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동의의결안 기각한 공정위, 과징금 2349억원 철퇴

삼성 동의의결안 기각한 공정위, 과징금 2349억원 철퇴

삼성전자 등 4개사, 미전실 지시 하에 웰스토리 일감 몰아주기
부당지원으로 이익 본 삼성 웰스토리, 총수일가 자금조달창구 역할
공정위 “단체급식 시장 공정경쟁 촉진될 것”

기사승인 2021-06-24 12:00:13
사진=공정위 제공

[쿠키뉴스] 신민경 기자 =“삼성전자(1012억1700만원), 삼성디스플레이(228억5700만원), 삼성전기(105억1100만원), 삼성SDI(43억6900만원), 삼성웰스토리(959억7300만원) 등에 234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합니다. 법인 삼성전자와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은 고발하기로 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제시한 동의의결안을 지난 3일 기각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21일만에 사상 최대 규모 과징금과 고발 조치 결정을 24일 내렸다. 단순 내부 일감몰아주기가 아닌 장기간 총수일가에 경제상 이익을 제공했다고 공정위는 내다봤다.

◇삼성 4개사, 웰스토리에 어떻게 일감 몰아줬나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 4개 계열사는 총수 지배력 유지와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 내부 조직인 미전실 개입 하에 2013년 이후 올해 6월2일까지 사실상 이재용 총수일가 회사인 웰스토리에 사내급식을 100% 몰아줬다. 유리한 조건까지 설정해 경제상 이익을 제공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사진=공정위 제공
최 전 실장의 지시(2012년 12월31일)로 삼성전자와 에버랜드(당시 웰스토리)는 2013년 1월4일 전자급식개선TF를 구성해 웰스토리의 이익보전을 위한 계약구조 변경작업에 착수했다. 그 결과 동종업계에는 유례 없던 유리한 거래조건 설정했다.

계약구조 변경안을 살펴보면 크게 웰스토리와 수의계약으로 계속 거래하는 것을 전제로 ▲식재료비 마진 보장 ▲단가제 계약방식에는 없는 위탁수수료(인건비의 15%) 지급 ▲소비자물가 및 최저임금에 연동한 식단가 매년 인상 등 3가지였다. 해당 계약 조건을 설정해 삼성전자가 웰스토리의 이익을 보전해 주는 것이 핵심이었다고 공정위는 분석했다.

해당 계약 조항에 대해 동종업계 급식계약 담당자들은 “재료 조달 효율화 리스크 및 식재료비 변동 리스크를 제거(hedging)한다. 식단 부실화 이슈가 발생해도 고객사 비용이 투입돼 안정적 마진이 유지된다. 식단 부실화 이슈가 발생해도 고객사 비용이 투입돼 안정적 마진이 유지된다”며 유리한 계약 조건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공정위 제공

◇삼성전자, 왜 웰스토리에 집중했나

웰스토리는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삼성에버랜드)의 100% 자회사다. 에버랜드는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위치해 있는데, 웰스토리는 당초 급식 및 식자재 유통사업을 영위하는 FC(Food Culture) 사업부 소속이었다. 에버랜드는 2013년 12월1일 전문급식 및 식자재 유통사업을 담당하는 FC(Food Culture)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웰스토리는 사익편취행위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웰스토리는 계열회사와의 급식 내부거래를 바탕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수익성이 발군인 숨겨진 알짜 기업이었다. 내·외부 경영환경 변화와 상관없이 매년 약 1조1000억원의 매출과 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에버랜드가 영위하는 사업 중 안정적 수익이 발생하는 부문은 웰스토리가 사실상 유일했다. 웰스토리의 수익은 오직 내부거래에서만 창출돼 미전실로서는 웰스토리의 수익성 제고를 위해 계열회사의 급식물량을 몰아줄 유인이 존재했다.

웰스토리는 계열회사들의 내부거래를 통한 지원행위 없이 독자적 생존조차 불투명한 회사이다. 이 사건 지원기간 동안 웰스토리가 삼성전자 등 4개사로부터 시현한 영업이익은 누적 4859억원(연평균 694억원)인데 반해 비계열사로부터 시현한 영업이익은 누적 103억원 적자(연 평균 15억 원 적자)로 1위 사업자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라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에버랜드가 영위하는 사업 중 안정적 수익이 발생하는 부문은 웰스토리가 사실상 유일했고, 웰스토리의 수익은 오직내부거래에서만 창출되었으므로 미전실로서는 웰스토리의 수익성 제고를 위해 계열회사의 급식물량을 몰아줄 유인이 존재했다.
사진=공정위 제공
◇웰스토리, 부당 지원으로 목표 직접이익률 달성

삼성전자 등 4개사는 이 사건 지원행위를 통해 웰스토리에게 과도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했다. 이 사건 지원행위로 웰스토리는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미전실이 의도한 이익률을 훨씬 상회하는 25.3%의 평균 직접이익률을 시현했다.

