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고구말] 이재명·이낙연 멈추지 않는 난타전… ‘소·닭판’ 된 與 경선

[여의도 고구말] 이재명·이낙연 멈추지 않는 난타전… ‘소·닭판’ 된 與 경선

정세균 심한 막말… “국민들 보기에 민망”
4일 본선 두 번째 TV토론회… 재격돌 우려

기사승인 2021-08-03 06:00:29
‘여의도 고구말’은 국회가 있는 여의도와 고구마, 말의 합성어로 답답한 현실 정치를 풀어보려는 코너입니다. 이를 통해 정치인들이 매일 내뱉는 말을 여과없이 소개하고 발언 속에 담긴 의미를 독자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간 신경전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지역주의 조장 논란에 이어 ‘소·닭 공방’까지 벌어졌다. 양측의 발언이 후보 간 견제 차원을 넘어 ‘승자 없는 비방전’으로 격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소 잡는 칼과 닭 잡는 칼 다르다” vs 이재명 “닭도 못 잡으면서”

이 지사와 이 전 대표는 연일 설전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번에는 상대방을 평가절하하는 데 주력했다. 소·닭 등 원색적인 단어까지 거론됐다. 이 지사 측은 이 전 대표를 ‘경력만 화려한 무능한 후보’로, 이 전 대표 측은 이 지사를 ‘실적을 과장하는 후보’로 공격했다. 지난달 경선 페어플레이를 다짐했던 원팀 협약식이 무색해진 형국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30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 지사를 겨냥해 “닭 잡는 칼과 소 잡는 칼은 다르다”고 비유했다. 자신을 ‘소 잡는 칼’로 빗대면서 이 지사보다 유능하다는 의미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 측은 즉각 반격했다. 이 전 대표의 당 대표 시절 무능함을 부각하면서다. 이재명 캠프 박진영 대변인은 1일 서면 논평에서 “무능한 당대표로 정권 재창출의 위기를 만들었다”며 “당 대표 자리는 ‘소 잡는 칼’을 쓰는 자리다. 비유하자면 서울시장 소와 부산시장 소를 빼앗긴 분”이라고 이 전 대표를 직격했다. 

그는 “이낙연 대표 시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율이 폭등하고 국민의힘과 당 지지율이 역전됐다”며 “빵점은 좀 과한 표현이지만, 무능한 당 대표로 정권 재창출의 위기를 만들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에서 북부지역을 분리해 ‘경기북부’를 설치하겠다는 이 전 대표의 공약도 반박했다. 이 지사 캠프 대변인인 홍정민 의원은 “경기 북도의 재정자립도가 낮은 상태에서 분리하게 되면 경기도의 예산이 남부에 집중된다. 남북 간 격차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제안을 포퓰리즘 정책으로 낙인찍은 셈이다.

이에 이 전 대표 측은 역공에 나섰다. 이낙연 캠프 신경민 상임부위원장은 지난 1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 지사가) 이 전 대표가 별로 한 게 없다고 이야기하는데 이건 문 대통령에 대한 디스”라며 “흑색선전을 넘어서 민주당 정권에 대한 폄하”라고 응수했다. 이 전 대표에 비해 친문 주자 이미지에서 밀리는 약점을 파고든 셈이다.

이 지사 측의 ‘능력론’ 공세도 비판했다. 신 부위원장은 “이 지사가 자신의 공약이행률이 95%라고 주장하는 근거를 찾지 못했다”며 “이 지사가 일보다 홍보를 잘한다는 세간의 평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 사진=박태현 기자

정세균 “막말 그만…與 경선을 소판·닭판으로 만들지 마라”

민주당은 이러한 구도가 ‘승자 없는 제로섬 게임’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두 후보 간 갈등이 격해질수록 여권 지지율 전체 파이만 작아지는 역설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세균 전 총리는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지사와 이 전 대표를 동시에 저격했다. 그는 “우리가 사람이지 소, 닭이냐”며  “정책이나 정체성, 도덕성을 검증하고 경쟁해야 한다. 막말을 내세우면 국민들 보기에 민망하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지난 31일에도 SNS를 통해 “이재명 이낙연 후보님, 주고받는 캠프 막말이 너무 심하다”며 “경선을 소판·닭판으로 변질시키지 말라. 결국 민주당이 싸잡아 욕을 먹는다”고 일갈했다.

다만 양측의 네거티브 공세가 멈출지는 미지수다.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간 전면전은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는 4일 열리는 2차 토론회에서도 설전은 이어질 전망이다. 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은 만큼, 진흙탕 싸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앞서 두 후보는 지난달 28일 본경선 첫 TV 토론회에서도 이 전 대표의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과 이재명 지사의 ‘백제 발언에서 비롯된 지역주의 논란’ 등을 놓고 첨예한 신경전을 펼친 바 있다.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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