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25번의 부동산 대책이 나왔지만 집값 상승세는 여전하다. 금리 인상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정부의 공급대책이 연일 나오고 있지만 집값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잘못된 부동산 통계를 근거로한 부동산 정책과 공급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국가공인 통계인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수도권 아파트는 6.95%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73% 대비 2배에 가까운 수치다. 수도권 아파트는 올해 1월부터 꾸준히 1%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10억원짜리 집이 있다면 매월 1000만원 이상 집값이 상승하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6월 들어서는 상승폭이 더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 2월 4일 나온 25번째 부동산 대책까지 정부는 주택공급확대, 대출규제 및 부동산 세제 부담을 강화하는 내용의 대책을 쏟아냈다. 그럼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먼저 부동산정책 수립에 바탕이 되는 국가공인 통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경 서울 아파트값은 평당 2061만원에서 올해 1월 3689만원으로 79% 상승했다. 이는 경실련이 서울 25개구에서 3개 단지씩, 총 75개단지 11만5000세대 아파트값 시세를 분석해 나온 결과다. KB 평균 매매가격 통계도 같은 기간 75% 상승했다는 결과를 내놓고 있다. 반면 국토부 통계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 후 지난해 말까지 집값이 17% 상승한 것으로 보고 있다.
통계와 통계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현격히 벌어진 통계 격차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마저 흔들고 있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통계를 바탕으로 마련된 부동산 대책이 현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제기되는 영향이다. 특히 국토부는 통계 근거를 공개하지 않아 ‘깜깜이 통계’라는 지적도 받는다.
김성달 경실련 국장은 전날 이와 관련해 “정부 통계는 산출식을 공개하고 있지만 산출식에 어떠한 데이터가 반영되는지, 대략 2만여 가구인 조사대상이 어디 아파트인지, 거래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는 가짜 통계에 대한 근거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패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주택 공급체계다. 예컨대 신도시 공급 체계를 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기업이 국민의 토지를 강제로 수용하고, 건설사에 매각하면 건설사는 사들인 땅에 아파트를 건설해 공급한다. 그 과정에서 건설사가 건축비를 부풀려 분양가를 높이고, 높아진 분양가가 주변 집값을 자극해 집값 상승세를 끌어 올리는 문제가 나온다.
또한 정부가 직접 대규모 도심 재개발에 나서자 아파트뿐만 아니라 다세대, 다가구, 연립주택, 빌라 가격까지 올라가고 있다. 실제 부동산원 기준 수도권 연립주택 매매가격지수는 올해 들어 5월까지 1.48% 상승해 지난해 같은 기간 0.47% 보다 3배나 높은 상황이다.
김 국장은 “정부가 개발만 하면 집과 땅값이 오르고 있다. 이는 LH와 건설사를 위한 주택공급일 뿐“이라며 ”공급을 늘려 집값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지만 현 방식의 공급확대는 근본 해법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 아파트가 저렴하게 공급돼야 집값이 고공행진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부동산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공직자들이 대다수 집값 상승의 수혜자라는 점도 정책 실패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단적으로 국토부장관은 물론 1․2차관 모두 강남 3구에 주택을 보우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이를 두고 경실련은 “공직자가 사적으로 부동산을 통해 이익을 취하면서 공적으로 국민을 위한 정책을 내놓으리라 기대할 수 없다”며 “부동산 부자 공직자는 부동산 정책에 개입할 수 없도록 전면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임효창 경실련 정책위원장은 전날 “문재인 정부 임기가 1년이 채 남지 않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이전 수준으로 집값을 낮추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왜곡된 통계 개혁을 통해 정확한 현실 인식과 근본적인 정책 기조 전환은 집값을 잡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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