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말한 죄' 사실적시 명예훼손...처벌이 옳은가요?

'진실 말한 죄' 사실적시 명예훼손...처벌이 옳은가요?

기사승인 2021-07-05 06:20:02
헌법재판소 외관. 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진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처벌받는 것은 옳을까.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둘러싼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모의 신상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법정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명예훼손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강민서 양육비해결모임(양해모) 대표는 상고장을 제출했다. 

강 대표는 양육비 미지급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 ‘배드페어런츠’를 만들어 운영한 혐의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는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만 다퉈 무죄판결을 받았다. 2심에서는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됐다. 재판부는 예비적 공소사실을 유죄라고 판단했다. 양육비 미지급 폭로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또 다른 단체에서 운영 중인 양육비 미지급 부모 신상공개 사이트 ‘배드파더스’도 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구본창 배드파더스 대표는 지난해 1월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 측에서 항소, 다음 달 13일 2심 재판이 재개된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에게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사단법인 오픈넷과 사단법인 두루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한 위헌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공개뿐만 아니라 갑질과 학교폭력, 성폭력 피해 고발 등도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사실적시가 공익을 목적으로 할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지만 재판부에 따라 다른 판단이 나오기도 한다. 공익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피해 내용을 말했다는 이유로 수사를 받고 재판에 서는 것이 ‘2차 가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음 달 항소심을 준비 중인 구 대표는 “상대방의 비밀스러운 사생활을 노출시키면 처벌받아야 한다”면서 “공적 차원의 사실적시를 처벌하게 되면 나쁜 사람을 보호해주는 법이 된다.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나 양육비 운동이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인해 발목을 잡히고 있다”고 질타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9월1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 공개변론을 열었다. 
반론도 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폐지될 경우, 진실이라도 개인이 숨기고 싶은 사생활을 보호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의 질병 유무와 성적지향, 가정사, 폭력 피해 사실 등이다. 

헌법재판소(헌재)는 지난 2월 사실적시 명예훼손이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해당 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될 시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다만 일부 위헌 의견을 낸 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 등 4명의 헌법재판관은 사생활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 사실적시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전문가 의견은 어떨까. 윤해성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폐지와 사생활 보호를 위한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그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진실을 이야기하면 처벌한다는 조항은 모순”이라며 “갑질 폭로나 미투운동 등 진실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윤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사실이라는 전제하에서 공익성을 따져 처벌한다. 공익의 기준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며 “일본과 독일 등 많은 나라에서는 사실을 입증하면 형사처벌이 면제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생활 보호를 위한 별도 규정 마련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반의사불벌죄에서 친고죄로 변경하는 대안도 제시했다.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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