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24평은 13억원선, 30평은 15억원선 생각하셔야 합니다” 서울 왕십리역에 인접한 서울숲삼부아파트 시세에 대한 현지 공인중개사의 발언이다. 서울숲삼부아파트는 24년 된 아파트지만 GTX 호재가 작용하면서 최근 호가가 억단위로 치솟은 곳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 왕십리역 신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왕십리역 일대 집값이 요동치고 있다. 특히 왕십리역과 연결된 삼부아파트는 한두 달 사이 국토부 실거래가 보다 1억원 이상 급등한 매물까지 등장했다. 이에 21일 GTX-C노선 이슈로 집값이 요동치는 왕십리역 일대를 찾아갔다.
먼저 방문한 삼부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는 “호가가 너무 오르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GTX 호재가 발생하면서 집주인들이 호가 띄우기에 나섰다는 이야기다.
가장 작은 평수인 24평형에 대해 문의하자 공인중개사는 24평형은 최근 거래기록이 없어 현재 “부르는 게 값”이라며, “15억원 이하 매물인 만큼 대출이 가능해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24평형은 13억원, 30평형은 15억2000만원에 나온 매물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삼부아파트 24평형은 2018년 6월 8억원에 거래된 기록이 마지막이다. 거래가와 호가 차이가 3년만에 5억원 뛰었다. 30평형은 지난해 12월 13억4500만원에 거래된 바 있어 6개월만에 1억7500만원의 차이가 발생했다.
호가 띄우기를 두고 허위매물을 의심하는 발언도 나왔다. 공인중개사는 “24평형 매물의 경우 실매물인지 확인이 필요하다”며 “삼부에서는 과거에도 매물을 내놓고 취소하기를 반복해 호가를 높인 경우가 있었다”고 귀띔했다.
집주인들의 호가 높이기에 대한 이야기는 뒤이어 방문한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도 나왔다. 다른 공인중개사는 “24평형의 경우 12억원을 적정선으로 보고 있다, 13억원은 비싼 감이 있다”며 “현재 13억원에 나온 매물은 거래가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양도세 때문에 매물이 없는 상황에서 호가만 높이지고 있다”면서 “집주인들은 일단 부르고 보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이 공인중개사는 집주인들의 호가 띄우기와 관련한 어려움도 토로했다. 그는 “GTX 같은 호재가 있으면 호가가 지나치게 높아도 거래가 성사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일단 거래가 한번이라도 성사되면 그때부터 성사된 가격이 시세가 돼 호가를 두고 공인중개사가 왈가왈부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GTX發 부동산 시장의 열기는 인근 빌라촌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삼부아파트 단지를 벗어나 찾아간 곳은 왕십리역과 붙어있는 마조로9길(행당동) 빌라촌. 이 곳 역시 빌라 호가가 고공행진하고 있었다. 빌라촌의 한 공인중개사는 “대지지분이 10평인 27평 규모의 빌라가 현재 7억원에 나와있다”며 “지난해 말에는 4-5억원 하던 집이 6개월 만에 2-3억원 뛰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에는 손님에게 가격 이야기를 하기 쉽지 않다”면서 “GTX 호재에 매물로 나온 집도 다시 들어가고 나온 집도 호가가 수천만원씩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뒤이어 “일단 매물이 나오면 찍어(계약해야)둬야 하는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좀 달랐다.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만난 한 주민은 “왕십리역 인근은 다른 지역에 비해 저평가돼 왔다”고 강조하며, “GTX를 계기로 왕십리 집값이 다른 지역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집을 파는 입장에서 당연히 호가를 높게 부르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GTX에 요동치는 집값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의 부동산 리서치업체 연구원은 “GTX의 당초 취지는 고밀개발 지역의 인구를 분산하는데 있지만 현재 GTX는 고밀개발 지역, 즉 서울의 집값 상승 이슈로 왜곡되고 있다”며 “이는 GTX 유치를 위한 지역 갈등까지 불러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연구원은 “GTX 정차역에 인근 부동산 시장의 과도한 가격상승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정부의 보완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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