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대선을 앞두고 청년층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여당에 실망감을 표출하며 국민의힘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20·30세대도 늘고 있다.
한기호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지난 5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입당 당원 수가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한 달간 3만8330명이 신규 입당했다. 특히 젊은 층 입당이 크게 늘었다. 신규입당자 가운데 20~40대가 51.7%를 차지했다. 18세 이상인 10대 입당자도 687명이었다.
이는 20·30세대의 기존 행보와 다르다. 이들은 여당이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에서 압승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일부 청년들은 광화문 광장 선두에서 촛불을 들고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을 부르짖는 주축이었다.
변화 저변에는 문재인 정부를 향한 청년층의 분노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년 간 정부와 여당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평이다. LH 직원 투기사태, 인공국(인천국제공항공사)사태, 취업난 등이 대표적인 예시다. 청년들이 원하는 기회의 공정, 결과의 정의, 문제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청년들도 저마다 입을 모아 최근 국민의힘에 입당원서를 낸 이유를 밝혔다. 신규 당원 장모(34)씨는 입당계기로 현 정권에 대한 불신을 꼽았다. 그는 “촛불시위에 참여했을 정도로 문재인 정부를 향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정부는 ‘공정’을 내세운 취임사와 정반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며 “조국 사태 등 이중적인 행보와 사회를 갈라치기 하는 모습에 실망했다. 청년층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꼰대 문화’를 벗고, 젊은 세대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정당으로 변화했다는 시각도 있다. 4·7 재보궐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데 이어 30대 당대표 선출, 20대 대변인 내정까지 청년들과 한층 가까워졌다는 평가다.
국민의힘 당원이 된 지 한 달째인 김모(33)씨는 “원래 당원 가입 생각이 없었지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당선 이후 생각을 바꿨다”며 “기존 보수 정치와 다르게 청년 목소리를 대변해줄 것 같다는 기대감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를 향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김씨는 “정치 경험이 부족한 탓인지 최근 이 대표가 내부 현실과 타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며 “당선 초기 밀고 나갔던 생각을 지켜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부는 20·30 세대가 중심인 정치 참여에 대한 열망을 입당계기로 밝혔다. 최근 입당원서를 낸 30대 서모씨는 “청년 중심 정치가 한 번의 이벤트성으로 끝나면 안 된다. 청년 세대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줘야 한다”며 “원로 의원들이 뒤로 물러나 조언에 힘써주시면 좋겠다. 평등한 세대교체에 힘을 실으려고 입당했다”고 했다.
다만 국민의힘이 과거 실수를 반복한다면 청년층 지지가 언제든 끊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30세대는 진영 논리에 갇히지 않고 자신의 ‘이익’에 따라 투표하는 정치적 유동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는 이성적 프로세스다. 청년세대 뿐 아니라 대다수 유권자는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 가치로 둔다”며 “국민의힘이 청년들에게 외면받지 않으려면 기존 정당 정치가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념의 경직성을 뛰어넘는 게 중요하다. 여당 같은 경우 정파적 논리가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국민의힘이 이런 부분을 극복한다면 청년층의 지지는 계속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민의힘 당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김용태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21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젊은 세대가 분노를 느끼는 이유는 현 정권의 ‘내로남불’ 행보 때문”이라며 “이의를 제기하면 적폐로 보는 이분법적 시각에 염증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청년 표심을 위한 의지도 내비쳤다. 김 최고위원은 “청년들이 부르짖는 공정을 위해 어떤 점이 불편한지 직접 들어보고자 한다”며 “정책 공모전을 통해 누구나 노력한 만큼 합당한 보상을 받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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