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도 폭염·화마에 사라진 마을…"다 잃었다" 캐나다 한인 가족에 온정 손길

50도 폭염·화마에 사라진 마을…"다 잃었다" 캐나다 한인 가족에 온정 손길

폭염·화재로 리턴 지역 90% 전소
화재 피해 한인, '고펀드미' 개설
교민들, SNS로 후원 공유

기사승인 2021-07-06 07:08:21
고펀드미 캡처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49.6도 살인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캐나다 서부의 한 마을에 큰 산불이 발생해 통째로 불타 없어지는 일이 벌어졌다. 이 마을에 살던 한국인 가족이 급작스러운 재난에 몸만 간신히 피한 사실이 알려지자 이들을 돕기 위해 교민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 

화재로 집을 잃은 A씨는 4일(현지시간) 미 유명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고펀드미'에 '리턴 화재 후 에스더의 가족이 재건하도록 도와주세요'를 개설했다. 

내용에 따르면 2014년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리턴에 정착한 A씨는 두 자녀 등과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닥친 화재는 A씨의 많은 것을 앗아갔다. 

A씨는 "가슴아프게도 우리가 리턴에 지은 모든 것이 불에 휩싸여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며 "불은 몇 분만에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삼켜버렸고 우리 가족은 슬리퍼만 신고 대피했다"고 전했다. 

리턴으로 다시 돌아가길 희망한다는 A씨는 "강해지려고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삶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후원을 부탁했다.

페이지 개설 만 하루만인 5일 오후 2시15분 현재(현지시간)까지 49명의 시민들이 방문해 2905달러(목표 3만달러)가 모였다. 

한 시민은 후원과 함께 "(화재 사고에도) 가족이 괜찮아서 안심이다"라고 적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들을 돕기 위한 교민들의 온정이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 거주 한국 교민들이 모인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A씨 가족을 돕자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교민은 A씨가 올린 펀드 페이지를 공유하며 "힘들게 일궈놓은 생활이 한순간에 무너진 걸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한인 식구들의 소식이니 많은 분이 관심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민들은 A씨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을 공유하기도 했다.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리턴 마을에서 1일(현지시간) 산불이 발생해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지난 2일 대형 산불로 리턴의 90%가 전소됐고 이로 인해 약 250명의 주민들이 갈 곳을 잃었다. 

CNN에 따르면 이 화재로 최소 2명이 사망했고 리턴 안팎에서 1000명이 긴급대피했다. 

리튼 시장인 얀 폴더만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몇 분만에 사방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며 "현관문을 두드리며 대피하라고 말할 시간조차 없었다"고 토로했다.

또 폴더만 시장은 CBC뉴스를 통해 "끔찍하다. 마을 전체가 불타고 있다"며 "첫 번째 연기를 시작으로 모든 곳이 불 타기까지 15분 걸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WP)에 따르면 리턴에 지속된 폭염은 산불 피해로 이어졌다. A씨가 거주한 리턴 지역은 지난달부터 최고기온이 50도 가까이 치솟았다. 지난달 29일 역대 최고기온인 49.6도를 찍었다.  

리턴은 올해 450건의 화재를 경험했으며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일까지 살인적인 폭염으로 716명이 사망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뜨거운 고기압이 북반구 전체를 돔처럼 덮는 '열돔(Heat Dome) 현상'이 폭염의 주범으로 꼽힌다. 더구나 기후변화가 악화되고 있어 이번 더위 피해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지난 1일 "지난 몇 년간 이런 극단적인 유형의 기상 현상을 점점 더 많이 목격했다"며 "이번 폭염이 마지막이 아닐 것"이라고 우려했다.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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