웰스토리는 비경쟁 방식의 내부거래를 통해 현저한 규모의 물량을 파격적으로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해, 상위 11개 사업자들의 영업이익률(3.1%) 대비 현저히 높은 영업이익률(15.5%)을 시현했다.

이 사건 지원기간 웰스토리는 경기 변동, 업황과 무관하게 안정적으로 높은 영업이익률(15.5%)을 시현한 반면, 경쟁 사업자들의 영업이익률은 급감(2013년 4.1%→2019년 1.6%)했다. 웰스토리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삼성전자 등 4개사와의 거래를 통해 얻은 총 영업이익(4859억원)은 같은 기간 단체급식 시장 전체 영업이익 합계액(1조2304억원)의 39.5%에 달한다.

웰스토리는 단체급식 내부거래를 통해 취득한 안정적 수익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배당을 실시함으로써 총수일가의 핵심 자금조달창구(Cash Cow)로서의 역할도 수행했다. 삼성물산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웰스토리로부터 수령한 배당금 총액은 2758억원으로 웰스토리는 당기순이익의 대부분을 삼성물산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지원 행위에 의해 웰스토리의 사업 기반과 재무 상태가 인위적으로 유지·강화돼 웰스토리의 경쟁 여건이 경쟁 사업자에 비해 상당히 유리하게 제고됐다. 실제 웰스토리는 이 사건 지원행위를 통해 제고된 경쟁여건 및 내부시장(Captive Market)의 안정적 이익을 바탕으로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단체급식 시장에서 매출액 기준 1위 사업자의 지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이 사건 지원행위가 있었던 2013년을 기점으로 2014년부터 웰스토리의 영업이익이 단체급식 시장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개 경쟁 사업자들의 영업이익이 단체급식 시장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상회하기 시작했다. 2017년부터는 이러한 현상이 가속화됐다.
사진=박효상 기자 

◇공정위 “독과점 심한 단체급식 시장 개선될 것”

이번 제재를 계기로 공정위는 대기업 단체급식 기업이 독점하던 시장 구조가 개선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육성권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단체급식 시장은 대기업집단 계열사 중심으로 독과점이 심화되고 계열사 간 높은 내부거래 비중으로 부당한 일감몰아주기 지적을 받아왔던 대표적 업종이었다”며 “공정위는 2017년 9월 기업집단국 신설로 충분한 전문인력을 확보하자, 본격적으로 단체급식 분야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현장 조사 등을 통해 다양한 증거자료를 수집·분석했다. 그 결과 단체급식 시장 전체 거래물량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 그룹의 웰스토리에 대한 부당지원행위를 적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육 국장은 “금번 조치는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회사에 다수 계열회사들이 장기간에 걸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과다한 경제상이익을 제공한 행위를 적발해 엄중 제재한 것으로, 특히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를 면탈해 가면서 장기간 은밀하게 진행되었던 계열사 간 지원행위를 적발해 제재하였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며 “그간 웰스토리가 이 사건 지원행위를 통해 확보한 이익을 바탕으로 영업이익률 –3%에도 수주를 감행함으로써 입찰기회 자체를 박탈당하고, 다른 급식 입찰에서도 불리한 조건에서 수주경쟁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경쟁 급식기업들의 경쟁여건이 개선됨으로써 단체급식 시장의 공정경쟁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부연했다.

마지막으로 육 국장은 “이 사건을 계기로 대기업집단 소속 단체급식 수요기업의 자율적인 대외개방 참여가 확산됨으로써 단체급식업을 영위하는 독립기업에게 새로운 사업 기회가 확대될 것을 기대한다”며 “공정위는 현재 주요 대기업들이 동참하고 있는 자율적인 단체급식 대외개방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아울러 본 건과 같이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를 면탈하면서 은밀하게 진행되는 계열사 간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적발 시에는 엄중 대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smk5031@kukinews.com
신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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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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