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지자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전면 재택근무로 전환하고 있다. 게임업계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단계부터 재택근무 제도를 도입 운영한 만큼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출시를 앞둔 일부 대형 게임과 프로젝트 일정에는 다소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카카오게임즈 등 다수의 게임사는 순환 체제근무에서 전면 재택근무체제로 전환했다. 정부가 수도권 사회 거리두기를 4단계로 격상한 것에 따른 조치다.
넥슨은 오는 12일부터 16일까지 전사 전면 재택근무 체제에 돌입한다는 사내 공지를 전했다 넥슨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면 재택근무를 시행하다 6월 말부터 3일 출근·2일 재택근무를 하는 순환 재택근무 시스템을 유지해오고 있었다”며 “이후 코로나19 상황을 지켜보고 재택근무 기한이 연장될 수 있다”고 했다.
넷마블 관계자는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12일부터 2주간 4단계로 상향 조정되는데, 해당 단계가 적용되는 기간 동안 넷마블의 전 임직원이 재택근무를 하게 됐다”며 “향후 대응 또한 코로나19 태스크포스팀(TFT)을 통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넷마블은 이전까지 주 3일 출근·2일 재택 근무 체제를 유지해오고 있었다.
게임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IT인프라를 앞세워 다른 산업보다 발 빠르게 재택근무로 전환한다. 확산세가 낮아지면 전사 재택에서 로테이션 근무를 진행하는 등의 형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재택근무가 장기화하면서 하반기 대형 신작을 준비하는 게임사들의 개발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재택근무가 길어지면 업무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게임업계에는 게임 출시 직전엔 고강도 근무체제가 이어지는 '크런치 모드(마감 직전 장시간 노동)'가 여전히 존재한다. 신작 게임 출시일이 가까워질수록 막바지 개발과 테스트, 세부적인 조율 등 잦은 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년에 비하면 전사 재택근무를 했던 시기 게임사 신작 수는 확연히 줄었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였다. 엔씨소프트가 상반기 출시를 예고했던 ‘블레이드 앤 소울2(블소2)’은 2분기로 한 차례 연기했지만, 현재까지 출시일을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해 '카운터사이드',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바람의 나라: 연' 등 히트작을 연이어 출시한 넥슨은 올해 단 한 개의 신작도 내놓지 않았다. 하반기 ‘코노스바 모바일 판타스틱 데이즈’ ‘커츠펠’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등 3개의 신작만 계획하고 있다.
해외 기업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작년 말 차세대 콘솔 게임기 엑스박스 시리즈X·S와 함께 내놓겠다고 선언했던 간판 게임 '헤일로 인피니트' 출시를 올해 하반기로 미루기로 했다.
미국 게임개발자회의(GDC)가 전세계 3000여명의 개발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4%가 재택근무로 게임 개발이 지연됐다는 답변도 나왔다. 코로나19가 시작한 지난해초 보다 11%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응답자의 24%는 재택근무로 창의성과 생산성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다만 국내 대다수 게임사는 이전의 재택근무 경험 덕분에 이번 신작 출시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재택근무 경험으로 충분한 개발 환경을 구축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초기 개발 빌드를 사내망에서만 접속할 수 있어 개발 속도가 더뎠지만, 현재는 이를 보완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분명 지난해 재택근무 당시에는 여러가지 혼선이 있었다"면서도"현재는 재택근무를 기본으로 현장출근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전면 재택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개발자들도 재택에 노하우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 전했다.
반면 재택근무로 인한 악영향은 분명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한 관계자는 "게임사와 IT기업이 제조업 등 다른 산업보다 재택근무가 용이한 것은 사실이지만 서비스 개발·출시 계획에는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다"며 "하반기 선보일 예정인 게임 중 몇몇은 출시가 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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