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은빈 기자 =‘청년 돌풍’을 일으키며 질주하던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세가 꺾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리더십의 한계를 드러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가 지난 10~12일 전국 만18세 이상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지지 정당’을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5.4%p 하락한 25.7%에 그쳤다.
전달 조사(6월7일)만 해도 국민의힘은 한길리서치 조사 이래(2020년 2월) 민주당을 오차범위 내(1.2%p)에서 앞질렀다. 이 대표가 혁신과 세대교체의 아이콘으로 신드롬을 일으키자 지지율도 함께 올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당대회 흥행에 힘입어 25.9%에서 31.1%p로 5.2%p 상승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한 달만에 지지율 1위 자리를 민주당에 다시 내줘야 했다. 민주당과의 지지율 차이는 무려 14.5%p에 달한다. 국민의힘 지지율 하락은 20대(18~29세)와 여성에서 두드러졌다. 20대 지지율은 36.2%에서 26.1%로 10.1%p, 여성은 35.6%에서 25.0%로 10.6%p, 떨어졌다. 무려 10%p 이상의 여성‧20대 지지층이 돌아섰다.
이 대표 취임 한 달만의 결과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상처를 입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합의 번복 소동이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12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2차 추경을 통해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전국민으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대표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국민의힘은 발칵 뒤집혔다. 지금까지 민주당이 주장한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포퓰리즘’이라며 비난해왔던 당의 입장과 달랐기 때문이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당의 철학까지 마음대로 뒤집는 제왕이 되려 하나. 당내토론도 전혀 없이 그간의 원칙을 뒤집는 양당 합의를 불쑥 하는 당대표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젊은 당대표의 새로운 정치를 기대한 수많은 이들의 신뢰를 배반했다”고 비난했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에 “사실이라면 황당한 일이다. 대표가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면 큰 문제”라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당내 반발이 거세지자 이 대표는 말을 바꿨다. 그는 황보승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을 통해 “만약 재원이 남으면 재난지원금 범위를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는 데 동의한 것”이라며 수습했다. ‘만약 재원이 남으면’이라는 전제조건을 달며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이에 양당의 합의는 약 100분만에 휴지조각이 됐다.
다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 대표는 매 이슈마다 당의 구성원들과 가능한 최선의 방법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집단적 의사를 형성해야 한다. 독단적 스타일로 인식되면 당과 함께 하기가 어렵고 리더십이 성립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역시 13일 “전국민에게 용돈 뿌리기는 이제 그만 했으면 한다”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이 대표의 ‘불통 리더십’이 그대로 노출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성가족부‧통일부 폐지론’도 마찬가지다. 이 대표는 당론이 아님에도 당내 의견 수렴 없이 특정 대선 주자의 공약을 띄웠다.
그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여가부와 통일부는) 수명이 다했거나 애초에 아무 역할이 없는 부처”라며 “여가부와 통일부는 특임 부처고 생긴 지 20년 넘은 부처들이다. 그 특별 임무에 대해 평가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의 여가부 폐지 공약에 힘을 실은 것이다.
이를 두고 지도부에선 이 대표에게 발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자제하고 나섰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1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집권한 후 그때 가서 다시 이야기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여가부 폐지도 여성들이 반대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조금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8일 페이스북을 통해 “잘 생각해야 한다. 제도가 잘못이라면서 다른 제도 운운하는 것은 친문세력 장기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결국 이 대표의 리더십 논란이 국민의힘 지지율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14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여가부‧통일부 폐지론, 전국민 재난지원금 합의 번복 등 대선정국 초입에서 논란거리를 만들고 있다. 이슈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등 돌리게 하는 발언은 현명하지 못하다”며 “야당의 핵심 과제인 정권심판의 초점을 흐리고 있다. 결국 국민의힘 지지율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컨설팅과 여론조사·분석 전문가인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도 14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견인하는 지지율의 성격은 변화다. 그런데 이 대표의 행보를 보고 기대감이 충족되지 않기 때문에 젊은 층을 중심으로 지지율 이탈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당내 기반이 없는 이 대표는 의사결정 과정을 내부에 공유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야 리더십이 회복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 결과는 한길리서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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