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소개팅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한 부동산 분양 영업이 기승이다. 2030 젊은 층을 주축으로 소개팅 앱에서 사람들에게 이성적으로 접근해 오피스텔이나 지식산업센터 등에 대한 분양 계약 체결을 이끌어 내는 방식이다. 이러한 영업방식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젊은이들이 어떻게 소개팅 분양까지 뛰어들게 됐는지 들어봤다.
-자기소개 좀 부탁드린다.
▶20대 후반이며, 소개팅 분양업체에서 최근까지 일했다. 밑에서 너무 많이 회사 사정을 보게 되면서 그만두고 나왔다. 회사 밑바닥까지 보이기 시작하니 도저히, 도저히 더 일할 수 없었다. 지금도 분양 계약자들은 잠을 못 잔다. 그분들께 정말 미안하다.
-분양회사에서는 어떻게 일하게 됐나
▶일자리를 찾던 중에 온라인구직 사이트에서 광고를 보고 일하게 됐다. 처음부터 분양업체에서 일할 생각은 없었다. 젊은 사람들은 분양업체라고 하면 이미지가 안 좋아서 일을 안 하려고 한다. 처음에 경영지원팀을 모집한다고 해서 지원했다. 그런데 면접 과정에서 운영사업부가 적합하다고 ‘꺾어’ 분양 업무를 담당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다 ‘고의적’이었다.
-꺾어? 고의적? 무슨 이야기 인가
▶분양 직원이라고 하면 사람이 지원을 안 한다. 그럼 경영지원팀 같은 사무직으로 구인 광고를 올린다. 지원하는 사람이 면접을 오면 너는 경영지원 보다 운영사업부가 적합하다고 유혹을 한다. 지원자에게 경영지원으로 일하면 월 180만원에서 200만원 정도 받는데 운영사업법부로 바꾸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유혹한다. 회사에서 그렇게 하라고 교육도 시킨다. 그래도 경영지원으로 일하겠다는 사람은 떨어트리고 지원을 바꾸겠다는 사람들만 합격시킨다. 합격 직후에도 절대 분양대행사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분양대행사라는 사실은 교육 2일차부터 알려준다.
-항의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항의하는 사람은 집에 돌려보내면 된다. 그래서 ‘사회물’ 먹고 머리 굵은 사람은 합격 안 시킨다. 내가 일한 곳 직원이 현재 150명가량인데 대부분 20대다. 다만 이러면 온라인구직 사이트에 신고가 들어가 제재를 먹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지금은 페이퍼컴퍼니로 구인광고를 올린다. 직원들에게 협력파트너라며 사업자등록증을 내도록 하고, 직원들 상호로 회사가 직접 구인광고를 올린다. 지금도 00 구직 사이트에 그런 광고가 수두룩하다. 한 페이퍼컴퍼니는 대표가 23세다. 6년 전에 설립된 것으로 나와 있으니 17살 때 회사를 만들어 지금 중소기업 대표라는 이야기다. 회사 주소부터 직원 숫자까지 다 거짓말이다. 직원들 사업자 주소지를 가면 빈 사무실이거나, 다른 업체 주소지를 무단으로 도용한 것이다. 취업난에 일할 곳이 많이 없으니까 일단 구직공고만 올리면 청년들이 몰려온다.
-분양 직원이 되면 어떻게 일하나
▶직원들은 항상 9시 20분에 출근한다. 그럼 9시 한 40분쯤에 하루를 마인드교육으로 시작한다. 10시 반까지 마인드교육을 받고 한 10분 쉬는 시간 가지고 업무에 들어간다. 텔레마케팅을 하던가 오더를 받아오거나. 핵심은 어떻게든 고객을 모델하우스로 방문시키는 것이다. 필드에 나가서 직접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목동은 얼마 전에 신고가 들어가서 어렵고, 주로 발산, 우장산, 화곡 등에서 필드를 뛰었다. 사람들에게 ‘3000만원 투자해서 월 150만원씩 받으면 어떠세요’라고 말을 걸고 번호를 받아낸다. 그럼 번호를 받은 사람에게 밤낮으로 전화해 어떻게든 모델하우스로 오도록 한다. 그렇게 일하다 마인드교육을 더 받고 밤 10~11시 퇴근한다. 다른 생각할 틈도 없이 밀어붙인다. 고객 방문이 핵심인데 위에서 엄청 압박을 한다. 만약 일주일에 고객 방문 일정을 고정적으로 잡던 직원이 방문 일정이 안나오면 면담을 통해 일정을 잡으라고 압박을 한다. 직원은 어떻게든 그 압박이 싫어 고객이 모델하우스에 방문하게 만든다.
