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간 신경전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지역주의 조장 논란에 이어 ‘소·닭 공방’까지 벌어졌다. 양측의 발언이 후보 간 견제 차원을 넘어 ‘승자 없는 비방전’으로 격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낙연 “소 잡는 칼과 닭 잡는 칼 다르다” vs 이재명 “닭도 못 잡으면서”
이 지사와 이 전 대표는 연일 설전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번에는 상대방을 평가절하하는 데 주력했다. 소·닭 등 원색적인 단어까지 거론됐다. 이 지사 측은 이 전 대표를 ‘경력만 화려한 무능한 후보’로, 이 전 대표 측은 이 지사를 ‘실적을 과장하는 후보’로 공격했다. 지난달 경선 페어플레이를 다짐했던 원팀 협약식이 무색해진 형국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30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 지사를 겨냥해 “닭 잡는 칼과 소 잡는 칼은 다르다”고 비유했다. 자신을 ‘소 잡는 칼’로 빗대면서 이 지사보다 유능하다는 의미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 측은 즉각 반격했다. 이 전 대표의 당 대표 시절 무능함을 부각하면서다. 이재명 캠프 박진영 대변인은 1일 서면 논평에서 “무능한 당대표로 정권 재창출의 위기를 만들었다”며 “당 대표 자리는 ‘소 잡는 칼’을 쓰는 자리다. 비유하자면 서울시장 소와 부산시장 소를 빼앗긴 분”이라고 이 전 대표를 직격했다.
그는 “이낙연 대표 시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율이 폭등하고 국민의힘과 당 지지율이 역전됐다”며 “빵점은 좀 과한 표현이지만, 무능한 당 대표로 정권 재창출의 위기를 만들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에서 북부지역을 분리해 ‘경기북부’를 설치하겠다는 이 전 대표의 공약도 반박했다. 이 지사 캠프 대변인인 홍정민 의원은 “경기 북도의 재정자립도가 낮은 상태에서 분리하게 되면 경기도의 예산이 남부에 집중된다. 남북 간 격차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제안을 포퓰리즘 정책으로 낙인찍은 셈이다.
이에 이 전 대표 측은 역공에 나섰다. 이낙연 캠프 신경민 상임부위원장은 지난 1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 지사가) 이 전 대표가 별로 한 게 없다고 이야기하는데 이건 문 대통령에 대한 디스”라며 “흑색선전을 넘어서 민주당 정권에 대한 폄하”라고 응수했다. 이 전 대표에 비해 친문 주자 이미지에서 밀리는 약점을 파고든 셈이다.
이 지사 측의 ‘능력론’ 공세도 비판했다. 신 부위원장은 “이 지사가 자신의 공약이행률이 95%라고 주장하는 근거를 찾지 못했다”며 “이 지사가 일보다 홍보를 잘한다는 세간의 평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정세균 “막말 그만…與 경선을 소판·닭판으로 만들지 마라”
민주당은 이러한 구도가 ‘승자 없는 제로섬 게임’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두 후보 간 갈등이 격해질수록 여권 지지율 전체 파이만 작아지는 역설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세균 전 총리는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지사와 이 전 대표를 동시에 저격했다. 그는 “우리가 사람이지 소, 닭이냐”며 “정책이나 정체성, 도덕성을 검증하고 경쟁해야 한다. 막말을 내세우면 국민들 보기에 민망하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지난 31일에도 SNS를 통해 “이재명 이낙연 후보님, 주고받는 캠프 막말이 너무 심하다”며 “경선을 소판·닭판으로 변질시키지 말라. 결국 민주당이 싸잡아 욕을 먹는다”고 일갈했다.
다만 양측의 네거티브 공세가 멈출지는 미지수다.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간 전면전은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는 4일 열리는 2차 토론회에서도 설전은 이어질 전망이다. 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은 만큼, 진흙탕 싸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앞서 두 후보는 지난달 28일 본경선 첫 TV 토론회에서도 이 전 대표의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과 이재명 지사의 ‘백제 발언에서 비롯된 지역주의 논란’ 등을 놓고 첨예한 신경전을 펼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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