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훈수가 계속되고 있다. 시시각각 말 바꾸기도 점입가경이다. 일각에서는 ‘카멜레온 정치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은 7일 원희룡 제주지사의 지지모임인 희망오름 포럼 출범식에서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 날을 세웠다. 그는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을 두고 “현재 지지율이 결정적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지지율 변화는 항상 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과의 회동설에 대해서는 “전혀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선을 긋는 발언의 연속이다.
그는 지난 4일에도 윤 전 총장을 향해 부정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김 전 위원장은 “검사 출신이 대통령 된 전례가 없다”며 “검찰 조직에 오래 있던 사람이 지금의 어려운 정국을 돌파할 수 있겠냐”고 의구심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 신인’ 윤 전 총장을 겨냥해 경험 많은 리더십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불과 몇 개월 전과 180도 다른 태도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3월 윤 전 총장의 사퇴 직후 지지율이 급등하자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고 극찬했다. 별의 순간은 그가 십수 년 전부터 대권 잠룡을 칭할 때 즐겨 쓰던 표현이다.
또 “윤 총장만큼 현 정부에서 용감한 사람이 없다. 정무적 감각이 상당하다”며 호평하기도 했다. 차기 유력주자로 윤 전 총장을 치켜세우던 행보가 ‘손바닥 뒤집듯’ 바뀐 셈이다. 윤 전 총장의 정치 행보가 기대와 다르게 이어지자 지지를 거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신흥 주자로 떠오른 김동연 전 부총리와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이를 피해 가지 못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달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전 부총리에 후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김 전 부총리는) 경제에 대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며 “일반 국민이 보기에 대단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호평했다. 최 전 원장에 대해서도 “사심이 없고 나라에 대한 충성심이 대단하다고 들었다”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들에 대한 톤이 바뀐 모양새다. 최 전 위원장은 지난 7일 ‘최 전 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만날 계획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정계에) 나타나지 않은 사람들을 내가 어떻게 만나나”라며 “만나자고 하면 만날 수는 있다”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에 대해서는 전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본인이 아마 결심을 못 한 것 같다”면서 “대통령이 되고 싶은 사람은 의사가 투철해야 한다. 아무렇게나 희망 사항만 가진다고 될 수가 없다”고 일축했다.
김 전 위원장은 과거에도 변심했다. 그는 지금껏 여러 대선주자들과 만남과 이별을 반복해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2011년 새누리당의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들어와 이듬해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그러나 ‘경제민주화’ 관련 정부 정책이 철회되자 결국 등을 돌렸다. 회고록을 통해 선거 당시 갈등을 시인하기도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도 악연이 됐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해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2011년 안 대표가 정치 멘토 역할을 부탁했으나, “국회부터 들어가서 배우라”는 김 전 위원장의 조언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안 대표가 5년 후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국민의당을 창당하면서 두 사람은 엇갈린 길을 걸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6년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과도 사이가 틀어졌다. 당시 민주당은 123석을 얻으며 성공했지만,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공천 과정에서 친문 인사가 줄줄이 컷오프되면서다. 김 전 위원장의 당대표 경선 참여 여부를 두고 다른 길을 택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위원장의 변덕스러운 훈수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감이 심하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월 페이스북을 통해 “뱀의 혀와 같은 독을 품고 있는 간교한 훈수이자 저렴한 거간”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권영세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은 지난 5월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을 나온 뒤 하는 발언이 굉장히 불편하다”고 견제했다. 조경태 의원도 같은 달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자리에서 “그 분이 향후 당에서 할 역할이 있겠느냐”고 평가 절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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