-마인드 교육은 어떤 내용인가
▶본부장 등 임원이 나와서 시키는 대로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교육하는 거다. ‘이사 연봉이 50억이다’, ‘너도 50억 받을 수 있다’라면서 성공할 수 있다고 교육한다. 이사가 3억 짜리 손목시계를 차고 나와서 '내 차는 벤틀리고, 집은 80억 수준의 시그니엘'이라고 소개하면 열광의 분위기가 된다. 본부장도 연봉이 10억이라고 말한다. 임원이 말만 하면 젊은 직원들은 ‘맞습니다’, ‘맞습니다’라고 대답하는데 종교단체 같은 모습이다. 그러면서 회사는 ‘성실, 인성, 보고’를 강조한다. 특히 직원들끼리 퇴근 이후 만남에 예민한데, 직원들 간에 퇴근 이후 만나는 것은 무조건 회사에 보고해야 한다. 회사의 문제가 직원들 간에 공유되 직원이 이탈하는 문제를 막기 위해서다.
-소개팅 분양도 해봤나
▶소개팅 분양은 주로 여성들이 한다. 최근에 옆자리에서 일했던 여성도 데이트 앱으로 고객을 끌고 왔다. 그 여성도 데이트 앱에서 만난 남성에게 똑같이 밥 먹자고 하더라. 일단은 모델하우스 근처로 불러와 밥 먹다가 ‘너 우리 사무실이 저쪽에 있는데 한번 구경해봐라’, ‘모델하우스이기는 한데 너도 재테크 관심 많지 않냐’, ‘이거 한번 들어봐라’라고 꼬신다. 여자가 부르면 남자들은 그냥 다 온다.
-그렇게 분양하면 보수는
▶보수는 고정 월급이 없다. 판매 수수료를 받는다. 예를 들어 분양대행사에서 1억5000만원 짜리 물건을 팔면 대행사가 받는 수수료가 10%, 약 1500만원이다. 그럼 분양 직원이 1.5%(225만원)를 받고, 나머지 8.5%(1275만원)는 본부장 등 위쪽에서 나눠 가져간다. 1.5%도 한 번에 지급하지 않는다. 직원이 이탈하지 않도록 나눠서 지급한다. 또한 근로계약서에 퇴사 시 남은 보수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들어가 있다. 직원들이 그만두지 않도록 매일 마인드 교육하면서 미지급 수수료로 목줄을 채워 놓은 것이다.
-성인이 유혹한다고 계약을 하나
▶모델하우스로 부르기 전에 상황을 꾸며놓고 고객을 속인다. 예를 들어 고객에게 ‘오늘 방문하는 고객 삼촌이라고 했다. 그래야 회사에서 잘 대우해 준다, 그러니까 저 만나면 내 이름을 편하게 불러달라. 나도 큰 삼촌이라고 할거다’ 이렇게 말하면서 상황을 만든다. 그러면 일단 여기서 고객이 믿고 들어온다. 이렇게 하라고 회사에서 교육을 받는다. 여기에 모델하우스에 방문해 상담해 주는 팀장을 ‘만나기 어려운 사람’, 회사보유분 물건만 취급하는 분’ 등 소위 ‘팀장 포장’을 한다. 그렇게 모델하우스에 와서 상담을 시작하면 ‘요리’가 시작된다. ‘이거 잘 뽑은 거다’, ‘임대수익 보장된다’, ‘잔금 30만원만 있으면 된다’. ‘우리가 월세부터 매매까지 다 관리해 줄거다’, ‘프리미엄이 2배다’ 등 거짓말을 쏟아낸다. 사람들이 정신을 못 차린다. 그래도 안 넘어오면 3~4시간이고 붙잡고 늘어진다. 고객이 가려고 하면 팀장이 신호를 보낸다. 못 가게 붙잡으라고. 그러다 보면 윽박을 지르는 경우도 있다. 모델하우스에 들어와서 요리가 시작되면 왠만한 사람은 다 넘어간다고 보면 된다.
