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12일~13일 진행한 차기 대선 후보 선호를 조사한 결과 이달 범여권 대선 후보 지지율은 50.9%이다. 지난달 대비 8.5%포인트 상승했다. 범야권 대선 후보 지지율은 44.3%로, 같은 기간 5.2%p 빠졌다.
국민의힘 당내 주자들은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최근 정치 참여를 선언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4.2%에 그쳤다. 홍준표 의원은 3회 연속 내림세를 겪으며 3.6%(▽0.5%p)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소속 유승민 전 의원은 2.0 (▽1.0%p)다. 홍 의원이 복당한 이후 10%대를 잠시 기록했을 뿐, 당내 모든 대권주자들이 5% 이하의 지지율에 갇힌 셈이다.
‘불안한’ 이준석…코너에 몰린 윤석열
문제는 범야권 주축인 국민의힘이 마땅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당 대표의 리더십 부족이 꼽힌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취임 한 달 만에 시험대에 올랐다. 36세 제1야당 대표의 파격적인 행보에 쏟아지던 갈채도 잠깐이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합의 번복이 몰고 온 역풍에 직면했다.
이 대표가 후보 시절 강조한 ‘자강론’도 실현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취임하며 “(당내 주자들의) 영역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해법은 없었다. 현실적 대안이 보이지 않자 이 대표는 당내 후보들에게 각자도생을 바라는 모양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비롯한 외부주자들도 포섭하지 못했다.
윤 전 검찰총장 역시 수세에 몰렸다. ‘처가리스크’ 검증대에 오르면서다. 부인 김건희씨의 논문 표절, 장모 구속 등 연일 논란은 커졌다. 지난 19일에는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에게 수차례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전략 부재도 윤 전 검찰총장의 문제점으로 꼽힌다. 전문가와 국민의 얘기를 먼저 듣겠다는 취지의 회동 정치가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회동 대상이나 일정 등이 보수의 정체성만을 내세운다는 지적이다. 제3지대에서 중도 외연을 확장한 뒤 국민의힘 주자와 막판 단일화를 하겠다는 전략과는 거리가 먼 행보다.
윤 전 검찰총장의 ‘마이웨이’는 계속되고 있다. 그는 지난 17일 광주를 찾아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이에 비판은 커졌다. 대통령선거 경선 후보인 김두관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윤 전 검찰총장이 희생자의 묘역을 찾은 모습을 담은 사진을 올리고는 “신성한 묘비에서 더러운 손을 치우라”고 맹비난했다. 보수 색채를 완화하려는 행보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은 셈이다.
통계수치도 하락세를 증명한다. 윤 전 검찰총장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기 직전인 지난달 둘째 주 지지율 조사에서 최고치(35.1%)를 찍은 뒤 20%대로 내려앉았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전 검찰총장이 계속 정당 바깥에 있으니까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이라며 “네거티브 방어와 전략을 위해서라도 입당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토리 키재기’ 국민의힘 당내주자들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한 최 전 원장도 ‘반사체’라는 평을 깨지 못하고 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최 전 원장이) 정치를 현시점에서 왜 참여했는지 분명하게 얘기한 게 없다”며 “막연한 소리만 해서는 일반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치 행보가 아마추어에 가깝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페이스북에서 최 전 원장을 겨냥했다. 정 의원은 “코로나19 시국엔 안 돌아다니고 집콕하는 게 봉사”라며 “진정 봉사활동을 하려거든 카메라 없고 사람 없는 곳에 가서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고 비꼬았다. 최 전 원장이 지난 17일 첫 민생 행보로 부산 해운대구를 찾아 하천변 쓰레기 줍기 등 봉사활동을 했는데, 이를 직격한 것이다.
또 정 의원은 최 전 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제를 제왕적으로 운영한다”고 비판한 것을 두고는 “그럼 최 전 원장은 역모를 꿈꿨나”라며 “자기 눈 찌르기 그만하라”고 일갈했다.
이외에도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홍 의원과 유 의원도 지지율을 낮추는 데 한몫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홍 후보는 본인의 자서전에서 학창시절 하숙집 동료 중 한 명이 마음에 드는 여학생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돼지발정제를 구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내용을 기재해 논란 한복판에 섰다. 최근에는 ‘망둥이’ 발언으로 비판에 직면했다. 유 전 의원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찬성하면서 대구경북(TK) 지역 유권자들에게 ‘배신자’로 낙인찍혔다.
물음표된 야권 빅텐트
결국 제1야당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야권 빅텐트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부주자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인 탓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은 이번 주말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과 입당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적자’ 장 이사장이 영남기반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에 입당해 대선주자로 나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해석이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문제도 ‘당명 변경’을 둔 신경전으로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끝내 국민의힘 경선 버스에 탑승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안 대표와 국민의당이 지렛대로 삼았던 지지율마저 흔들리는 모양새다.
유용화 한국외국어대학교 초빙교수는 “국민의힘은 당 대표 리더십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준석)이 대표는 대중이 소환한 케이스로서 정치적 능력이 검증된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라며 “대선 정국을 앞두고 야권 내 정치 관계, 여권관계 등 복잡한 정치 메카니즘이나 공격에 대응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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