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집값이 뛰면서 서울 아파트 매입자 가운데 20대 이하 청년들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소위 ‘금수저’로 불리는 부유층 자녀들이 부모 도움을 받아 아파트를 매입에 나선 것. 반면 부모 도움을 기대하기 어려운 ‘흙수저’들의 내집 마련 여건은 악화돼 젊은층 간 빈부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2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서울에거 거래된 아파트 거래 2만5159건 가운데 20대 이하 연령층이 매입한 아파트는 4.89%(1230건)에 달했다.
20대 이하 연령층의 아파트 매입 비율은 계속해서 상승하는 추세다. 지난해 상반기 3.54%에 불과하던 비율은 지난해 하반기 4%를 돌파했으며, 올해들어 5% 문턱까지 올라간 상태다. 월별로 보면 5월 5.4%를 기록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20대 이하 연령층은 5월까지 서울 노원구 아파트(187채) 가장 많이 사들였고, 뒤이어 구로구(95채), 강서구(91채), 도봉구(63채) 순서로 많은 아파트를 매입했다. 대부분 서울 외곽지역의 중저가 아파트들이다. 그러나 고가 아파트가 몰려 있는 강남구(63채), 송파구(37건), 서초구(32건)도 상당한 매입 건수를 보였다.
거래 현장에서는 이들이 주로 부모의 차명 투자이거나 엄빠찬스(부모 도움을 받아 투자)를 통해 아파트를 매입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노원구 한 공인중개사는 “거래할 때 보면 대부분 부모가 물건을 알아보고 계약도 부모가 참여한 가운데 이뤄진다”며 “10~20대가 돈이 얼마나 많다고 억단위 아파트를 사겠냐”고 말했다.
송파구 한 공인중개사는 “10~20대를 보면 대출을 받아 매입 비용을 마련하고, 그래도 모자른 돈은 대부분 부모에게 빌린다”며 “증여세 문제 때문에 문의도 많이 받는다”고 전했다.
1020세대의 아파트 매입은 흙수저들의 한숨을 불러온다. 부모 도움 없이 월급만으로 아파트를 마련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처분가능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았을 때 서울에서 30평 기준 아파트를 마련하기 위해 25년이 걸린다. 이는 4년전 보다 11년 늘어난 결과다. 특히 소득하위 20% 이하 저소득층이 강남 아파트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237년이 걸린다.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취업준비생인 20대 청년은 “취업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비슷한 나이대의 다른 사람들이 아파트를 샀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허탈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취업해 열심히 일해도 그 아파트 한 채 못 살거라는 생각을 하면 세상이 불공평해 보인다”고 말했다.
청년을 위해서라도 집값 안정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1020세대의 주택 매입에 대해 “집값이 오를 거라는 예상을 바탕으로 매입하는 것”이라며 “집값이 오를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1020세대의 주택 매입도 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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