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중국에게 내준 선박 수주량 1위 타이틀을 2년 만에 탈환할 기회로 해상환경규제에 따른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이 중국을 제치고 글로벌 선박 수주 패권을 회복한 배경은 뭘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저가 공략을 앞세운 중국에 대응해 국내 조선업계가 펼쳐온 고급화 전략이 친환경 추세와 세계 경기 회복 타이밍과 맞아 떨어져깨 때문이란 분석이다.
올해 상반기 주요 선종별 누계 발주량을 분석하면 컨테이너선, 대형 LNG선, 초대형 유조선(VLCC) 등 대형선 발주가 눈에 띈다. 모두 고급 선박 건조 기술이 필요한 선박들로 전 세계에 불고 있는 친환경 규제와 무관치 않다.
컨테이너선의 경우 올해 상반기 885만CGT가 발주됐으며, 지난해 동기간 대비 1400% 증가했다. 대형 LNG선 발주량은 140만CGT로 438% 늘었고, 초대형 유조선 발주량도 133만CGT로 138% 늘었다.
국내 조선들은 2000년대 중반 중국 조선업의 저가 공세에 대응해 고급화·다양화 전략을 펼쳐왔다. 가격경쟁력에서 밀리는 벌크선 등보다 고급 선박 건조 기술이 필요한 고가치 선박에 집중한 것이다.
더불어 전 세계에 불고 있는 글로벌 환경 규제에 따라 글로벌 해운사들이 기존 운용 선박을 친환경 선박으로 교체하려는 움직임이 크게 작용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세계 최고의 선박 건조 기술력을 가진 국내 조선업계가 수주 패권을 탈환한 것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해양 환경보호를 위해 선박 엔진출력 제한, 에너지 저감장치 설치, 저탄소 대체연료 사용 등 규제 조치를 확대해 지난해 1월부터는 공해상 모든 선박에 황산화물 함유율을 3.5% 이하에서 0.5% 이하로 낮춘 저유황유 연료를 사용하도록 의무화하는 규제를 발효했다. 아울러, 2025년까지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30% 감축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해상환경규제 효과에 의한 신조선 발주 전망’ 이슈 보고서를 통해 “최근 국제해사기구의 해상환경규제 강화로 노후선 조기 교체 압력이 높아지며 신조선 수요 증가가 기대된다”며 “향후 10년간 연평균 3700만CGT 규모 신조선 발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친환경 열풍 속 국내 조선3사, 연간 수주목표 조기달성 가능성…후판가격 실적 개선 변수
국내 대형 조선 3사는 LNG·LPG운반선 등 친환경 선박을 중심으로 우수한 수주 실적을 내고 있다. 또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도 꾸준히 상승세이다. 6월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138.5포인트로 올해 초보다 11포인트 올랐다.
상반기에 발주된 전 세계 LNG운반선 16척 전량을 한국 조선사가 수주했다. 또 LPG운반선도 52척을 수주하면서 72% 점유율을 기록했다. 유조선과 컨테이너선도 각각 42척, 81척 수주하면서 82%, 55%의 점유율을 확보했다.
수주 호조 속에 국내 조선 3사의 연간 수주목표 조기 달성이 기대된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2일 해외 선사 5곳과 총 8530억원 규모의 선박 10척 수주에 성공하면서 현재까지 140억 달러(한화 약 15조9000억원, 159척) 수주실적을 냈다. 연간 수주목표였던 149억 달러의 94%를 이미 달성했다.
삼성중공업은 수주목표 91억 달러 중 59억 달러(48척)를 수주해 64.8%를 달성했고, 대우조선해양은 수주목표 77억 달러의 71.4%인 55억 달러를 수주했다.
다만, 후판가 상승은 조선업계의 실적 개선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카타르 LNG운반선 등 계속 발주 건이 나오고 있어 후반기 수주상황은 나쁘지 않다”며 “다만 후판가격 인상은 발주처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워 발주 연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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