-계약금을 두고 분쟁이 많은데
▶일단 회사는 한 번 계약하면 절대 어떻게든 계약 취소를 안 해준다. 계약이 흐트러지면 하자건이 된다. 하자건이 생기면 수수료가 날아간다. 그래서 절대 취소 안 해준다. 나중에 가면 ‘너 이거 소송 걸어봐라 이게 취소가 되냐고’, ‘네가 설명 듣고 사인한 거다 취소 안 된다’고 압박한다. 계약금만 빼먹기 위해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있다. 처음에는 중도금 대출 100% 나온다고 설명하지만 실제 들어가 보면 안 나오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계약 취소는 안 되고 계약자가 대출 없이 중도금을 다 책임져야 한다. 결국 계약자는 계약을 포기하고 계약금을 모두 날린다. 중요한 건 제2금융권인 캐피탈에 넣어도 중도금 대출이 안 나올 사람들에게 계약을 받는 거다. 계약을 포기하게 만들고 계약금만 받아가기 위해서다.
-분양을 받으면 실제 수익이 나오나
▶재미있는 사실은 회사 임원들은 분양을 안 받는다. 안 좋으니까 분양을 안 받는 거다. 좋은 물건은 이미 시장에 나오기 전에 빼돌려진다. 내가 직접 분양받은 물건도 있다. 세입자가 7개월 동안 구해지지 않았다. 회사에서 보증금 1000만원에 월 75만원 월세 수익이 나온다고 교육했다. 그런데 막상 완공되고 보니 300만원/30만원도 어렵다. 결국 300만원/27만5000원 조건으로 겨우 세입자를 구했다. 월세로 은행 이자도 충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회사에서 관리해 준다는 것도 다 거짓말이다. 흔히 분양을 받으면 세입자를 구해주겠다고 하지만 회사에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같이 일했던 팀장은 직원들에게도 부동산에 월세 물건 올려 놓는 거 신경 쓰지 말고, 방문만 잡으라고만 강조했다. ‘내가 부동산 여러 군데 전화를 해놨으니, 곧 부동산에서 세입자 맞췄다는 연락이 올 것이다’라고 거짓말을 한다. 믿고 기다렸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고객이 직접 부동산에 전화를 해보니 매물을 하나도 올려놓지 않았다. 알고 보니 팀장은 자신이 직원 때 분양 받은 물건만 세입자를 맞추고, 나머지 직원들 물건이나, 고객 물건은 부동산에 아예 매물로 올려놓지도 않았다
-내부 사정을 아는 직원들도 분양을 받나
▶최근 분양을 마친 동탄의 한 지식산업센터(상가 포함)가 있다. 그런데 계약자 50%가 직원들 부모님이거나 지인들이다. 고객이 피해자지만 직원들도 어떻게 보면 피해자들이다. 그곳에서 계속 마인드 교육이라고 말하는 세뇌 교육을 하면서 직원들이 분양을 받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만든다. 여기에 출처를 알 수 없는 정보도 뿌린다. ‘조금 있으면 이곳에 어떤 회사가 들어온다’, ‘2층에 세무사가 들어온다’ 등. 본부장이나 팀장이 ‘너는 계약이 왜 안나오냐’ 압박하면서 정보를 뿌리면 직원들도 넘어간다. 특히 그곳에서 오래 일하지 않으면 건물이 준공되는 것을 볼 수가 없다. 준공되고 실제 시세를 경험한 적이 없으니 속아 넘어간다. 그래서 젊은 직원을 계속 뽑는 거다. 직원이 계약 따오고, 남은 물량 직원에게 넘기고. 젊은 직원들 끌어모아 뽑을 수 있는데 까지 뽑아 먹는다. 결국 퇴사하면 빚만 늘어나 있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피눈물 흘리는 계약자분들에게 죄송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알고 보면 본인이 피해자라는 것을 알게 됐으면 좋겠다. '자식 회사 다니려면 실적 올려야 한다'고 해서 분양계약 체결한 부모님들에게까지 피해가 간다. 마지막으로 취업난에 청년들 끌어들여 골수까지 뽑아먹는 회사가 멀쩡히 영업하고 있다는 점이 한탄스럽다.
-그 회사 해명은
▶분양대행의 체계에 대해 알아야 한다. 모든 현장에서 분양하는 대행사 아래에는 수많은 사업자들이 있다. 수수료의 금액이 적지 않기때문에 다들 개인사업자를 가지고 있다. 회사는 개인사업자들이 직원면접을 어떻게 보는지 모른다. 사무실을 지원해줄 뿐이다. 그리고 개인사업자들 마다 개별의 사생활이 있고 영업 방식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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