냉장 관련 설비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 유제품 기업 관계자는 “일부 외국에서는 소비기한을 적용하고 있지만 보관하는 온도가 국내보다 더 낮은 점도 인지해야 한다”며 “유제품은 온도 변화에 민감한 신선 식품이다. 당장 소비기한으로 변경하는 것은 품질 상할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 마트나 편의점을 보면 우유는 대부분 오픈형 냉장고에서 판매된다. 이는 온도 관리 변수를 늘어나게 한다”며 “냉장 보관 인프라 시설 구축과 적절한 제품 보관에 대한 인식 제고도 필요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smk5031@kukinews.com
신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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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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