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민심 청취 행보로 개인택시 운행계획을 내놨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이벤트식 정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0선 대표’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21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당 대표 토론배틀’에서 개인택시 영업 계획을 밝혔다. 개인택시를 구매해 직접 운전하며 민심을 듣고, 택시 업계의 고충도 알리겠다는 취지다.
상대측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의문을 표했다. 개인택시를 마련하고 영업을 하지 않는 경우, 교통 수송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에 이 대표는 “주말마다 영업하려고 한다. 국회 본청으로 출근해 송 대표님 옆에 세워두겠다”고 답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0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이번 여름에는 예약해뒀던 개인택시 양수양도교육을 받으러 간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택시 양수양도교육 교육장이 경상북도 상주에 있다”며 평상시 방문하기 어려운 경상북도 지역 당원들을 방문하겠다고 덧붙였다.
36세 제1야당 대표의 파격적인 행보는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13일 송 대표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합의했다. 이는 오히려 이 대표의 불안한 리더십을 노출하는 꼴이 됐다. 당내 반발에 못 이겨 합의를 100분 만에 백지화했기 때문이다.
이에 이 대표는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16일 KBS라디오 ‘오태훈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솔직히 말씀드리면,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동의하는 모양새를 취했을 때는 지금처럼 반발 안 하셨다”고 말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그의 푸념을 인정하지 않는 모양새다. 이 대표가 취임 한 달 만에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특유의 거침 없는 스타일이 경험 부족과 맞물려 ‘이준석 리스크’를 만든 셈이다. 결국 외연 확장에 걸림돌이 됐다는 평이다.
특히 당내 비판이 거세다. 진정성 없는 이벤트 정치를 공언한다는 이유에서다.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1일 연석회의에서 “선언적인 이벤트식 정치보다는 실용적 정치로 전환해야 한다”며 “국민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공부해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 대표 취임 이후 진행됐던 대변인 배틀 토론 등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선한 대표’가 아닌 ‘신중한 대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도 홍 의원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당 지도부가 선명한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같은 날 “이 대표 출범 이후 당의 변화 분위기가 유지될지 걱정이 많다. 초기 청년들 관심과 참여가 벌써 식는 게 아닌지 우려한다”며 “당 차원에서 청년을 위한 조치를 제시하고 실제 성과가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일찌감치 이를 예측한 바 있다. 그는 지난 13일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그간 실책에 대해 “당대표가 되기 전부터 염려했던 부분”이라며 “당 운영 경험이 없으니까 이런 일이 많을 텐데 걱정했다”고 말했다.
당 밖에서도 비슷한 비판이 제기됐다. 이 대표가 직위에 걸맞는 무게를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11일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의 행보를 겨냥해 “우려했던 것”이라며 “토론배틀과 같은 일회성 이벤트나 벌이다가 그거 약발 떨어지니 ‘백투더 MB(이명박)’, 과거로 퇴행하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이 대표를 향해 “이제는 종편 논객이 아니라 제1야당 대표”라며 “무엇보다 소통을 제대로 하지 않는 모습은 큰 문제다. 자신이 실패하면 우리 정치의 세대교체 흐름도 다시 원점으로 가버린다는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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