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등 전 금융권의 대출절벽이 높아지고 있다. 갈수록 가팔라지는 가계대출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1·2금융권을 대상으로 대출총량을 관리하라는 주문을 넣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햇살론뱅크 등 ‘풍선효과’를 막기 위한 정책금융상품들이 출시된 상태다. 다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취약계층의 대출 수요가 여전하다. 서민들의 시름은 깊어질 전망이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은 올해 상반기에만 63조3000억원 증가했다. 이 중 은행의 가계대출은 41조6000억원을 차지했다. 이는 2004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가장 높은 증가치다.
다만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증가 속도는 차이를 보였다. 저축은행 등 2금융권 상반기 가계대출은 1년 전보다 21조7000억원 증가했다. 시중은행(6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폭증’ 양상을 보였다. 지난 2019년과 2020년 감소세를 보이던 2금융권 가계대출이 불과 1년만에 증가세로 전환된 것.
금감원은 2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에 요인에 대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중은행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그 수요가 2금융권으로 몰려 풍선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이어 2금융권에 대해서도 대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예고했다. 금감원은 지난 5월에도 각 저축은행에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지난해와 동일한 21.1%로 관리하라는 지침을 보낸 바 있으며, 금융위원회는 지난주 저축은행, 보험사, 여신전문금융사, 상호금융 금융사·협회 관계자들과 면담을 하고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잇달아 요청했다.
금융당국은 대책 주문 요청에도 불구하고 만약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되지 않을 경우 강한 규제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15일 공개 석상에서 “비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된다고 판단할 경우 은행권·비은행권 간 규제차익을 조기에 해소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경고했다.
시중은행들은 이미 가계대출 문턱을 올린 상황이다. NH농협은행은 지난 26일 주요 가계대출 상품에 대한 대출금리 상향에 나선데 이어 우량 신용대출 상품인 신나는직장인대출, NH튼튼직장인대출의 최초 신규 대출자에게 제공되던 0.1%p 우대금리 혜택을 폐지했다. 여기에 추가적인 우대금리도 없애면서 사실상 신규 고객은 최소 0.3%p 높은 금리를 부담하게 됐다.
타 시중은행들도 마찬가지다. 우리은행은 최근 신용대출 우대금리 제공을 위한 실적 기준을 높였다. 이에따라 그동안 급여이체 실적 월 50만원 이상이면 받을 수 있었던 우대금리 혜택을 월 100만원 이상 고객만 받을 수 있게 됐다. 신한은행의 경우 이달 중순부터 코픽스를 지표금리로 삼는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우대금리를 0.2%p 인하했다.
또한 시중은행들은 3분기부터 대출 문턱을 ‘더’ 올릴 것이라 예고하는 상황.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3분기 은행의 대출태도 지수는 2분기보다 10포인트 떨어졌다. 3분기에 대출 심사조건을 강화하거나 대출 한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대출심사를 강화하겠다고 응답한 은행이 더 많아졌다는 뜻이다.
특히 대출문턱은 가계대출을 중점적으로 올릴 것으로 점쳐진다. 대출 주체별로 대출태도를 봤을때 가계 주택대출(-18)과 가계 일반대출(-18)이 모두 2분기(-9, 0)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는 은행들이 기업대출보다 가계대출을 더 깐깐하게 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금융권에서는 높아진 대출문턱으로 취약계층들의 제도권 금융의 이탈인 ‘풍선효과’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나마 금융당국이 풍선효과를 막고자 햇살론·사잇돌대출을 개편하고 ‘햇살론뱅크’를 신규로 내놓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저신용자 대출 수요를 충족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금융당국 발표자료에 따르면 법정최고금리 인하만으로 제도권 금융에서 이탈할 차주들이 약 31만명이 된다고 했는데, 전 금융사들을 상대로 대출문턱을 올리라고 주문하면 더 많은 차주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며 “한정적 재원으로 운용되는 정책금융으로는 대출 소외계층을 모두 흡수할 수 없는 만큼 다른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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